***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담았습니다 ***사랑을 해킹한다는 책 소개글이 굉장히 낯설다. 그런데 《사랑에는 돈이 들어》를 읽고 나니 이보다 더 정확한 표현이 있을까 싶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더 이상 온전히 마음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치밀한 계산과 매뉴얼에 의해 만들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이 무섭도록 서늘하다.네 편의 소설과 르포르타주 한 편으로 구성된 이 책은 같은 ‘로맨스 스캠’을 이야기하면서도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서 흥미롭다. 첫 번째 〈사랑에는 돈이 들어〉에서는 납치된 첫사랑을 구하기 위해 캄보디아까지 날아간 윤찬의 이야기인데, 사랑하는 사람을 되찾았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오히려 더 잔인한 진실이 드러난다. ‘내가 사랑한 네가 진짜 너일까?’ 질문에 간담이 서늘해진다.〈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에서는 아버지를 잃은 뒤 처음으로 생기를 찾은 어머니가 온라인에서 만난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 뻔히 수상해 보이는데도 그 사랑을 쉽게 부정할 수 없는 아들의 마음에 오히려 마음이 아프다. 사랑이 거짓이라고 밝혀진다고 해서 그 사람이 느꼈던 행복까지 전부 거짓이 되는 걸까 생각해 볼 수 있는 지점이었다.반면 〈할머니 수사단〉은 무거운 소재 속에서도 웃음과 따뜻함이 있는 단편이다. 같은 사기꾼에게 당한 네 명의 할머니가 직접 수사에 나선다. “나는 내 마음대로 살면 안 되니? 나는 새로운 사랑을 꿈꾸면 안 돼?”라는 말에서 사기를 당한 피해자에 앞서서, 한 사람으로서 사랑받고 싶었던 할머니의 마음도 느껴져서 재밌으면서도 씁쓸하다.무엇보다 마지막 전현진 기자의 르포르타주가 실제 로맨스 스캠 매뉴얼과 시나리오를 보여주면서 지금까지 읽었던 단편들 속 이야기가 영 허구처럼 느껴지지 않게 된다. 사랑하는 척하는 방법까지 매뉴얼로 만들어 사람의 외로움을 파고든다는 사실이 정말 씁쓸한 지점이다.사실 이 책이 무서운 이유는 사기꾼들이 너무 영리해서만은 아닌 것 같다. 우리 모두에게 누군가를 믿고 싶고, 사랑받고 싶고, 외롭지 않고 싶은 마음이 존재한다. 그런데 사랑을 믿고 싶은 마음은 잘못이 아니다. 다만 그 마음을 누군가의 돈벌이를 위한 먹잇감으로 이용하는 순간, 사랑은 가장 잔인한 함정이 될 수도 있다. 정말 무서운 대목이다.#사랑에는돈이들어 #나비클럽 #단편 #앤솔로지 #로맨스스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