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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 때와 죽을 때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46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 지음, 장희창 옮김 / 민음사 / 2010년 4월
평점 :
*** 본 게시글은 인스타그램 우북살롱님 (@woo_book) 이벤트를 통해 책을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담았습니다 ***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의 《사랑할 때와 죽을 때》는 전쟁이 인간의 삶과 사랑을 얼마나 잔인하게 앗아가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다. 폐허가 된 고향을 바라보는 한 병사의 허망한 눈빛과,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별을 알면서도 사랑을 선택하는 두 사람의 용기가 총성과 폭격 소리 가운데에서 심금을 울린다.
2년 만에 휴가를 받아 돌아온 그래버는 부모님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는 무너진 도시와 마주한다. 벽마다 붙은 실종자를 찾는 쪽지들, 서로를 믿지 못하고 "조심"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 전쟁은 총알이 날아드는 전선뿐 아니라,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폐허로 만든다. 그런 절망 속에서 다시 만난 동창 엘리자베스와 사랑에 빠지고 결혼하는 장면이 정말 애틋하다. 내일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걸 알기에 오늘을 붙잡으려는 마음이 심장을 울린다.
전쟁은 선과 악으로 단순하게 나뉘어지지 않는다. 그래버는 독일군이지만, 전쟁이 만들어낸 거대한 폭력 앞에서 끊임없이 흔들리고 질문하는 인물이다. 은사 폴만과 나누는 대화는 무엇이 옳고 그른지, 침묵은 죄가 아닌지 계속 생각하게 만든다. 또 후반부 러시아인 포로를 마주한 장면에서는 인간성을 지킨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선택인지 절실하게 느껴진다.
레마르크의 문장은 역시 담담하면서도 심금을 울린다. 전선의 눈 녹은 자리에서 시신이 드러나는 풍경, 휴가가 끝나 다시 전장으로 향하는 순간, 그리고 "모든 것은 죽음과 죽음 사이에 있는 거친 꿈"이었다는 깨달음. 특히 고향에서의 짧은 시간이 현실이 아니라 마치 꿈처럼 느껴지게 하는 마지막 여운은 한동안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
이 책은 사랑을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전쟁이 인간에게서 무엇을 빼앗아 가는지를 보여준다. 사랑은 총탄을 멈추게 하지 못했고, 전쟁은 누군가의 행복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사람은 사랑하고, 누군가를 기다리고, 인간답게 살아가려 애쓴다. 레마르크가 말하고 싶었던 희망은, 가장 잔혹한 시대에도 끝내 인간성을 포기하지 않는 마음과도 같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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