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 사는 거 기세 좋게 - 보여줄게 100세의 박력, 100세의 해피엔드 인생법
사토 아이코 지음, 장지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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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 말에 엄마의 말씀을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나온다는 말이 있다. 난 항상 그 말에 물음표가 달렸다. 왠 떡? 그리고 아빠말은 왜 들으면 안되는건데? 참나.


그 물음표가 마침표가 되는 순간이 언젠간 오리라 생각은 했었지만(안했었을 수도 있다) 이렇게 급작스럽게 올 줄이야 정말 몰랐다.


흔히들 낡은 생각들을 쉽게 무시하고 살아간다. 옛말이든, 속담이든 어른들의 뼈가 아린 조언들이든. 요즘에는 꼰대라는 단어가 한물간 유행어일정도로 그 시절 어른들에 대한 존경이나 배려심은 많이 퇴색되어있는 것 같다는 생각 이 든다. 물론 나는 안 그렇다는 말은 아니다. 직장 상사나 나보다도 어른이란 사람들의 말을 쉽게 어기거나, 무시하기도 한다. 


“요즘은 저렇게 안해요.” “요즘은 이런 말 해요”라는 식의 요즘애들이라는 것을 치켜세우며 상대방을 깎아내리기 바쁘다. 그럼 상대방은 가만히 있는가? 


“이래서 요즘애들은.” “저래서 요즘애들이” 라는 식의 말들이 오간다.


그래서 정말 살아 숨쉬는 어른들의 이야기들을 듣기가 어렵다. 실제로도 상사의 라떼는 이야기들은 정말 듣기가 힘들다. 


그럼 요즘을 위해 예전을 버리고 새 것만을 추구해야 더 나은 삶이 되는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이, 옛말에 엄마의 말을 들으라는 선조들의 말씀에 대한 의문점의 해결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물론, 책의 뒷표지에 김혼비 작가님의 추천사에서 나온 것처럼 ‘솔직히 말하겠다. 사토 아이코 상은 조금 꼰대같다.’라는 말에 완전 동감한다. 하지만 그래서 더 읽어봐야 한다. 그 꼰대의 일대기 속에서 지금 무너지고 넘어지면서 아파하며 나아가지 못하는 날 일으켜줄 말들이 존재한다. 꼰대는 수만가지의 불행과 고통을 딛고 일어나야 “라떼는~”을 시전할 수 있기에.

무용담 없는 꼰대는 없다. 무용담이 없으면 꼰대가 아니다.


그래서, 이 책은 넘어지는 나에게, 이미 넘어진 나에게 가만히 같이 쪼그려 앉아준다.


“짜샤 아프냐? 다 넘어져, 나 봐라 무릎에 흉터가 몇 갠지”라고 말한다.

사토 아이코상은 그렇게 말한다. 


“그럴땐 아씨 아프네, 무진장 아프네. 우씨, 하면서 화도 내도 돼.”라고 또 덧붙인다.


푹푹 찌는 듯한 세대간의 갈등과 인생에 불행에 자꾸만 고꾸라지는 꺼져가는 열정들이 땀냄새를 내며 절여질 때, 이런 과격한 위로와 시원한 조언이 너무도 필요하다.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대신, 속 시원한 <이왕 사는거 기세 좋게>를 추천하며 이 서평을 마무리 한다.


*출판사에게 책을 제공 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욕심이 없으면 모두 만족스럽고,
바라는 것이 있으면 모든 것이 부족하다.
_료칸(일본 에도시대 승려) - P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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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모노
성해나 지음 / 창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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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혼모노는 총 7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대혜자 책이다.

각 단편별로의 감상을 한 줄 평과 왜 그 한 줄 평을 쓰게 되었는지에 대해 간략히 적어보려 한다.


1)길티클럽 : 호랑이 만지기


_ 별이라 생각했던 것이 위성이었을 때.


: 이 단편을 보고 가장 먼저 생각이 들었던 한 단어는 위성 이었다. 


간혹 별이 밝다하고 손뼉을 치며 좋아하는 나에게 누군가가 위성인데? 라고 찬물을 끼얹는 말을 하는 사람이 종종 있었다. 난 그 기분을 오랫도록 곱씹으며 굳이? 그냥 내비두지 하며 속상해하곤 했었다.

 좋아하면 내비둬야하는거 아닐까? 그게 별이든 위성이든?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스스로 찾아보는 여정에 좋은 길라잡이가 되어줄 소설인 것 같다.


2)스무드


_ 초코파이를 만든 민족, 불닭볶음면을 만든 민족.


: 참 지궂은 소설이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요즘 세상에 이 소설을 만나게 된 것이 행운인 것 같다. 많은 걸 놓치기도, 많을 걸 꼭 붙잡기도 하는 요즘. 이 소설이 나에게 주는 의미가 참 크다.

정과 혀가 아릴 정도의 매콤함을 모두 만들어낸 민족. 그 민족성에 대한 이야기이다.


3)혼모노


_경계안에 사람들, 경계하는 사람들.


: 왜 이 책의 제목일까. 하는 궁금증을 바로 타파시켜버리는 묵직한 소설.

신과 인간. 그 경계안의 이야기. 그 안에서의 강렬함이 이끄는 최고의 몰입.

어느 문장 하나 버릴 것 없이 다 너무 좋습니다.. 꼭... 꼭 모두 읽어보시길..


4)구의 집 : 갈월동 98번지


_ 집 : 1. 사람이나 동물이 추위, 비바람 따위를 막고 그 속에 들어 살기 위하여 지은 건물

          2. 바둑에서, 자기돌로 에워싸 상대편 돌이 들어올 수 없게 한, 바둑판의 빈자리.


: 누군가 들어와서 살 수 있게 만드는 것도 집, 아무도 못 들어오게 한 빈자리도 집.

이 두 가지의 양면성을 가진 뜻이 소설 제목의 나와있는 '집'과 맞닿는다고 생각이 들었다.

읽으면 읽을 수록 익어가는 듯한 이야기.


 5)우호적 감정


_ 한국말은 끝까지.


: 한 줄 평처럼 무조건 끝까지 차분히 읽어야한다. 뭐야, 술술 풀리네? 라고 맘 놓고 읽었다가는,

후반부에 나처럼 입을 틀어막는 일이 생긴다.

마치 소설인가? 이건 다큐인가? 싶은 맘으로 쭉 읽어가다가, 오 대박 소설이네. 완전 소설이야 하며 혀를 내두르는 이야기.


6)잉태기


_ 자강두천(?)


: 천에 물음표를 붙힌 이유는 천재가 맞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다.

무진장 답답한 이야기 속에서 사이다를 갈구하며 달려가는 한 명의 마라토너가 된 느낌.

그 끝 결승선에서 사이다를 마시는지, 아님 양 무릎이 다까지도록 대차게 넘어지는지는 직접 읽어보시고 느껴주시길..


7)메탈


_ 그 때, 그거 속 '그'란 단어의 추억과 무력함.


: 맨 마지막 작품인 이유가 충분히 있습니다. 다 읽고 다면 한동안, 하.. 아.. 하며 감상에 젖어들기 쉽상입니다.

부디  이 마지막 작품은 한적할 때, 운치있는 곳에서 함께 해주시길..


기나긴, 감상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모두 함께, 혼모노!


*출판사 이벤트를 통해 받은 가제본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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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않는 달
이지은 지음 / 창비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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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차올라서 고갤 들어..’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흘리고 싶지 않은 눈물을 억지로 삼키는 표현으로 쓰인다.

물론, 중력에 의해서 뚝 뚝 떨어지게 하지 않으려는 물리적인 요소가 먼저 필요하기에 그런 말을 쓰겠지만, 고갤 드는 순간 보이는 하늘을 그 문장에서 배제할 순 없는 노릇이다.

우린 고되고 힘이 들 때 하늘을 본다. 숨을 고르고 고민들을 허공에 던진다.
하늘에 빚을 많이 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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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달은 위에서 말했던 부분들로 하여금 과로(?)에 지쳐있다.

땅에 있는 사람들이 멋대로 생각하여, 묵묵히 들어준다고 했던 달은 사실 엄청나게 툴툴대고 있던 것이다.

그런 달이 땅에 내려오게 되면서, 겪게 되는 일들을 작가는 담담하게 써내려갔다.

‘아이와 늑대 그리고 달’이라는 판타지적인 요소가 다분한 구도가,
현재 이 책을 읽고 있는 독자들에게도 삶의 가치와 목표라는 고민 속에서 큰 깨달음을 가지게 만들 수 있는 울림을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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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가장 좋은 요소 중 하나는 단연 곳곳에 배치된 그림들이 아닐까 한다.

상상의 영역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는 내용들을 직관적인 그림을 통해 더욱 쉽고 빠르게 이해와 몰입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중간에 멧돼지 그림이 나올 때 헉! 하고 놀라는 그 느낌은 아직까지 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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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책 속의 한 문장으로 마지막 추천사를 대신하려 한다.

[134p 📖
궃은 날씨에 거칠어진 물살에서 연어를 사냥할 때는 자신의 발밑만 봐야 한다는 늑대들의 말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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