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슬픔을 껴안을 수밖에 - 양장본
이브 엔슬러 지음, 김은지 옮김 / 푸른숲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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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그들의 슬픔을 껴안을 수밖에
✍️이브 엔슬러
🏚푸른숲

왜 글을 쓰는가? 자기를 표현하는 방식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했다. 누군가는 살기 위해 쓰고 누군가는 취미로 끄적인다. 아무리 혼자 쓰는 일기라도 목적 없는 글은 없다.

이브 엔슬러는 글을 쓰면서 자신을 치유했을 뿐만 아니라 어딘가에서 고통 받는 여성들을 위해 분노하고 연대하고 단합했다. 이 책은 고발이자 고백이며 끝내는 사랑이었다.

저자는 어릴 적 아버지에게 강간을 당하고 폭행에 시달렸다. 어머니는 철저히 방관자였다. 가부장제 아래 집안의 모든 여성이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고 한다.

책에는 고통 받고 있는 여성들의 증언이 담겨 있다. 식민주의와 자본주의, 인종차별주의가 이제는 여성의 몸을 관통하고 있다. 아직도 이런 문제가 끊임없이 벌어진다는 사실에 경악한다.

p.158
지도를 펼쳐놓고 보면 대량 강간이 일어나는 모든 곳에 콜탄이 묻혀 있어요. 콜탄은 컴퓨터와 플레이스테이션, 휴대전화에 들어가는 광물이에요. 세상 사람들이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게 하려고 여성들이 유린당하고 살해되고 있는 거예요.

읽는 내내 울컥했고 많이 부끄러웠다. 내 행복에만 매몰되어 세상을 외면한 것 같아서. 아픔을 가진 자만이 깊은 상처를 알아보는 것일까. 저자는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글과 강연으로, 연극와 영화로 널리 알리고 있었다.

p.151
바로 잊히는 것,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는 것, 그들이 겪은 고통이 아무 의미 없는 일이 되어버리는 것이었다. 누군가가 그들의 이야기에 그저 귀 기울이기만해도 그들은 큰 위안을 얻었다. 아주 작은 친절이나 손이 닿는 것만으로도 힘을 얻었다.

그들이 원하는 건 복수도 아니고 진정한 사과다. 사과란 가해자가 잘못을 시인하고 반성하고 달라지겠다는 의지다. 피해자중 사과를 받은 사람이 있을까? 저자 또한 아버지가 사망하면서 결국 사과를 받지 못했다.

여자이기에 더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도 많았고, 애도 되지 못한 슬픔에 가슴 저리기도 했다. 이브 엔슬러가 45년간 써온 글쓰기엔 확실한 이유가 있다. 자신이 해방되고 구원되었듯이 그들도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지지하고 있다.

카프카가 말한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 같은 책'은 바로 이런 책을 두고 말하는 게 아닐까 싶다. 내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의미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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