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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에서 여행을 만나다
동시영 지음 / 이담북스 / 2020년 6월
평점 :
문학과 여행의 만남이라니 이보다 더 좋은 조합이 있을까 싶다. 책을 읽고 작가의 생가나 작품의 배경이 되는 곳을 찾아가는 것은 얼마나 설레는 일일까! 누구에게나 좋아하는 문학 작품 하나는 있기 마련이다. 작품을 좋아하게 되면 작가에 대해 알고 싶고 또다른 작품을 찾아 읽게 된다. 이 책의 저자는 어떤 문학 여행을 떠나게 될까, 덩달아 내 맘도 두근거린다.
저자는 문학박사이며 독일 대학 인문학부에서 수학했고 중국 길림성 대학에서 교수를 역임하기도 했다. 문학에 조예가 깊은 만큼 이 책에서 다양한 문학을 깊이 있게 접할 수 있으리라 기대할 수 있다. 그의 시선으로 문학의 발자취를 함께 따라가 보면 좋을 것이다.
이 책에선 영국에서 일본까지 9나라에 걸친 세계 문학 작품을 소개하고 작품이 만들어진 배경이나 실제 장소 등 그와 관련된 모든 것들을 만날 수 있다. 여행도 즐겁지만 문학까지 만날 수 있다니 또다른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는 것이다.
영국을 대표하는 작가와 작품은 너무나도 많다. 주옥같은 작품 중 어떤 작품을 선보일 것인지 너무 기대되었다. 저자는 영국 여행은 옛날 없이 옛날을 여행하는 것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 말에 동의한다. 고즈넉한 분위기를 고스란히 품고 있는 나라가 영국이다.
저자는 '브론테 버스'라고 쓰여진 버스를 타고 하워스로 향한다.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를 낳은 하워스. 저자의 마음 속 고향이라고 표현한 그곳을 우리도 함께 달린다. 저자는 브론테 패밀리의 흔적을 하나씩 밟아나간다. 브론테 패밀리 박물관, 교회, 무덤, 학교, 스탠버리 무어, 브론테 폭포 등. 브론테 박물관처럼 한 가족의 삶이 오롯이 남아 있는 곳은 매우 드문 경우라고 한다. 그들의 삶은 끝났어도 예술의 향기는 멈추지 않았다. 브론테 패밀리에 대한 정보와 소설의 탄생 배경이 가득해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장이다.
2장 이탈리아 편에서 저자는 괴테의 마음을 따라 찬란한 문화가 살아있는 이탈리아로 떠난다. 괴테는 두 차례에 걸쳐 이탈리아를 여행했다. 그의 이탈리아 여행은 일기 형식과 편지 형식으로 기록된 [이탈리아 여행기]로 남았다. 이 책은 예술 기행의 고전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게 마련이다.' 라고 말한 것 같이 괴테는 여행 속에서 예술적 방황을 한다.
크로아티아를 대표하는 작가는 '마린 드르쥐치'다. 그는 유럽 전역의 희곡 문학 분야에서 경쟁자가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특히 코미디 장르를 잘 썼고 서유럽 전역에서 공연되기도 했다. 렉터 궁전 앞에 그의 좌상이 있다. 보고도 모르고 지나쳤으니 무지가 죄다. 또한 군둘리치 광장에는 크로아티아 대표 시인 '이반 군둘리치' 동상이 세워져 있다. 이 두 작가를 알면 현지들인과 즐거운 대화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루마니아의 브란성은 드라큘라로 유명해진 성이다.루마니아 정부가 브란성을 영화의 성과 비슷하다고 하여 드라큘라 성으로 지목했다. 관광에도 스토리텔링이 필요한 법이다. 성 안에는 드라큘라의 작가 브람 스토커의 방이 있다고 한다. 브란성과 드라큘라 전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설치해 놓은 방이다.
러시아하면 누가 뭐래도 푸시킨이다. 여행하면서 거리 곳곳에서 푸시킨 동상을 만날 수 있다. 자국민에게 사랑받는 시인이라는 것이 증명되는 듯하다. 물론 너무나 많은 예술가들이 있는 나라다. 그러나 러시아 국민시인 푸시킨을 빼고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시도 좋지만 그의 소설 [예브게니 오네긴]도 읽어보면 좋을 듯 하다. 영화처럼 결투로 세상을 마감한 푸시킨, 그의 생을 예견한 소설인 것 같아 마음이 짠하다.
타히티는 고갱으로 유명한 섬나라다.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도 함께 떠올릴 수 있다. 1904년 파리에 갔던 서머싯 몸은 고갱 이야기를 듣고 호기심을 가진다. 그리고 타히티로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고갱의 그림을 사서 돌아온 후 1921년 고갱의 삶을 모티브로 한 작품을 발표한다. 타히티가 예술가의 영감을 주는 그렇게 아름다운 섬인가 넘 궁금하다.
저자는 모로코에서 엘리아스 카네티의 [모로코의 낙타와 성자]를 떠올린다. 엘리아스 카네티는 불가리아 태생으로 1981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모로코의 낙타와 성자]는 천년 고도 마라케시를 그리워하며 쓴 여행기라고 한다. 마티스도 탕헤르에 와서 호텔에 머물며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마티스의 그림이 있는 그 호텔도 의미가 있어 보인다. 확실히 모로코는 색다른 매력이 있는 곳이다.
중국에서는 현대 중국 대표 시인 곽말약의 흔적을 찾아본다. 베이징을 세 번이나 갔는데 곽말약을 잘 몰라서 가까이 두고도 가질 않았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이 여기서도 통한다. 곽말약 기념관은 인생 말년 15년을 살았던 곳이다. 그는 시인이자 극작가, 소설가, 번역가, 고전 연구가, 사회운동가, 유명한 서예가라고 한다. 다재다능한 인물이었던 곽말약. 그의 시를 책에서 만나볼 수 있다. 마지막 일본 편에서는 [설국]을 이야기한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흔적을 찾고 설국의 장면을 되짚어 본다.
간단히 쓰고 싶었던 서평이 이렇게 길어진 이유는 너무나 좋은 작품들을 언급하고 있고 그리운 여행지가 많이 나온 탓으로 돌린다. 문학을 따라 여행하는 이 책은 여행과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빠져서 읽을 만하다. 작가와 작품을 설명하는 것도 좋았지만 꼭 봐야할 여행지 소개도 빼놓지 않아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