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를 생각하는 걷기 - 함부르크에서 로마까지, 산책하듯 내 몸과 여행하다
울리 하우저 지음, 박지희 옮김 / 두시의나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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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함부르크에서 로마까지 100일 동안 약 2000킬로미터를 걸었다. 산티아고 순례길이나 올레길에 대한 책은 이미 너무 많이 나와 익숙한데 이 낯선 길은 왠지 호기심이 일었다. 100일 동안 어떤 길을 걸었으며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무슨 일들이 벌어졌을까. 기대감을 안고 책장을 펼쳤다.

저자는 이 여행이 꿈을 이루어주었다고 말한다. 길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고. 무슨 일이 벌어질지 궁금해하며 항상 몸을 움직이던 어린 시절처럼.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사직서를 내밀고 길을 나섰다.

걷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 이 책이 꽤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매일 걷는 우리 동네도 좋지만 낯선 곳에 대한 동경이 한몫을 차지한 것 같기도 하다. 저자가 보고 느낀 것을 공감하며 즐겁게 읽었고 읽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힐링이 되었다. 그렇다고 책만 읽으면 안되고 저자의 말대로 직접 걸어보는 게 더 중요하지만 말이다.

이 책은 2~3페이지의 짧은 글들의 모음이다. 그래서 읽는데도 부담없고 그날의 일을 기록하듯 쓰여져 있어 저자의 일기를 읽는 기분도 든다. 연륜이 묻어나서 그런가 세상을 보는 눈이 여유롭다. 앞만 보고 달리는 것이 아니라 주변을 살필 맘의 여유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글이 섬세하고 다정다감하다.

저자는 단순히 걷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가능하면 걷는 몸의 감각이나 느낌을 생생하게 경험하고 싶었다. 근육을 움직이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기억하고 싶었다. 회사에 다닐 땐 오랜 시간 앉아서 생활을 했다. 그는 그 생활에 질렸다. 그래서 더욱 걷는 그 행위 자체에 집중하며 걸었던 것이다.

그가 걸으면서 좋아하는 활동 중 하나는 사람들에게 길을 묻는 일이라고 한다. 가려고 가는 곳의 이름을 대면 대부분 가는 방법을 이야기하는 대신 그곳은 너무 멀다고 혹은 너무 멀지 않느냐고 반문한다고 한다. 의외로 걸어서 여행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이 적다는 걸 알게 되었다고 한다. 걷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고서야 누구든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고 싶어한다. 한정된 시간에 쉴 수 밖에 없는 우린 너무 바쁜 사람들이기에.

그러나 저자는 모든 즐거움은 걷기 시작할 때부터 시작되지 않았냐고 묻는다. 태어나서 처음 걸었을 때. 몸의 균형을 잡고 중력에 저항하며 일어서서 걸었을 때. 모든 공간을 하나씩 점령하며 호기심을 갖고 앞으로 나아갔을 때. 이 모든 것이 기적이었다며 그 기쁨을 상기시킨다.

그러고 보면 이 책은 여행 에세이라기 보단 걷기 권장 에세이라고 봐야할 것 같다. 걷기가 얼마나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중요한지 다시 한 번 깨우쳐주는 것은 물론 걷고 싶게 만드는 묘한 매력도 뿜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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