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한 남자와 두 번의 결혼 (외전 증보판)
봉다미 지음 / 동아 / 201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좋은 집안 출신에 영화감독을 꿈꾸는 남자 선우도현.

도현의 동아리 후배로 도현을 사랑하게 된 윤정서.

두 사람이 함께하고, 오해로 헤어지고, 다시 만나게 된 두번째 사랑이야기.

 

스물 둘, 스물 넷의 풋풋한 젊음을 갖고 시작한 첫번째 결혼 생활은 외로웠다.

영화감독을 꿈꾸는 도현의 꿈과 열정, 그의 노력을 사랑하지만,

미국에 있는 그와 학업을 하기 위해 한국에 남은 그녀의 거리는 너무 멀었다.

 

다른 여자와의 갑작스런 스캔들에도 그는 변명조차 하지 않고 부인하기만 하고,

그녀는 시간이 갈수록 외로워지는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헤어지게 된다.

 

8년후, 한국에 돌아온 선우도현.

다시 만난 정서를 본 후, 다시 생겨나는 그녀를 향한 애정과 소유욕.

그녀를 놓치고 싶지 않은 그는 다시 다가가려 하는데...

두 사람은 첫번째 상처를 딛고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봉다미 작가님의 전작을 재미있게 보아서 구입했다.

두 사람의 풋풋한 첫사랑을 설레게 그려내어 두근대며 이 둘의 사랑을 응원했다. 그러나 현실적인 문제와 오해로 헤어진 두 사람이 너무 쉽게 다시 만나 사랑을 이루어나가는 모습이 약간 아쉬웠다. 남주도 계속 사랑했다는 것도 아니고, 그냥 다시 얼굴 한 번 보니 좋아졌다는 면에서 좀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있지만, 8년동안 보이지 않게 스토커같이 여주를 쫓다가 찾아오는 이런 스토리보다 어쩌면 더 현실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두 사람이 다시 사랑할 수 있어 다행이다. 돌고 돌아 자신의 자리로 찾아오는 느낌이겠지..

잔잔한 분위기의 글이 다시 새로 시작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와 어울려서 좋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eBook] [BL] 세계가 무너지기 일주일 전
이미누 지음 / 시크노블 / 2018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짧은 단편이지만, 감동적인 글이었습니다.

사실, 제목을 보고 판타지 소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생각을 했었는데, 그게 주가 아니었군요.

<세계가 무너지기 일주일 전>이 사랑하는 사람이 죽기 일주일 전이라는 사실이라는데 놀랐어요.

'내 세계의 전부인, 당신이 죽기 일주일 전' .. 이라는 의미였다니, 울컥하는 감동을 주네요.

 

스물 아홉의 센트릴 백승연.

마흔 일곱의 가이드 정우민.

두 사람의 마지막을 맞이하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사랑.

 

불치병에 의해 의식불명에 빠진 가이드로 인해 센트릴도 함께 일주일의 시한부 인생을 맞게 됩니다. 센트릴에게 자신의 모든 세계가 되어 버린 가이드와 함께 하기로 하고, 각인을 끊기를 거부하고 센트릴은 가이드 정우민의 옆에 눕습니다. 마지막 호흡을 뱉는 순간까지 가이드와 함께 하기로 한 센트릴 백승연의 삶. 그녀의 행복하지만 슬픈 마지막이 안타깝네요.

 

두 사람의 세계가 얼마나 단단히 연결되어 있는지 알 수 있었어요.

한 사람이 또 다른 한 사람에게 얼마나 큰 존재인지, 얼마나 큰 세계를 만들어주는지 느낄 수 있었어요.

 

담담하게 서술된 이야기가 그 깊이를 더해주네요. 잘 읽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의 아주 먼 섬
정미경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미경 작가의 유고작 <당신의 아주 먼 섬>

 

말썽장이 여고생 이우.

사랑하는 테이를 오토바이 사고로 잃고 불면증에 시달리는 그녀는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거침없이 자신을 표현하는 이우는 그녀의 엄마 연수에 의해 어느 바닷가 섬으로 오게 된다. 억지로 떠 맡기듯 자신의 딸을 친구 정모에게 맡기는 그녀. 그녀는 자신의 딸보다 자신의 삶이, 자신의 미래가 더 중요해 보인다.

 

이우가 섬에서 만난 사람들은 정모와 판도, 이삐 할미였다.

 

겹쳐진 섬의 능선에 보라빛 그림자가 내려 앉는다. 모래톱은 허공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텅 비어있다. - p.29

 

허공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모래톱처럼 사람들은 텅 비어있는 마음을 가지고 이 섬에 왔지만, 그 텅 빈 마음을 그들만의 온기로 조금씩 따뜻함을 지니고 사람들과 함께 한다.

 

연우의 친구 정모.

갑작스럽게 자신의 질병에 대해 알게 된 그는 지금가지의 헛헛한 삶을 버리고 불안함과 혼란스러움을 저 밑에 쌓아둔 채 자신의 고향으로 내려왔다.

 

정모는 자신에게 두 번의 죽음이 남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감각의 죽음. 눈 앞에 엄연히 존재하는 세상을 볼 수 없는. 그리고 생물학적인 죽음.

사실은 첫 번째가 더 두려웠고 첫 죽음 뒤가 더 불가해했다.

그러니까 일이라기보다는 그 불가해한 세계를 잊고 지낼 수 있도록 해주는 일이 필요했다. - p.52-53

 

그는 아무 쓸모 없이 폐허가 된, 아무도 찾지 않는 소금창고를 개조해 도서관으로 만드는데 온 힘을 기울인다.

 

 왜는 무슨. 봐. 드론 말고 네 눈으로. 어릴 땐 몰랐는데, 이 섬은 도서관이야. 시간의 도서관. 백년 전에 바로 내 발 아래 있고 천년 전이 산자락에 남아 있어. 오천 년 전의 수메르 문자로부터 비롯된 책들이 깃들기엔 가장 적합한 곳이라는 생각이 새삼 드네. - p.121

 

사업에 실패하고 고향에 내려와 아버지 사업을 돕는 태원에게 부탁해 창고를 사용할 수 있는 허가를 얻고, 아는 지인들에게 도서관에 비치될 도서를 구하기 위한 편지를 쓴다. 바람의 길 속에 있는 소금 창고. 그는 그 시간의 도서관을 통해 어떤 길을 만들고 싶었던 것일까?

 

하늘에서 뚝 떨어진 짐 같은, 친구 딸 이우를 옆에서 보면서, 그는 혼자가 아닌 삶에 조금씩 적응하고 있다.

섬에 온지 얼마 안된 어느 새벽 거친 바다 속으로 걸어간 이우. 판도에 의해 다시 돌아온 그녀.

그는 이우에게 무언가를 가르치거나 강제하지 않고 바라보기만 한다.

시간의 도서관을 함께 준비하면서 서로에게 적응하면서 닫혔던 이우의 마음은 조금씩 열리고, 그녀가 왜 이 섬에 오게 되었는지 알게 된다. 그들 마음속에 숨겨 놓았던 그들의 상처를 밖으로 표출할 수 있게 된 그들. 그들은 슬픔이라는 그릇 속에 자신들의 따뜻한 온기를 한 점, 두 점 모으기 시작한다.

 

이건 희망도 뭣도 아닌, 거짓말에 가깝다. 다시 허엉허엉, 그 울음소리가 정모에겐 서럽고도 따뜻하게 들렸다. 슬픔이라는 그릇에 담긴 따뜻함이라면 그 힘으로 당분간은 팔을 돌리며 달려갈 수 있지 않겠나. 어쩔 수 없이 얘길하게 됐지만, 하고보니 이 얘기를 누군가 한 사람에게는 하고 싶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도 아주 간절히. - p.134-135

 

귀머거리 소년 판도.

어릴때부터 서커스 단에 있다가 이삐 할미의 손에 키워진 그는 무뚝뚝하고, 그의 감정과 속내를 침묵 속에 감춰두는데 익숙하다. 하지만, 그의 무뚝뚝한 행동 뒤에 숨겨진 그의 다정함을 발견할 때마다 보물을 발견한 기분이었다.

감정을 숨기는데 익숙한 그이지만, 어느날 우연히 만난, 서로간 원수인것처럼 싸우던 이우와 엄마를 본 그는 마음 속에 휘몰아치는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이우에 대한 질투로 당황한다. 거친 할미의 온정속에서 자란 그의 마음 속에 하나의 상처, 하나의 구멍이 되어 버린 엄마에 대한 존재..

 

이우에게 엄마는 무엇일까? 판도에게 엄마는, 구멍이었는데.

옆을 돌아보았을 때의 빈자리 였는데. 구석구석 난로를 피워놓았는데도 집요하게 발목을 파고들던 냉기였는데...

네가 끈끈이 주걱처럼 여기는 관계를 누군가는 거의 질투에 가까운 심정으로 바라본다는 걸 넌 죽어도 모를테지 - p.168

 

거친 입담만큼이나 거친 행동을 보여주는 이삐 할미.

무당이었던 그녀는 거친 입담으로 자신의 다정한 속내를 숨긴다. 이우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소리를 지르는 것으로 표현한다. 하지만, 항상 '두 사람'이 같이 다니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우에게, 자신의 아픔을 어느 순간 터트리는 이우에게 거친 입담으로 다정한 위로를 한다.

 

속 끓일 거 없다. 지나고 보니 아픈 것도 낙이고 힘든 것도 낙이야. - p.176-177

 

"울어. 더 울어. 우는게 웃는 거여." - p.177

 

섬에 온 이후 점차 자신의 상처과 감정을 밖으로 표출해낼 수 있게 된 이우.

어린 아이가 말 하는 것을 배우듯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나 둘 이야기 할 수 있게 된 그녀는 이 섬에 와서 자신의 슬픔을 다독이는 법을 배웠고, 슬픔과 함께 존재하는 법을 배웠다.

 

"어떤 사람이었어?"

"내 가슴 속에 들어온 무지개. 빨강과 주황. 초록. 파랑."

"아니, 색깔이 아니라 빛. 투명하고 눈부시고 설레는."

"사랑했구나."  - p.181

 

슬프지만 아름다운 소설이었다.

모래 사장 속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사금같이 눈이 부시도록 그들의 모습이, 그들의 생생한 생명력에 눈이 부셨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자기 감정속에 충실하고 거침없이 표출해내는 이우의 모습이 너무 싱싱했다.

진흙속에서 핀 연꽃처럼, 슬픔을 견뎌내고 다시 삶의 희망을 잡게 된 이우의 모습이 너무 기쁘고 흐뭇했다.

슬픔의 바구니 속에 생명력 가득한, 예쁜 들꽃들이 모여있는 것 같은 소설이었다. 작가의 묘사는 아름다웠고, 인물들의 대화들은 톡톡 튀는 생명력에 감탄이 일었다.

 

이 책은 이제까지의 노력을 허무하게 태원의 아버지 영도는 정모를 창고에서 쫓아내 다른 사업을 하려 압력을 가하고, 이우의 출생의 비밀도 약간은 드러난 채, 영도의 죽음으로 아쉬운 결말을 맞이한다. 작가의 유고작이기에 미완성된 뒤의 이야기가 궁금하지만, 알 수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82년생 김지영 오늘의 젊은 작가 13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1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82년생 김지영.. 작년 한 해 뜨겁게 달구었던 그 소설을 드디어 읽었다.

읽어야지.. 생각만 하다가 해가 넘기고 이제서야 읽게 되었는데, 읽은 후 마음이 찜찜해지는 건 왜 일까?

 

소설은 제3자의 관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고, 한 발자국 떨어져서 담담하게 서술되는 듯하다.

하지만, 소설 속 에피소드들은 등장인물의 대화와 속마음을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어 그녀의 일상을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들이 정말.. 너무나 새롭지가 않아.. 충격적이었다.  

소설 속 김지영의 여자로서의 경험들도, 김지영의 어머니의 여자로서의 경험들도 너무 익숙했다.

김지영의 경험들은 정말 나와 내 주변 친구들 누구나 경험한 것들이었고,

김지영의 어머니의 경험들도 자라오면서 내 어머니에게 자주 들었던 어머니의 경험들이었다.

이런 이야기가 소설일까? 하나도 새롭지 않은데?

 

위로 언니와 남동생을 사이에 두고 있는 둘째 딸로 태어난 82년생 김지영.

집안의 보배둥이로 취급받는 남동생과 달리 언니와 함께 집안일을 돕고,

남자애들을 좋아하는 아이에게 괴롭히는 버릇이 있다며 친구가 되라는 말을 해주는 선생님과

당연히 남학생이 1번이 되고, 앞번호부터 급식을 받아 뒷번호인 여학생들은 밥 먹을 시간이 부족한 초등학생 시절을 보낸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스토커처럼 자신을 쫓아온 남학생에게 "왜 나한테 꼬리쳤으면서 스토커 취급이냐?"는 말을 듣게 되고, 이를 들은 아버지에게 "기집애가 늦게 다닌다"며 호통을 듣는다.

대학시절, 여자들에게 친절하고 배려있게 행동했던 선배가 "누가 먹다버린 껌을 씹냐?"며 아무렇지도 않게 남자들과 지껄이며, 그 다음날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을 대하는 행동을 보게된다.

 

졸업후 사회에 나와서 같은 점수이면 남학생을 선호하는 기업들의 현실을 마주치고,

성희롱이나 19금 유머를 아무렇게나 내뱉는 웃기지도 않는 말들을 아무말없이 들어야했다.

결혼 후 육아를 위해 회사를 그만두어야 하고, 그 후 일을 구하려고 해도 할 수 있는 것은 요식업 아르바이트 뿐이다.

1500원짜리 커피를 사서 공원에 나가 먹고 있는 김지영에게 주변의 남성들은 '맘충이'라고 쑥덕거린다.

 

네살짜리 딸을 두고 있는 김지영.

그녀는 갑자기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시댁 식구들과의 모임에서 갑자기 등장한 김지영의 목소리.

 

“아이고 사부인, 사실 우리 지영이 명절마다 몸살이에요.”
잠시 아무도 숨을 쉬지 않았다. 거대한 빙하 위에 온 가족이 앉아 있는 것 같았다. - p.17

 

 

남편에 의해 정신과 상담을 받는 김지영의 의사는 지영과 상담을 하며

자신이 몰랐던 새로운 세계를 경험했다며 자신의 아내를 바라본다.

 

스트레스로 인해 마음의 균형이 깨진 김지영은 이후 과연 어떻게 될까?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충격받은 것은 두 가지였다.

첫째, 김지영의 삶이 너무 익숙해서 아무렇지도 않다는 것.

남성우위의 세상에 너무 익숙해서 그것에 대해 반대, 혹은 분노의 목소리를 내는 것조차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둘째, 정신과 상담의사가 말했던 것처럼, 그들(남성들)은 '새로운 세계'의 경험이라고 생각한다는 것.

남성들은, 세상은 그것을 새로운 세계의 경험이라고 생각하는 구나..여성이 생각하는 것들을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정말 다른 세계가 사는 걸까?

 

왜 김지영은 자신의 마음을 다른 사람의 목소리로 내기 시작하는 걸까?

소설 속 내용처럼 '말을 해도 상황은 그대로이거나 더 나빠졌기 때문이다.(p.185)'

아마 현실 속 여성들도 그럴 것이다. 목소리를 내봤자 어느 것 하나 바뀌지 않고, 자신만 상처입을 일 투성이기에 그냥 목소리를 내지 않을 뿐이다.

그래서 김지영은 점점 목소리를 잃어갔고, 넘쳐나는 마음의 목소리를 다른 사람의 목소리로 내지않으면 안 될 정도에까지 이르렀던 것이다.

 

그런데 사회는, 세상에 존재하는 다른 성(性)의 사람들은 아마 그것을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것만 같다. 이러한 일들이 당연히 감내해야할 일이라고 받아들인 것이 아닌데, 자꾸 그렇다고 그래야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만 같다.

 

물론 과거보다는 여성의 삶, 여성의 지위에 대한 인식은 변화했다.

그러나 그것은 자신의 아내, 자신의 딸에 한정될 뿐, 자신의 가족을 제외한 나머지 여성들을 대하는 방식에는 여전히 변화하지 않고 있다. 그 방법이 좀 더 교묘하고, 보이지 않게 바뀌고 있는 부분이 많을 뿐이다.

 

사실 이 책을 읽고 난 후, 별로 할 말이 없을 것 같았는데, 이렇게 주저리 말이 많은 것을 보니 나도 어쩌면 김지영처럼 마음 속의 목소리를 꾹꾹 눌러 숨기기에 바빴던 걸까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정말 여성들보다 남성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이 책을 읽은 다른 성(性)의 사람들이 '새로운 세계의 경험'이라고 생각하지 않기를..

지금 현재 살고 있는 여성들은 바로 이런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을 제대로 알고 있었으면 좋겠다.

바로 그들의 딸들을 위해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부활 1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06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백승무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 그 노인네가 정말 기막힌 작품을 썼어." - 막심 고리키

 

세계적인 작가 레프 톨스토이의 마지막 장편소설 <부활>..

이 책을 받는 순간 기대감이 활짝 피어올랐다.

'귀족과 창녀의 신분차이를 뛰어넘는 사랑의 노래, 사회적인 불합리를 고발하는 정치적인 보고서, 종교적인 의미를 고뇌하는 철학서'라는 평을 듣는 이 거대한 서사시는 과연 어떤 내용일까?

어렵지는 않을까?

 

이야기의 시작은 마슬로바의 재판에서 시작한다.

 

미혼모 농노의 딸로 태어난 사생아로 태어난 마슬로바 카츄사...

그녀는 마굿간에서 태어나 두 늙은 여지주의 눈에 띄어, 그녀들의 하인으로 성장한다.

여지주들의 조카인 네흘류도프의 방문으로 사랑에 눈을 뜨게 된 그녀..

순수하고 아름답던 첫사랑과의 헤어짐 이후, 전쟁에 참여하게 된 네흘류도프와 재회하게 되었으나, 그는 예전의 그가 아니었다.

아버지의 유산을 소작농에게 무상으로 분배해주었던, '자신의 신념'에 따라 꿈과 이상을 쫓던 반짝반짝한 청년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신념'에 따라 나태하게 끌려가고 있는 탐욕으로 가득찬 일반사람들 중 하나가 되었다.

자신이 떠나기 전날 밤, 그녀를 능욕하고, 돈 200루블을 던져주며 자기 합리화를 해버린 그..

그는 더 이상 '자신의 신념'에 따라 진실을 쫓으며, 스스로의 지성에 의거한 삶을 포기해버린다.

 

"...네흘류도프도 처음에는 이런 풍조에 저항했다. 하지만 그 싸움은 너무나도 힘들었다. 그가 신념을 갖고 한 일들에 대해선 모두들 나쁘다 보았고, 반대로 그가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선 옳은 거라 말했다. 결국 네흘류도프가 손을 들었다. 그는 자기 자신이 아니라 타인을 신뢰하게 되었다. " - p.80

 

그 이후 임신한 마슬로바는 여지주의 집에서 나와, 다른 일거리를 구하지만,

역시나 계속되는 귀족들의 강제적인 착취와 강간의 위험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그럴바에야 자신에게 좀 더 자유와 돈이 주어지는 유곽생활을 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늙은 상인의 독살사건에 휘말린 마슬로바..

네흘류도프는 우연히 마슬로바의 재판에 배심원으로 참가하게 되고, 그녀의 변한 모습에 놀라고, 그녀로 인해 과거 자신의 치부가 드러날까 전전긍긍한다.

재판에 참가한 귀족들과 배심원들은 그녀의 유죄/무죄에는 관심없이 모두 자신의 개인적인 이유로 빨리 재판이 끝나기만을 바란다. 재판장은 애인과의 만남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검사보는 자신의 승전율을 자랑하기 위해, 배심원장인 대평은 자신의 권위를 세우기 위해...

이 모든 인간 군상들의 모습은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일반적인 사람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이기적이고 자신의 것만을 독식하는 탐욕에 절어있는 사람들..

 

누군가의 사소한 잘못으로, 누군가의 사소한 오해로  진실과 상관없이 사건은 진행된다.

마슬로바의 유죄확정. 징역형..

 

이를 겪는 과정속에서 네흘류도프의 마음 속에는 거센 풍랑이 일어난다.

시작은 자신의 과오가 밝혀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되었지만, 점점 시간이 갈수록 그는 자신을 둘러싼 이기심과 탐욕의 울타리를 벗어나 진실을 쫓기위한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면의 목소리를 다시 경험하기 시작한다.

 

"...그동안 그는 자신의 삶이 얼마나 더러워졌는지, 그러한 삶과 양심의 목소리 사이에 얼마나 큰 간극이 생겨났는지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이제야 그 간극이 얼마나 큰 것인지 깨달은 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 차이가 너무나 크고 또 너무 심하게 더러워져 있어, 처음에는 정화의 가능성 자체를 단념해버리고 싶었다. '나아지려고 안 해본 게 아닌데 달라진 게 없잖아. 한번 더 해본다고 뭐 나아지겠어? 너만 그런게 아니야. 남들도 똑같아. 다들 그렇게 사는 거지 뭐.' 마음속에서 악마가 이렇게 속삭였다. 하지만 그 자체로 진실하고 강력하고 영원한, 자유로운 정신적인 존재가 네흘류도프 안에서 이미 깨어나고 있었다. 그는 그 존재를 믿지 않을 수 없었다. 현실의 자아와 이상적인 자아 사이의 간극이 아무리 커도 그것이 깨어난 이상 불가능한 일은 없을 것 같았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나를 얽매고 있는 이 거짓을 깨부수고 말리라. 모든 것을 인정하고 진실만을 말하고 진실만을 행하리라.' ..." - p.160

 

 

네흘류도프는 생각한다. '어떻게 이런 잘못된 상황을 바로 잡을 수 있을까?'

자신을 둘러싼 엉망으로 얽힌 실타래 같은 상황들, 마슬로바를 둘러싼 현실의 부조리한 상황을 바로 잡기 위해 한 발자국씩 앞으로 내딛는 네흘류도프..

 

과연 마슬로바의 억울한 사건은 진실이 밝혀지고, 귀족인 네흘류도프와 창녀 마슬로바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소설은 네흘류도프의 내면의 목소리로 가득차 있다.

풍랑을 맞아 요동치며 작은 배처럼, 저 까마득한 위에서 아래로 곤두박질치듯 내려오는 자일로코프처럼, 이리저리 상황에 따라 흔들리는 풍선처럼, 불안정하고 연약한 인간 내면의 소리를 잔뜩 속삭인다. 그의 내면의 소리는 바로 우리 자신의 내면의 소리인 것 만 같다. 아마도 이런 상황에서 나도 그런 속삭임에 빠져 이리저리 흔들리겠지.. 탐욕의 한 가운데에서 이리저리 흔들리겠지..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레프 톨스토이의 <부활>.

사고전의 대표격인 이 소설은 사회현실에 대한 저항의식, 종교와 인간에 대한 고뇌를 보여준다는 거대한 의미부여에도 불구하고 읽기 어렵지 않다. 인물들의 내면의식이 잔뜩 쏟아져 나오는 속도감있는 진행이 몰입감을 높이고 독자들의 내면을 휘저어 놓는다. 

네흘류도프의 무책임함, 이기적임, 현실적 고뇌와 연약한 불안정함은 독자들에게 답답함을 주고, 안절부절 못하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욕만할 수 없는 것은 바로 그의 모습이 우리 인간의 모습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2권의 내용이 어떤 결말이 날지 궁금하다.

과연 진실이, 약자가 승리하는 결말을 맞이하게 될 것인가? 

 

 

"<부활>을 읽는 건 우리 자신을 읽는 일이기도 하다.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가 거인 톨스토이의 넓이와 높이를 보여준다면 <부활>은 그 깊이를 말해준다. 인생의 의미란 무엇이며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부활>의 물음이 유효하다면, 톨스토이는 우리의 동시대 작가이며 <부활>은 여전히 필독의 고전이다. 고전은 그렇게 부활한다" -이현우(<로자의 인문학서재> 저자)

 

 

(문학동네 톨스토이 탐험단으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