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6권은 역동적인 시대상황과는 달리 겉으로 드러나는 역동적이 사건전개보다는 잔잔한 서사가 이어진다. 그러나 잔잔하게 이어지는 서사가 마치 깊은 바다가 모든 것을 삼켜 그 깊음을 가늠할 수 없는 것처럼 잔잔하게 이어지는 서사 속의 인물들의 깊은 내면을 상상해보는 재미가 있었다. 용이와 월선이, 길상이와 서희의 이야기는 어떻게 전개될지 애잔하고 안타깝고 마냥 저 둘만의 스토리로 치부할 수 없는 시대상황에 그저 막막해졌다. 또한 상현이와 석이, 이름없는 인물들의 서사에서 가슴에 흐르는 눈물을 삼켰다. 야무네 뒷모습을 보는 석이에게 관수가 말한다. "어 가자. 간장 녹을 일이 어디 한 두 가지가, 산 보듯 강 보듯, 어 가자." 토지 6에서 시대속 인물들의 모든 상황과 심리를 대변하는 듯한 이 문장이 가장 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