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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언스
곤도 후미에 지음, 남소현 옮김 / 북플라자 / 2024년 12월
평점 :
1969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난 저자는 오사카 예술대학 문예학과 졸업 후 1993년 "얼어붙은 섬"으로 제4회 아유카와테츠야상을 수상하며 데뷔했습니다. 2008년 자전거 로드 레이스를 소재로 한 청춘 미스터리 "새크리파이스"로 제10회 오야부하루히코상을 수상했고, 같은 작품으로 제5회 서점대상 2위에 올랐습니다. 그 밖의 저서로 "종종 여행 떠나는 카페", "마카롱은 마카롱", "흔들리는 교실" 등이 있습니다. 그럼, 저자가 쓴 <인플루언스>를 보겠습니다.
글로 어느 정도 먹고사는 소설가 나에게 30년간 이어온 여자 셋의 이야기에 흥미가 있을 거라는 내용의 편지를 받습니다. 나는 호텔 라운지에서 만나기로 메일을 보냈고,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판단해 달라고 합니다.
초등학생 때까지 토츠카 유리는 일명 뉴타운이라 불리는 아파트 단지에서 평생 살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같은 단지에 사는 친구들과 자연스레 놀았고, 집 구조도 똑같아서 누가 부자고 누가 가난하다는 생각조차 못 했습니다. 히노 사토코와는 유치원 다니기 전부터 놀이터에서 놀았는데, 사토코는 할아버지, 부모님, 남동생과 같이 살고 있습니다. 단지 내 아이들은 거의 같은 초등학교에 입학했고, 여전히 사토코와 친하게 지냈습니다. 2학년이 된 어느 날 유리 집에 할아버지가 와 계셨고, 사토코가 놀러 왔습니다. 유리 할아버지는 사토코에게 이것저것 물으며 말을 붙였고, 사토코도 긴장을 풀고 편하게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러다가 사토코가 유리도 할아버지랑 같이 자냐며, 엄마가 여자애는 할아버지랑 같이 자는 거라 했다는 말을 듣고 낯빛이 변합니다. 둘이서 한 이불을 덮고 잔다는 말에 사토코가 돌아간 뒤 유리 부모님과 이야기를 합니다. 할아버지는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으니 같이 놀지 못하게 하라고 합니다. 어리다고 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사토코도 유리도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고 전보다 사이가 소원해졌고, 2년이 지나 같은 반이 된 사토코를 보고 변한 것을 느낍니다. 사토코는 예쁘고 성격이 쾌활해 인기 있는 그룹에 들어가 그 아이들과 놉니다. 그러다 학교를 마치고 단지 안으로 들어왔을 때 사토코가 계단으로 이끌면서 할아버지랑 같이 잔다는 거를 말하면 죽여버릴 거라고 속삭입니다. 그 말을 들은 유리는 사토코에게 아무런 손길을 내밀지 못한 죄책감에 자책합니다.
그날 이후 사토코와는 거의 말을 섞지 않은 채로 시간이 흘러 중학교에 입학합니다. 그즈음 사카자키 마호가 이사를 옵니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발레를 배워서인지 자세가 반듯했고, 표준어를 썼습니다. 유리는 마호와 만화책을 계기로 친해졌고, 반에서 혼자 밥을 먹는 그녀를 자신의 친구들에게 소개합니다. 남학생들의 행동은 점점 거칠어지고, 그중에서도 호소오는 수업 중에 밖에 나가 담배를 피우는 등 교사와 교칙을 대놓고 무시합니다. 2학년이 되어 유리는 마호, 호소오, 사토코와 같은 반이 됩니다. 사토코는 호소오와도 친하게 지냈는데, 사귄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여름방학 며칠 전, 호소오 무리에게 폭행당해 유리 친구이자 다운증후군을 가진 리나코가 죽었습니다. 동아리 활동으로 학교에 남아 있던 많은 학생들이 그 모습을 보았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그 자리에 사토코도 함께 있었습니다. 호소오는 소년원으로 갔고, 사토코는 왕따를 당해 결국 학교를 나오지 않습니다. 사토코라는 친구를 잃게 된 유리는 마호와 더 친하게 지냈는데, 미니밴에서 내린 어떤 남자가 마호를 억지로 차에 태우려고 합니다. 그 모습을 본 유리는 그녀를 구하려다가 남자가 가지고 온 칼로 그를 찌릅니다. 당황한 둘은 그대로 도망쳤습니다. 다음 날 유리 엄마가 경찰이 사토코를 잡아갔다고 합니다.
유리 대신 자신이 남자를 칼로 찔렀다고 자백한 사토코, 자수하겠다는 유리를 말리는 마호, 사토코를 또다시 외면한 유리, 이 셋의 이야기는 어떻게 될지, <인플루언스>에서 확인하세요.
어렸을 때 그 사람의 부모와 친구는 그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칩니다. 영유아기는 사회적 기대와 규범, 문화, 가치관 등을 배우고 습득하며, 인간관계의 기본적인 뼈대를 형성하는데, 주로 가족과 또래집단에서 사회적 지식을 배웁니다. 어릴 땐 부모의 영향력이 컸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또래의 영향력이 커져서 사춘기 때 절정에 달합니다. 이렇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친구는 그만큼 중요하기에 좋은 친구를 사귀어야 한다는 옛말이 틀린 말은 아닙니다. <인플루언스>는 어릴 때부터 친했던 유리와 사토코, 유리와 마호의 관계를 그립니다. 책을 읽으며 사토코, 마호가 유리의 친구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유리의 죄책감을 빌미 삼아 그녀를 협박하고, 이용하려고 하는 모습에서 우정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그녀를 좌지우지하고자 하는 모습이 더 보였기 때문입니다. 어려운 상황에 닥쳤을 때 도와주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것을 가르쳐 주는 옛이야기도 있고, 진정한 친구 한 명만 있어도 성공한 인생이라고도 합니다. 그만큼 진정한 친구가 되기도, 얻기도 힘듭니다. 유리는 물불 가리지 않고, 남을 해치면서까지 친구를 구하려고 했습니다. 법을 어기면서 우정을 지키는 것이 옳지는 않지만, 그녀가 친구를 위하는 마음은 진실입니다. 결국 그녀의 진심은 닿았고, 친구는 이 세상에 살아 있어도 괜찮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답니다. 저마다 혼자였지만 함께 있지 않을 때도 그들의 관계는 이어져 왔고, 앞으로 그럴 것이라며 유리는 결코 고독하지 않았기에 괜찮다고 합니다. 그래서 마지막 그녀들의 모습이 더욱 여운이 남습니다.
상처를 입어도, 실수를 해도, 무언가를 잃어도, 나이를 먹어도,
미래는 언제나 우리 손안에 있다.
p.263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