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땐 굴뚝에 연기는 아르테 미스터리 19
아시자와 요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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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난 저자는 지바대학 문학부를 졸업하고 출판사에서 근무하다 2012년 "죄의 여백"으로 제3회 야성시대 프론티어 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이 작품은 2015년 영화화되었습니다. 2016년에 발표된 "용서받을 생각은 없습니다"가 제38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 신인상 후보로 선정되었고, 2021년 "더러워진 손을 거기서 닦지 않는다"로 제164회 나오키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그럼, 2018년 제7회 시지오카 서점 대상을 수상했으며, 2019년 제16회 일본 서점 대상 후보, 제36회 야마모토 슈고로상 후보에 선정된 <아니 땐 굴뚝에 연기는>을 보겠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 '얼룩'은 작가이자 화자가 괴담 이야기 청탁을 받았고 8년 전부터 외면했던 그 이야기를 쓰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땐 출판사 직원으로 자신이 담당한 책을 홍보했는데, 오컬트 작가 사카키가 액막이를 잘하는 무속인도 아는지 친구 사키코가 물어봅니다. 사키코는 친구 쓰노다가 난처한 상황이라며 같이 보자고 합니다. 쓰노다는 얼마 전 결혼하려던 남자와 용하다고 소개받은 가구라자카의 이모님이라고 불리는 사람에게 궁합을 보러 갔답니다. 그 사람은 불행해진다며 결혼하지 말라고 했고 기분이 상한 남자친구는 소리를 지르며 언성을 높였습니다. 남자친구의 모습을 보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헤어질까라고 물었더니 그는 무서운 눈으로 노려보며 헤어지면 죽어버릴 거라고 합니다. 이후로 자해한 손목을 보여주고 만남을 강요했고, 한참을 시달리다가 와달라는 말에 가지 않았더니 다음 날 죽었다는 연락을 받았답니다. 목격자의 말에 따르면 쓰노다 씨의 남자친구는 차로 가구라자카를 올라가다가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갑자기 운전대를 꺾어 전신주를 들이받았다고 합니다. 음주는 아니어서 자살로 종결되었습니다. 자책하는 쓰노다는 회사에서 교통광고를 담당하고 있는데 계약 고객이 포스터가 지저분하다고 불만을 제기합니다. 실제 포스터에 얼룩이 점점이 묻어져 있었고 다시 인쇄했으나 그 후에도 똑같은 일이 계속됐습니다. 인쇄소를 바꾸고, 확인도 했지만 게시한 후에 자꾸 얼룩이 발견됩니다. 얼룩을 돋보기로 확대해서 보니 깨알 같은 사과해라는 글자가 빽빽이 들어차 있습니다.


네 번째 '악몽'은 네일숍에서 일하는 도모요 씨에게 들은 이야기랍니다. 약 1년 전 결혼한 도모요 씨는 남편 가즈노리 씨의 본가에서 시어머니 시즈코 씨와 같이 살기 시작했습니다. 시댁에 살면서부터 도모요 씨가 기묘한 악몽을 꾸기 시작했는데, 매번 산 채로 불타 죽는 꿈이 생생해서 괴로웠습니다. 깨어난 후에도 선명히 기억나고, 전에도 같은 꿈을 꾸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게다가 매번 반드시 같은 타이밍에 꿈인 걸 깨닫고 도움을 요청하고, 연기 속을 헤매다가 쓰러져 등에 충격을 받은 다음 죽습니다. 참다가 말했더니 시어머니 시즈코 씨는 자신도 예전에 같은 꿈을 꾸었다며 누군가가 나타나 살려달랬잖아라고 말한다고 한답니다. 그녀도 이 악몽을 해결하기 위해 영능력자와 신사를 찾아다니며 액막이를 받았지만 소용이 없었고, 이 집에 살기 전까지 괜찮았기에 이사를 원했으나 시부모의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분가는 허락할 수 없고, 집을 파는 것도 안 된답니다. 이후에도 악몽을 꾸다가 결국 40도가 넘는 고열에 신음하며 2주 넘게 생사의 갈림길을 헤맸고, 겨우 살아났으나 고열의 후유증으로 왼 다리에 마비가 왔습니다. 하지만 꿈을 더 이상 꾸지 않아 안심하고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 며느리 도모요가 악몽을 꾸기 시작한 것입니다.


다른 네 개의 이야기와 소개한 이야기의 끝은 <아니 땐 굴뚝에 연기는>에서 확인하세요.




책의 구성이 독특합니다. 주인공은 2016년 5월 26일 "용서받을 생각이 없습니다"란 실제 자신의 작품을 언급하며 교정지를 돌려보낸 그날 미스터리한 일이 시작되었답니다. 작가이자 화자의 고백으로 시작한 '얼룩'은 괴담을 써달라는 의뢰를 받아 생각난 지인의 이야기였고, 앞선 괴담을 읽은 직장 동료가 전해준 '저주', 앞선 괴담을 써도 되겠느냐고 오컬트 작가에게 연락했더니 마침 묵혀둔 이야기가 생각났다며 이야기한 '망언', 괴담을 실은 담당자가 부동산 회사에 다니는 친구에게 앞선 괴담을 꺼냈다가 전해 들은 이야기 '악몽', 그 부동산 직원이 동업자에게 앞선 괴담을 꺼냈다가 또 다른 동업자가 전해 준 이야기 '인연'까지 다섯 편의 단편을 주인공은 잡지에 실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다섯 편의 단행본으로 엮으려고 오컬트 작가에게 조언을 구했더니 왜 하필 이 다섯 편의 이야기를 쓰기로 했는지를 주인공에게 물어봅니다. 보통의 실화 괴담은 상황과 경위를 제시하고 내용을 묘사한 후 끝이 납니다. 하지만 이 다섯 편은 모두 하나의 괴이 현상을 중심으로 흥미로운 수수께끼와 덧붙이지 않고는 이야기를 끝맺기가 애매한 후일담이 있습니다. 오컬트 작가는 원고를 살펴보겠다고 합니다. 주인공도 다시 원고를 하나하나 보면서 의심 가는 부분을 발견했고, 다섯 화 전부를 연결하는 고리를 찾아냈습니다. 자신의 억측인지, 아니면 단순한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오컬트 작가는 아직도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면서 이야기의 끝을 맺습니다.


시작부터 독특했고, 마지막까지 특이한 <아니 땐 굴뚝에 연기는>은 일상 스릴러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현실에서 보기 힘든 괴물보다 일상 존재들에게서 기이함을 느끼는 스릴러야말로 읽고 난 후에도 소름이 돋고 계속 생각나게 합니다. 그런 스릴러 소설의 재미를 제대로 느끼게 하는 작품입니다. 다섯 편의 이야기는 상관없어 보이지만 마지막 여섯 편의 이야기에서 하나로 묶는 열쇠를 제공합니다. 이제 내가 놓친 부분은 무엇인지 책을 다시 읽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될 것입니다.


의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마음속에서 시작된 의심을

완전히 지우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p. 265)



뽀야맘책장에서 책을 읽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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