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범죄전담팀 라플레시아걸
한새마 지음 / 북오션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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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계간 미스터리 2019년 봄, 여름호 '엄마, 시체를 부탁해'로 신인상을 수상하고, 2019년 엘릭시르 미스터리 대상, '죽은 엄마'로 단편 부분 수상을 했습니다. 대표작으로 2021년 황금펜상 수상 후보작 '어떤 자살', 2022년 황금펜상 수상 후보작 'Mother Murder Shock' 가 있으며, 그 외 '여름의 시간', 위협으로부터 보호되었습니다', '윌리들' 등 다수의 작품을 집필했습니다. 그럼, 저자가 쓴 <잔혹범죄전담팀 라플레시아걸>을 보겠습니다.



해양 경찰 강규식 경사는 외아들이 희소병에 걸렸고, 어린 아들의 명줄을 잇기 위해 안 해본 짓이 없었는데 그때 벌인 굿판의 모양새가 사건 현장과 비슷합니다. 하지만 거기에선 네 개의 창에 허수아비를 꽂아 두었는데 여기에선 허수아비 대신 사람이 꽂혀 있었습니다. 모두 벌거벗은 상태였고 뱃가죽은 바큇살 꼴로 벌어져 있었습니다. 팔다리는 말린 개구리처럼 앙상했고 거죽은 잿빛입니다. 움푹한 눈구멍들이 모두 한곳을 응시하고, 분질러진 손가락들이 한 군데를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말라비틀어진 나뭇가지 같은 검지가 가리키는 곳엔 작디작은 시체꽃이 피어 있었습니다. 여자아이 시체로 만들어진 꽃입니다. 조타실 안에서 열 살쯤 되어 보이는 생존자를 발견합니다. 여자아이는 흰 광목을 대충 기워 만든 이상한 옷을 입고 있었는데 넋이 나가 있었습니다. 물어봐도 대답이 없었고 꽉 쥔 주먹엔 가짜로 만든 우주함대 선장 면허증이 있습니다. 거기에 아이의 생년월일과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괜찮냐고 물으니 아이는 신음을 내뱉으며 고통스러워합니다. 피가 배어 나오는 등판을 들추니 갑판에 죽어 있던 여자아이의 모습을 그대로 본뜬, 꽃잎 안에 붉은색 산스크리트어로 한 땀 한 땀 채워져 있는 시체꽃 문신이 있습니다.


광역수사대 강력 3팀 팀장 강시호, 15년 경력의 베테랑 배영민 경사, 배 경사의 오랜 파트너인 유도 국대 출신 헬스 보이 차진웅 경장, 작년까지 언더커버로 활약했던 우근지 경장, 팀의 막내 방이열 형사는 사건 현장인 프라이빗 고급 아파트 901호에 도착했습니다. 신고자 가사도우미 김희령 씨는 제3금융권 EM 파이낸셜 대표 70세 신영호 피해자의 마카오 여행 귀국 일자에 맞춰 오후 4시경 출근하면서 죽은 그를 발견했습니다. 사망원인은 손 졸림사에 인한 타살이며 죽은 후 둔기로 얼굴이 손상되었고, 이빨을 발치해 증거 인멸을 시도했습니다. 아들 신태광은 부사장으로 현재 중국 출장 중이라고 하고, 마지막 목격자는 박순만 운전기사와 백기철과 최충일 경호원입니다. 피해자가 거주하는 아파트의 모든 출입문은 사전 등록된 거주민의 지문 인식으로만 개폐되고, 엘리베이터도 지문 인식 없이는 작동되지 않습니다. CCTV도 중앙 출입문, 지하 출입문, 엘리베이터 안, 지하 주차장, 지상 정원에 이르기까지 수십 대가 설치되어 있고, 중앙 현관 로비에는 보안 요원들이 3인 1조로 항시 대기하는 요새입니다. 그런 곳을 뚫고 피해자를 죽인 데다가 윗집은 치매 노인과 요양 보호사가 살고 있었고, 아랫집은 여행 중이라 늦게 발견되었습니다.


2010년 3월부터 보여주는 모바일 다이어리는 22살 김민서의 내용입니다. 얼마 전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시간을 보내는데 24살 한제이를 우연히 만나 친해졌습니다. 그녀는 육자대명왕 창시관음교에 속한 신자였고, 종교단체라 거부감이 들었던 민서도 자원봉사하는 청년단원들을 보며 마음을 엽니다. 그러다 제이 언니가 권유한 강연을 들었고, 신도가 되어 그녀와 함께 살기 위해선 시험을 쳐야 합니다. 민서는 제이 언니네 공동체로 들어가려고 이를 악물고 공부를 해 합격을 합니다. 신입 신도들을 축하하는 입회식에 참석하기 전 세속의 번뇌와 물욕을 끊은 비상인들만 입주할 수 있다는 하늘 세상을 견학합니다. 민서는 행복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안심이 되었으나 화장실에 가다가 오열하는 중년 남자를 봅니다. 간호사 복장의 비구니들이 침상 주위에 둘러서서 너무 슬퍼 마라며 무릎 공양으로 이번 달 이자를 탕감하지 않았냐고 합니다.


강규식 형사 부부에게 입양된 시호는 죽은 동생의 범인을 붙잡기 위해 자신의 문신과 똑같은 문신을 고객들에게 새깁니다. 시호에게 시체꽃 문신을 새긴 이유는 무엇이며, 신 대표를 죽인 범인은 누구인지, 김민서가 가입한 종교단체의 실체는 어떻게 되는지, <잔혹범죄전담팀 라플레시아걸>에서 확인하세요.




죽은 고기잡이 어선에서 잔인하게 살해된 시체들이 발견됩니다. 마치 커다란 상여 같은 배 모습에 동, 서, 남, 북 방향으로 아이들이 창에 꽂혀 있었고, 살아남은 시호의 등판에는 죽은 여자아이의 모습을 그대로 본뜬 시체꽃 문신이 새겨져 있습니다. 세월이 지나 형사가 된 시호는 대부업체 대표가 살해된 사건을 수사합니다. 그 대부업체는 사이비 종교 신도들의 재산을 착복해 설립한 회사로 교주였던 대표는 복수를 피해 요새 같은 고급 아파트에서 지냈습니다. 아버지의 재산이 당장 필요한 아들, 과거를 협박해 돈을 뜯어내려고 했던 운전기사, 여전히 사이비 종교 교단을 운영하면서 배신자를 처단하려는 집단, 정신 차리고 교단을 탈퇴하고 나왔지만 가진 것 하나 없이 만신창이가 된 옛 신도들, 2010년 입회식 화재 사건의 피해자나 유가족까지, 그를 죽이고자 하는 사람은 많았습니다. 그중에 누가 범인인지를 수사하며 자신의 비밀도 풀어가는 주인공을 보며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TV에서 사이비 종교 단체에 빠져 회사도, 가족도, 심지어 자신마저 버리고 매달리는 사람의 모습을 종종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나 싶었지만 한번 발을 담그면 되돌리기 힘들어 계속 그 길로만 가게 되는 소설 속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이야기 마지막에 등장한 인물로 인해 다음 편이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데, 빨리 출간되어 읽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세상에서 제일 위험한 것은 어쩌면 '악'이 아닐지도 모른다.

자기 행동이 옳다고 믿는 잘못된 '선'이 제일 위험한 게 아닐까?

(p. 159)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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