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도 좋다, 가족 영화 - 품에 안으면 따뜻하고 눈물겨운 한줄도좋다 6
강수정 지음 / 테오리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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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글을 좋아하고 시와 단편소설을 읽은 저자는 

전공과 무관한 출판 쪽 일을 하게 되었답니다. 

출판사와 잡지사를 들락거리다가 전업으로 번역을 시작했고, 

번역 일도 스무 해 가까이 되어간답니다. 

전문 번역가 강수정 씨가 생각하는 '가족이란 대체 뭘까'의 해답을 

<한 줄도 좋다, 가족 영화>에서 보겠습니다.



담담하고 심심한 가족의 맛, 

싫어 죽겠다고 욕해도 남에게 무시당하는 것은 못 보는 가족의 맛, 

저마다 다양한 가족에 대한 생각과 느낌이 있습니다. 

소설가 천명관의 원작을 영화로 만든 "고령화 가족"은 모두가 막장이지만 

밥상에 둘러앉아 먹는 모습을 보면 진짜 가족은 이렇구나를 보여줍니다. 

식구가 별거 아니라고 한데 모여 살면서 같이 밥 먹고 

같이 자고 같이 울고 웃으면 그게 가족이라는 엄마의 이 한 마디가 

정말 가족은 무엇인지를 제대로 정의 내립니다. 

아무리 피로 이어진 가족이라도 같이 얼굴 맞대고 밥 먹지 않으면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지요. 

피 한 방울 안 섞여도 매일 밥 먹으며 이야기 나누면 가족보다 더 진한 정이 흐릅니다.


'어버이날'에 특집으로 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정말 눈물샘 자극하는 드라마입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영화로 만들어졌다고 하네요. 

그때도 주인공인 엄마의 모습에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엄마의 이미지가 합쳐져서 

가족이라는 이름 하나로 엄마에게 다 이해해달라고, 

무조건 떼를 쓰던 불효 자식들의 모습이 내 모습이라서 

더욱 눈물 없이 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영화에서 프랑스는 그런 제도가 있는가 봅니다. 

"가족이 되기까지"는 21살의 클라라가 혼자 병원에 와서 익명으로 출산을 하고 

자신이 키우고 싶지 않다며 입양 신청서를 작성한 뒤 떠나버립니다. 

프랑스에는 친부모 확인 국가 지원소라는 게 있어서 

(생모가 선택할 경우) 나중에 아이가 생모를 찾으려고 할 때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밀봉해서 보관해놓는다고 합니다. 

생모가 친권 포기서를 제출하면 두 달의 숙려 시간을 거쳐 

아이는 국가 보호 아동으로 등록되고 

자격심사 위원회에서 입양 신청자들을 검토하는 동안 

아이는 위탁 보호사의 손에서 자라게 됩니다. 

입양으로 부모가 되는 과정은 복잡합니다. 

국가가 개입해서 모든 장치를 마련하지요. 클라라가 낳은 테오와 

입양을 간절히 원하는 알리스가 한 가족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다큐멘터리에 가깝게 영화는 보여줍니다. 

영화에서는 부모가 되기 위해 까다로운 조건과 시험을 거치는데, 

정작 아이를 낳은 부모들은 그 정도의 마음을 했나 싶습니다. 

나이만 먹는다고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니고, 

아이를 낳는다고 부모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절실히 느낄 수 있습니다.


주렁주렁 낳아놓은 아이들을 출생신고도 하지 않고, 

학교에 보내지도 않고 거리로 내몰아 돈을 벌어오게 합니다. 

그들은 자식이 생기면 낳는 것이고 그렇게 태어난 자식은 부모의 소유물입니다. 

초경을 갓 시작한 어린 딸을 돈 많은 신랑에게 팔아넘겼다가 

임신을 감당할 수 없었던 딸이 죽은 뒤에도 부모는 또 애를 가집니다. 

아이는 자라서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고 존중받고 사랑받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래서 아이는 자신을 태어나게 했다는 이유로 부모를 고소합니다. 

지옥 같은 세상에서 뒹굴던 아이는 

부모가 더는 자식을 낳지 못하게 해달라고 요구합니다. 

"가버나움"의 등장인물들은 거리에서 캐스팅했으며 이후 

영화에 출연한 여러 아이들과 그 가족들에게 

지속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재단을 설립했다고 합니다.




저자는 가족에 대해 잘 모른다고 고백합니다.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시고, 엄마는 돈을 벌기 위해 바빠서 온전히 엄마일 수 없었대요. 

언니와 오빠가 있었지만 나이 터울이 있고, 전부 어렸을 때라 

자기 앞길만 가기도 바빴겠죠. 

저자는 쓸쓸하고 붙임성 없이 자랐고, 관계에 대해, 가족에 대해, 

무지한 상태로 어른이 되었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 줄도 좋다, 가족 영화>에 나온 가족 영화들을 보며 

저자는 가족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지 않았을까요. 

넘쳐났다면 오히려 깨닫지 못했던 '가족'이란 의미가 부족했기 때문에 

더욱 절실하고 더욱 애타게 찾게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같은 단어를 들어도 연상되는 이미지가 다르듯, 

책에 소개된 가족 영화에 나온 가족들의 모습도 다릅니다. 

그래서 더욱 좋습니다. 

한 가지 모습의 가족이 정답이 아니란 얘기니까요. 

가족은 내게 무엇일까를 생각해 본 시간이 되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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