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술사
박은주.양지열.김만권 지음 / 미디어샘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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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박은주 씨는 TBS PD이며 영상에 사람과 삶을 담고 싶다고 합니다. 

또 다른 저자 양지열 씨는 중앙일보에서 8년간 기자로 일했으나 

33세에 사법시험공부를 시작해 합격했고 

지금은 법무법인 변호사로 활동 중입니다. 

공동저자 김만권 씨는 현재 경희대 비교문화연구소 학술연구교수입니다. 

이 3명이 이 시대 '언론의 문제'를 논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언론술사>에서 보겠습니다.



'사람 담는 PD'는 팬데믹 시대의 우리 언론은 

국민들의 고통마저 소비하는 백신에 대한 불안감 조성과 함께 

교란성 정보를 보도하고 있다고 합니다. 

인과관계가 확실하지 않은 정보에 대해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올리고 클릭을 유도하거나 

각종 부작용을 일으킨 사람들의 숫자를 경마식을 보도합니다. 

하나의 이슈를 가지고 추가적인 취재 없이 

반복적으로 기사를 재생산하는 패턴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언론이 언론의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한 모습을 보며 

가짜 뉴스 바이러스를 잠식시켜야 하는 주체가 언론임을 말합니다.


'그림 읽는 변호사'는 뭉크의 '불안'과 '절규'를 보여줍니다. 

팬데믹 시대의 불안은 질병의 정체를 알 수 없다는 사실에서 옵니다. 

어디서 어떻게 사람에게로 옮겨왔는지, 

어떤 경로를 거쳐 사람들 사이로 퍼지는지, 

걸리면 어디가 얼마나 아프고, 목숨을 잃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되는지 

무지는 공포를 극대화했습니다. 

언론도 처음 겪는 일인 만큼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지 못했을 수 있고, 

효과적인 방역에 필요한 비판은 반드시 필요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특정 집단이나 정파의 주장에 언론이 장단을 맞춰 

국민의 불안감과 공포는 더욱 커졌습니다. 

푸젤리의 '악몽'을 보며 힘든 국민들에게 언론이 몽마의 역할을 맡아 

악몽을 꾸게 한 것은 아니길 말합니다.


'책 사는 철학자'는 언론이 불안감을 부추기는 이유를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에서 찾습니다. 

불확실성의 시대에 난무하는 불안과 공포가 

이 책에 어떻게 스며들어 확산되는지 보여줍니다. 

미래에 대한 불안과 공포는 일상적이라 

현재 우리 삶에 공기처럼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런 불안과 공포의 바이러스가 극대화되는 시기가 바로 전염병의 시기입니다. 

불확실성 위에 또 다른 불확실성 하나가 더해진 겁니다. 

이런 시대에 사람들의 주목을 끌려면 

어제의 헤드라인보다 오늘의 헤드라인이 더 공포스러워야 합니다. 

이런 이유로 언론은 새로운 충격과 흥미를 유발하면서도 

정말 공포스러운 뉴스를 찾아 나서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제 이런 공포와 불안을 자극하는 대신, 

평범한 사람들이 동요하지 않으면서도 안전망을 확보하는 

그런 정보가 위기의 시대에 언론이 전해야 할 것들입니다.



'사람 담는 PD'는 2021년 2월 26일 아동학대 살해 죄를 신설하는 

아동학대범죄처벌특례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말합니다. 

이 과정에서 졸속입법발휘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당연히 입법 전 세밀한 분석과 부작용에 대한 검토는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이미 너무 많이 늦었습니다. 

지금도 우리 주변 어딘가에서 어른들의 학대로 고통받고 있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이 아이들 인생의 골든타임을 지켜줄 책임은 

바로 우리 모두에게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림 읽는 변호사'는 바실리 페로프의 '트로이카'와 '플랜더스의 개'를 떠올립니다. 

우리나라는 아무리 봐도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국가가 아닙니다. 

그런데도 해외로 아이들을 입양 보내는 순위 OECD 국가 중 

첫 번째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우리보다 훨씬 가난한 나라들과 비교해도 

훨씬 많은 아이들을 포기하고 있습니다. 

잘 산다는 것이 경제적인 면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닙니다. 

얼마나 구성원 전부가 건강하게 함께 살고 있는지를 봐야 합니다. 

그치지 않는 아동학대는 

우리가 결코 잘 살고 있지 않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합니다. 

어디에 뚫린 구멍 탓에 찬바람에 얼어붙는 아이들이 있는지 언론이 찾아봐야 할 것입니다.


'책 사는 철학자'는 아동이 18세기의 발명품이라고 말합니다. 

필립 아리에스의 '아동의 탄생'이란 책에 따르면 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 

아이들을 어른처럼 대접하면 안 되는 일이 생겼고 

미래 노동력의 확보, 나쁘게 말하면 값싼 노동력 착취를 위해 나타났습니다. 

아동이 착취의 대상으로 발명되어서인지 

우리들은 아이들을 소유물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동학대는 바로 그 생각이 현실화된 것입니다. 

아이들이 잘 성장하려면, 아이들만 잘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어른과 사회도 잘 성장해야만 합니다. 

개개의 사건에서 아동과 관련된 보다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보도들이 

언론에 더 많아지길 바란다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거짓말은 과거에도 있었고 인류는 그 거짓에 맞서 싸워왔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시대가 거짓말에 맞서 싸워온 인류의 노력이 

패배한 듯 보이는 상황에 이른 것일까요? 

과거의 권력자들과 청중들은 공적인 말들이 

표면적으로라도 진실의 포장을 입고 있길 원했다면, 

우리 시대의 권력자들과 청중들은 이제 그것이 진실과 무관한 '개소리'일지라도 

자기 이익에 부합한다면 이를 기꺼이 내뱉고 수용하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그렇다면 탈진실 시대의 모습은 

'거짓말의 시대'가 아니라 '개소리의 시대'일 것입니다. 

탈진실의 시대에 늘어나고 있는 거짓말 기술자들, 

새로 생겨난 개소리 예술가들, 그리고 그들의 거짓말과 개소리를 

암묵적으로 때로는 명시적으로 받아들이고 

사람들의 눈과 귀를 가리고 이용하는 사람들 모두를 

이 책에서 '언론술사'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이 책을 쓴 공동 저자는 언론이 자신의 자리를 굳건히 지켜 

'제4의 권력'이라는 자신의 권위를 지키길 바랍니다. 

서로의 입장이 달라도 손 내밀면 다시 연결될 수 있도록, 

언론이 그 역할을 해주길 저도 바랍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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