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죽을 때 무슨 색 옷을 입고 싶어?
신소린 지음 / 해의시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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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죽을 대 무슨 색 옷을 입고 싶어?>는 90대 할머니, 70대 엄마, 

40대 딸 모녀 3대의 수다 에세이입니다.

저도 저자처럼 90대 외할머니가 계시고, 70대 엄마에 제가 40대 딸이지요.

내년이면 20살인 아이도 있고요.

저자와 같은 모녀 3대라 더욱 관심이 가서 읽게 되었습니다.



저자의 90대 외할머니는 10년 동안 치매를 앓아오셨지만

별문제 없이 시골집에서 잘 지내셨대요.

그러다 갑자기 심해지신 가장 큰 이유는 5cm 문턱에 넘어져 

다리가 부러지면서입니다.

할머니는 넘어지신 뒤 두 달 넘게 입원하며 깁스 한 다리를 

자꾸만 풀어달라 난리를 피웠대요.

입원하는 동안 저자의 엄마는 24시간 병원에 있으며 

갑자기 심해진 치매 증상의 할머니를 간호하느라 지쳤지요.

퇴원하면서 할머니를 집으로 모시고, 

저자의 엄마도 일단 몇 개월 다리뼈 붙을 때까지 간호하기로 했답니다.

그렇게 엄마는 6개월을 간호하고 다른 자매에게 할머니를 부탁한 뒤 

3박 4일간 저자에게 휴가를 왔지요.

그렇게 함께 저자와 엄마가 며칠을 지내면서 

죽음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엄마는 할머니의 치매를 옆에서 지켜보며 자신의 죽음을 비추어 본답니다.

그러면서 엄마의 '죽음'과 '죽어감'을 지켜보아야 할 저자를 염려한대요.

할머니의 정정함을 기억하고 있다보니 지금의 나이 듦이 어색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누군들 세월을 피할 수 있을까요.

40대인 저자도 작은 글씨가 안 보이고, 70대인 엄마는 

계단을 오르내리는 게 힘들고, 90대인 할머니는 

5센티미터 문턱에 걸려 넘어지셨으니깐요.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노화가 불편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우리 생활 터전이 젊은 시절에 멈춰 있기 때문은 아닐까요.

젊음은 정상이고 늙음은 그렇지 않다는 부정적인 뉘앙스를 담고 있는 

공간이나 디자인은 조금만 주위를 둘러봐도 널려 있습니다.

우리가 평생, 어쩌면 죽을 때까지 공부하고 이해해야 하는 것이 있다면,

모두가 지나온 젊음이 아니라, 다가오는 늙음일 것입니다.

100세가 되면 어떤 것들이 필요하게 될까요.



'효'라는 것은 개념인데, 저자의 엄마가 들려준 효도 분량 포인트제는 

부모에 대한 사랑과 시간 투자가 포인트로 쌓입니다.

그래서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발언권도 더 주고, 나중에 남은 재산 나눌 때

기준으로도 삼겠다고 엄마는 생각하고 그렇게 하십니다.

게다가 중간 정산을 도입해 할머니 재산을

마지막 순간에 한꺼번에 정산하는 게 아니고, 

'포인트 중간 정산'을 해서 조금씩 나누어 주고 있대요.

할머니가 마지막까지 '허벌나게' 효도 받으시라고 생각해낸 거랍니다.

그래야 할머니의 7남매가 멀리서 효도하러 오는 맛도 나지 않겠냐면서요.

저도 읽으면서 너무나 좋은 제도라고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송씨네 7남매가 '효'로 포인트를 쌓고, 용돈까지 나누는 것은 

자발적인 임무 수행에 참여하며 서로 유대감을 돈독히 하는 

일종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으며, 

함께 아름다운 가풍으로 만들어가고 있어요.

또한 할머니의 남은 삶이 한 뼘 더 행복하게 만들어가고 있기까지 합니다.


사실 죽음은 한순간이 아니라 삶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삶 속에서 죽음을 가르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죠.

미국과 독일, 일본과 같은 나라에서는 초중고 및 대학에서 

죽음과 임종에 관한 교육을 한다고 합니다.

상대적으로 우리나라는 아직 죽음준비교육이 활발하지 못합니다.

한 가지 위안으로 삼을 만한 점은, 

결국 정답은 본인이 찾아야 한다는 것이죠.

가족에게 부담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는 죽음, 의미 있는 사람과 

함께 준비하는 죽음, 내 삶의 흔적을 정리하는 죽음, 

통증이 없는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이하려면 어떻게 하면 되는지, 

각자의 답을 찾고 생각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더는 죽음을 당하는 일 없이, 담담하고 평온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 겁니다.




<엄마는 죽을 때 무슨 색 옷을 입고 싶어?>를 읽으면서 

죽음이라는 것이 두렵고 당하는 것만은 아님을 깨달았어요.

다가오는 늚음을 거부하지 않고 노년을 계획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책에 나온 치매를 보며 투병 기간은 

삶이 망가지거나 멈춰버리는 시간이 아니라, 

그 역시 삶을 통과하는 과정이며 삶의 한 모습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90대 할머니, 70대 엄마에게 앞으로 어떤 시간을 보내면 좋을까 

고민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도록 다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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