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걸 사는 사람도 있어? - 내 돈으로 산 가치 있는 것들에 관하여
한권 지음 / 유노북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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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제목처럼 이런 걸 사는 사람도 있을까요? 

그만큼 세상엔 별별 희한한 물건들이 많습니다. 

그냥 보기엔 뭐에 사용되는지도 모를 물건들도 있고, 

예쁘기만 하고 쓸데가 없는 물건들도 있지요. 

전 워낙에 실용주의자라 장식품은 눈에도 차지 않아요. 

그래서 저희 집에도 장식품은 여행지에서 사온 기념품 몇 개 정도가 다입니다. 

그 외엔 전부 용도가 있는 물건들이죠. 다른 사람들은 소비에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지 

<이런 걸 사는 사람도 있어?>를 한번 살펴볼게요.



<이런 걸 사는 사람도 있어?>엔 7명의 소비자가 등장합니다. 

'충동은 충동구매를 낳고, 할부와 일시불 사이에서, 지갑이 열리는 마법 허세, 

소금 같은 짠맛이 필요한 순간, 나만 살 수 없는 것들, 돈 좀 쓸 줄 아는 사람, 

살까 말까 할 때는 사라'까지 그들의 소비행동을 엿볼 수 있는 문장과 함께 말이죠. 

소개된 소비자가 어떤 물건을 소개하는지 제목 아래에 있고요, 

소비에 대한 명언과 좋은 글이 다음 쪽에 소개됩니다. 

각 소비자가 전하는 '첫인사말'과 소비한 물건들이 무엇이며 어떤 마음으로 구매했고, 

구매 후 사용 후기까지 자세히 알려줍니다. '끝인사말'로 끝맺습니다.



다양한 물건이 소개되는데, 

전 그중에 자취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물건으로 제습제를 꼽습니다. 

특히 새로 지은 건물이 아닌 오래된 건물에서 사는 사람이라면 

곰팡이 때문에 골치일 건데요, 제습제만 있으면 그런 고민은 없어진다고 하네요.


볼펜인데 지워지는 볼펜이 있대요. 비록 잉크가 빨리 없어진다는 단점과 비싸지만 

수정액, 수정 테이프가 1도 필요 없다고 해요. 

지워지는 게 별거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글씨를 잘못 썼을 때의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대단한지 아는 사람은 

적어도 남보다 한 발자국 앞선 사람이라고 한 소비자가 말합니다.


크로스핏이라는 걸 처음 들어보았는데 2편에 걸쳐 나오니까 정말 하고 싶더라고요. 

특히 극한까지 한계에 부딪히는 운동이라니 그런 거에 로망이 있는 저에겐 

한 번은 도전해보고 싶은 운동입니다.



저도 어릴 때 어른이라고 하면 일 마치고 도시 아경과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와인을 마시는 이미지였어요. 

이 소비자도 생일에 그 이상을 실현하기로 마음먹고, 맞춰 호텔을 예약했대요. 

13만 원을 쓰자니 조금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1년에 한 번 오는 날이라 생각하며 망설이지 않았대요. 

와인과 함께 먹을 안주를 사 와서 와인 오프너를 프런트에 요청해서 받고 

와인을 따라 나 자신과 건배를 했답니다. 

어릴 적 꿈꾸던 어른의 모습 그대로였다죠. 

지금까지 열심히 산 자신에게 주는 보상이자 동시에 

앞으로의 생일을 더 기대하게 만드는 꿈같은 밤을 보내게 되었답니다.


이누이트족은 화가 나서 폭발할 것 같은 기분이 들거나 하염없이 착잡한 날에는 

깃발을 하나 챙겨 집을 나서 설원 위를 정처 없이 걷는대요. 

눈 위에 찍히는 한 걸음 한 걸음에 답답한 마음을 눌러 담으면서요. 

무거운 속마음을 발자국으로 덜어 내다보면 

어느 순간 가슴속이 하얀 눈처럼 비는 순간에 가져온 깃발을 꺼내 바닥에 꽂습니다. 

그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갑니다. 

시간이 지나 또다시 답답한 일이 생길 때면 새로운 깃발을 챙겨 집을 나서요. 

꽤 커다란 근심거리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리 걸어도 

예전에 꽂았던 깃발이 나타나지 않으면 큰 고민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집을 향해 발걸음을 옮깁니다. 

물론 예전의 그 깃발을 지나쳐 더 먼 곳에 새로운 깃발을 꽂을 때도 있겠죠. 

그땐 마음속에도 깃발을 하나 더 꽂습니다. 

그리고 근심거리가 생길 때마다 마음속 깃발의 거리와 가늠해보며 

이보다 가벼운 고민들은 털어내 버린다고 합니다.

 이 소비자는 '옥스팜 100킬로미터'란 어쩌다 시작하게 되었대요. 

신발을 하나 구입하고 완주했답니다.


굳이 이 물건이 아니어도 더 싸게 다른 물건을 구입할 수 있지만, 

이 물건이 계속 눈에 아른거립니다. 

그럴 때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보죠. 이거 어떠냐고요. 

그런데 누가 말합니다. 그 돈을 365로 나누어 보라고요. 

그렇습니다. 만약 매일 쓰는 물건이라면 365로 나눠도 하루에 얼마 되지 않죠. 

만약 2년 매일 쓰는 물건이라면 더욱 싸게 측정될 거고요. 

그리 생각하면 그렇게 사치스러운 것도 아닙니다.




어떤 물건을 살 때 물건을 사기 전에 고민하는 시간과 

물건을 사고 난 후의 만족도는 비례하는 걸까요? 

어떤 물건을 사고 후회하지 않으려면 얼마나 고민해야 하는 걸까요? 

사실 충동구매했어도 후회 없이 잘 쓰는 물건이 있고, 

오랫동안 고민하고 샀어도 후회하는 물건이 있습니다. 

보통 충동구매를 한 후에 후회하는 이유는 그 물건이 생필품이 아니기 때문이죠. 

생각해보면 화장지나 종량제 봉투를 살 때, 구매하는 데까지 

몇 초가 걸렸든 그 물건에 충동구매라는 이름은 붙이지 않죠. 

어쩌면 충동구매는 삶을 즐겁게 만들어주는 게 아닐까 싶어요. 

그러니까 누구든지 충동구매를 좀 했더라도 

너무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이 소비자는 전합니다. 

생필품만큼이나 인생의 즐거움도 중요한 거니까 너무 자책하지 말라고 하네요.


또 다른 소비자는 말합니다. 이전엔 본인은 돈뿐만 아니라 사람도 아꼈을지 모른다고요.

나름 아끼면서 잘 살았다고 자부했지만 뒤를 돌아보니 

인생에 남는 게 별로 없다는 것을 깨달았대요. 

어른들이' 아끼면 똥 된다'라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답니다. 

이제 로션이든, 스팸이든, 돈이든, 사람이든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것을 열심히 누리며 살 거래요. 더 이상 아끼지 않겠답니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순간임을 기억하며, 아끼기보다 오히려 소비하며 살아가려 한답니다. 그리하여 5년 후에 다시 지난날을 뒤돌아보았을 때 

내 주변에 남아 있는 것들을 바라보며 웃을 수 있기를 바란대요.


<이런 걸 사는 사람도 있어?>에는 단순히 물건 구입기만 있지 않아요. 

그것을 살까 말까 고민했던 마음, 마침내 샀을 때의 기쁨, 

함께 보낸 시간에 대한 생각까지 그 모든 것이 담겨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비는 그 자체로 내가 됩니다. 

때문에 우리는 각자의 소비를 공유함으로써 서로 넓고 깊게 연결될 수 있어요. 

이런 소비의 맛을 <이런 걸 사는 사람도 있어?>에 담았습니다. 

충동적으로 소비하는 소비자부터 이제 아끼지 않고 돈 좀 쓰기로 다짐한 소비자, 

사든 안 사든 일단 고민하는 소비자, 가성비를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는 소비자, 

자신의 소비에 허세를 담는 소비자, 일시불과 할부 사이에서 고민하는 소비자까지, 

이들이 왜 지갑을 열었는지 그 순간을 함께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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