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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월드 - 떠도는 우주기지의 전사들
닐 게이먼 외 지음, 이원형 옮김 / 지양어린이 / 2009년 4월
평점 :
"여기는 어디고 나는 누구지?"
주인공이 처한 상황이 이렇다. 툭하면 길을 잃어버리는 어리버리 소년 조이, 짝사랑하는 소녀 앞에서 필사적으로 길을 찾다가 그만 다른 차원의 지구로 이동해버린다. 소년은 사실 워커(차원이동의 능력을 지닌 이)로서, 자신도 모르고 있던 능력이 위기상황에서 발휘된 것. 아무튼 우주적인 차원에서 길을 잃었으니, 꿈(술) 깨면 다음날 아침 새사람 될 거라는 광고 카피도 위로가 안 되는 난감 만빵인 처지. 내 집은 내 집이 아니고 엄마는 엄마가 아니다. 조이, 너 조이 맞니?
"나는 너고 너는 나라고?"
헥스와 바이너리라는 두 제국의 추적자들에게 쫓기며 만나게 되는 의문의 소년 제이. 이 책에서 조이가 만나는 친구들은 모두 이름이 ㅈ으로 시작된다. 제이, 조우, 조세핀, 조셉, 조이보그, 졸리엣 등등. 왜냐하면 그들은 모두 대칭하는 우주의 다른 지구에 사는 조이의 화신이기 때문이다. 운명이 엇갈리게 되는 한 순간, 서로 다른 지구에서 다른 운명을 살게 된 그들은 그러나 하나의 공통적인 운명을 갖고 있다. 워커, 그들은 워커이고, 헥스와 바이너리는 그들의 공간 이동능력을 필요로 한다. 조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워커로서의 자기 운명을 수긍하고, 떠도는 우주기지 인터월드로 결집해 두 제국에 맞서 싸운다.
"과학과 마법의 대립은 현실과 꿈의 대립이다"
헥스는 마법으로 우주를 지배하려 하고, 바이너리는 과학으로 우주를 지배하려 한다. 마법은 내 의지를 세계에 관철시키는 것이고, 과학은 세계가 자기 자연법칙(의지)를 관철시키는 것이다. 곧 두 제국의 투쟁은 꿈과 현실의 대립이다. 조이들은 이 두 제국의 야욕에 대항해 우주의 조화를 지키려 하는데, 사실 우리 인생도 꿈과 현실을 잘 조화시켜야 의미있게 생존할 수 있다 하겠다.
"조이 투 더 월드~"
평범한 삶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을 때, 조이는 전사로서의 운명을 걷기로 결단을 내린다. 학교공부가 싫어서 그랬던 건 아니고, 나름 전 우주적인 운명과 개인의 실존 중 어느 것이 중요한가라는 거창한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인데, 엄마와의 마지막 대화에서는 어쩐지 비장한 느낌도 들지만, 뭐 그건 조이의 워커로서의 운명이니까. 아마도 쓰리독나잇의 '조이 투 더 월드'나 흥얼거리며 우주를 구하러 가라고 내버려두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