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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엄마 안녕, 로마 ㅣ 웅진책마을 116
김원아 지음, 리페 그림 / 웅진주니어 / 2022년 11월
평점 :
「엄마 로마에 있어. 놀러 와.」
이 책『안녕 엄마, 안녕 로마』를 읽기 전. 어머니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족이 떨어져 살던 주인공이 엄마를 보러 로마로 떠나는 내용인 줄 알았다. 그런데 책을 읽으며 놀랍게도 어머니는 자발적으로 가족을 떠나 로마 행을 택했다는 데서 먼저 놀랐다. 그렇다. 이 책은 ‘가족 붕괴’라고 하면 너무 나갔나 싶지만, 별거나 이혼 등으로 가족이 떨어져 사는 요즘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책인 것이다.
「어느 날 승아와 아빠를 두고 혼자 외국으로 여행을 떠난 엄마로부터 온 편지」
2년 동안 떨어져 지냈던 엄마를 다시 한국에 데려오기 위해 사춘기에 접어든 딸이 로마 행 비행기에 오르는 것의 이 책의 시작이다.
그런데 막상 로마에서 재회한 엄마는 한국에서 보다 더 자유롭고 행복해 보이기만 한다. 그래서 오랜만에 본 엄마에게 틱틱 대는 승아. 안 그래도 심술이 났는데, 자신이 아픈 것을 눈치 못 채고 여행 가이드 일을 하러 간 엄마에게 원망이 폭발하고 만다. 주인공은 문자 달랑 한 자 남기고 짐을 싸서 한국행 비행기를 타러 공항으로 혼자 떠난다.
(스포 주의)
거기서 우연히 만나 도움을 받았던 한국인 남자애와 잠시 숨어있는다. 성적을 중요시 해 밤 늦게 까지 공부만 시키는 엄마에 질려있던 남자아이. 그리고 딸을 떠나 자신의 행복을 찾아 다른 나라로 떠난 엄마. 두 아이들은 어머니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생각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두 분은 아들 딸 걱정이 가득하셨다.
어떤 형태든지 간에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지니셨다는 것을 깨달은 두 아이들…!
이 책은 그 점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어떤 형태의 가족이든, 서로 떨어져 있든, 부모님은 자식을 아끼고 걱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그러기 마련이라고.
우리 사회의 고정관념을 화자인 초등학교 고학년 딸 승아가 그대로 반영해 보여준다. ‘어머니는 집에서 웃는 얼굴로 밥이나 해주며 아이와 함께 늘 함께 있어야 한다.’
당연한 일인 듯 보이지만, 어쩌면 부모님을 숨 막히게 하는 시선이었을 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부모님이라고 해서 인간이 아닌 것은 아니다.
승아의 엄아 역시 나름대로의 사연이 있었던 것. 이 말이 가슴에 남는다.
「'자식에게는 좋은 아버지였을 지도 모르지만, 좋은 남편은 아니었어.'」 어른들의 사정을 가감 없이 말해주는 책이 생경하면서도 통쾌한 느낌이 들었다.
부모님이 헤어지는 것이 주변에서 흔히 보이는 요즘, 왜 우리는 얼버무리려고만 할까? 서로의 입장을 솔직히 말하고 아이들의 마음을 보듬어 주는 것이 필요할 거 같다. 이 점을 마지막에 받아들이는 딸이 모습에서 우리는 그 점을 배울 수 있다. (오히려 엄마가 한국으로 돌아왔다면 실망했을 것이다.)
저 멀리 타향 로마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가족에 관한 고민과 방황, 그리고 서로의 마음에 대한 깨달음. 그 모든 것이 이색적이면서도 친근해 좋았다. 부모님 사이에서 고민하는 아이들 외에, 같은 상황에 놓인 부모님이 봐도 참 좋을 책이다. 이 책에서 진솔한 위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책은 이렇게 종이 몇 장 만으로 가족 간의 관계를 깨닫게 해주는 놀라운 화학 작용을 한다. 저 멀리 로마에서 그려지는 가족 간 갈등과 오해를 메워가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맛보고 싶다면 이 책 『안녕 엄마, 안녕 로마』를 추천드린다. 앉은 자리에서 쉬지 않고 다 읽었으니, 책의 재미는 보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