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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인디스쿨 - 어쩌다 14만 초등교사 커뮤니티가 되어버린 인디스쿨, 그 20년간의 실험기
인디스쿨 20주년 기념 아카이브 팀 지음 / 진저티프로젝트 / 2021년 12월
평점 :
『오늘도, 인디스쿨』은 어떻게 선생님 커뮤니티가 탄생하고 변화해 왔는지, 그 20년 역사가 담겨있는 한 권이라 묵-직한 책이다. 지금 말하고 있는 ‘묵직함’은 담겨있는 내용의 무게감이다. 물리적으로는 새하얗고 가벼워 읽기에 부담이 없다.
1, 2대 운영진 등 커뮤니티 핵심 멤버들의 인터뷰를 하러 다니신 필자분들은 전문 인터뷰어에 가까울 정도로 심도 있는 인터뷰를 해냈다. 물론 이것은 그게 응하는 인터뷰 대상, 즉 역대 운영진분들도 도 솔직하고 소탈하게 응해주셨기 때문일 것이다. 진심 어리면서도 밀도 있는 인터뷰 내용은 책장을 술술 넘어가게 한다.
그 중 특히, 커뮤니티 창시자라 할 수 있는 1대 운영진분의 인터뷰가 가장 인상 깊게 남는다. 이 분은 처음 커뮤니티를 열 때, 현재처럼 커뮤니티가 커질지도 몰랐고, 그냥 ‘재미있어서 시작했다’고 한다. 이 한 마디가 머리를 때리는 것 같았다. 현재도 매일같이 이 커뮤니티를 열렬히 들락날락하는 전국의 수많은 커뮤니티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거의 동학과 같은 ‘종교의 탄생’-급일 텐데 말이다. 조직 문화 특성상, 특히나 서로를 동떨어지고 외롭게 만들었던 교실의 벽이라는 물리적 벽을 부수고, 서로를 인터넷상으로 연결해 준 감히 말하자면 ‘혁명’과도 같은 일임에 틀림없는데 말이다.
더 놀라운 것은 그럼에도 본인을 내세우지 않고, 공식적인 곳에서도 뒤에 남아 있기를 자처하는 역대 운영진들의 태도이다. 이것이 바로 ‘모두의, 모두에 의한, 모두를 위한’ 이 커뮤니티만의 문화를 지금까지 유지해온 비결이 아닐까 한다. 누구도 주인이 아니면서, 누구나 주인인 우리가 이상적으로 여기는 커뮤니티가 이렇게 탄생하고 유지되어 올 수 있었다는 비결을 여기서 엿볼 수 있다. 덧붙여 지금까지도 여러 권유에도 불구하고, 조금이라도 상업화되지 않은 커뮤니티의 모습에 가히 존경심을 표한다.
굵직굵직한 운영진들 외에도,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커뮤니티의 네임드 운영진 취재 코너가 나오는 것도 참 반갑다. 한 번씩 어디서인가 본 네임드 구성원들을 보면서, 다른 커뮤니티 구성원들은 내심 반가울 것이다. 앞 표지 면지 쪽에는 책 출간 펀딩에 참여한 커뮤니티 구성원들의 닉네임을 쫙 깔아둔 것도 감동적이다. 이렇게나 수평적이다.
사실, 보통 몇 십 주년 기념으로 만들어진 쓸데없이 굵직한 양장본의 연혁지를 보면, 초대 OOO이 어쨌고, 그 뒤를 이은 대표자 OOO, OOO 등이 있고, 몇 년에 뭐를 했고 등등 단순 사실적인 나열의 내용뿐이다. 마치 무생물을 전시하듯 전혀 따스함이나 철학이 녹아있을 틈이 없다. 그런데, 이번에 만난 이 20주년 기념책은 달랐다. 따스한 카페에 앉아서 즐기는 커뮤니티 산 증인들과의 만남 같은 느낌이었다. 이만큼 살아있는 듯 역동적인 느낌을 주는 책과의 만남은 오랜만이다.
책 제목 ‘오늘도, 인디스쿨’처럼, 오늘도 많은 구성원들이 이 커뮤니티를 사용하고 있을 것이다. 커뮤니티의 철학과 이를 꾸준히 녹이고 실천해 나간 모습을 보면서, 꼭 선생님이 아니라도 커뮤니티 구성원으로서 여러 배울 점이 있다. 어떤 공동체가 하든, 앞으로의 기념지나 연혁지는 이런 모습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