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 강성은 / 그림 - 문구선

소년은 미술관에 가고 싶지 않았어요.
'흥! 왜 줄을 서서 사과 그림을 봐야 해?'
'모두들 얌전히 서 있기만 하잖아.'

소년은 슬그머니 엄마의 손을 놓았어요.
그리고 생각했지요.
'어떻게 하면 답답하고 지루한 이곳을 빠져 나갈 수 있을까?'
그때였어요. 복도 끝에 빼꼼 열린 문이 눈에 들어왔어요.

"어~ 엄마 이렇게 혼자 가면 안되는데..."

"헤헷!" 딸깍! 쿵!

"엄마~ 근데 이 실같은건 모야?"
우리 아이는 그림속에 남자아이가 빨려들어가는 것을 표현한 그 선이 궁금했나봐요^^

자그마한 문 안에 커다랗고 신비한 세상이 있었어요.
"굉장해! 똑바로 갈 수도 있고, 거꾸로 갈 수도 있네."
소년은 신나게 계단을 오르내리다가.....

"이키, 엄마한테 혼나겠다!" 다시 문으로 돌아왔어요.
분명 이자리가 맞는데...... 여기 서랍장 옆이었는데.......
"문이 사라졌어!!!!"

"깜짝이야!" 감자기 서랍장이 벌컥 열렸어요.
"너 때문에 다 쏟아졌잖아!" "미,미, 미안!"
소년은 너무 놀아서 서랍장이 어떻게 말을 할 수 있는지 궁금할 새도 없었어요.
"혹시 여기 있던 문 못 봤니?"
소년의 말을 들은 서랍장은 진심으로 안타깝다는 표정이었어요. 물론 표정이 있다면 말이에요.

"과일 아저씨에게 가 보렴. 그분은 알고 계실지도 몰라."
소년은 서랍장이 알려 준 대로 왼쪽과 오른쪽 계단을 똑바로 거꾸로, 거꾸로 똑바로 오르내렸어요,
하지만 과일 아저씨는 없었어요. 대신 커다란 과일 바구니만 달랑 놓여 있었지요.
"과일 아저씨! 과일 아저씨!"

"그렇게 똑바로 서 있으니까 내가 안 보이지."
소녕이 거꾸로 계단에 서자 과일 바구니, 아니 과일 아저씨가 보였어요.
"문이 없어졌다고? 그럼 곰을 찾으면 되지!" "곰이라고요?"
"그렇지, 여기는 '똑바로 거꾸로' 세상이니까."
소년은 과일 아저씨의 말을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어요.
"똑바로도 거꾸로도, 모두 같은 세상이란 말이다. 그러니까 '문'이 없어졌으면, '곰'을 찾아보렴."

이 그림이 무엇같냐고 물으니 우리 아이들은 과일바구니라고 합니다.
그래서 돌려서 봐보자고 했더니 우리 딸이 책을 뒤집어봅니다.

"어 엄마~ 정말 과일이 얼굴처럼 보여요~"

과일 아저씨의 말은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았어요.
생각할수록 더 헷갈리는 것 같아 소년은 과일 아저씨의 말을 믿어 보기로 했어요.
소년은 쉴 새 없이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하며 곰을 찾아다녔어요.
"얘들아 혹시 곰을 보았니?"
"우리가 백조인지 코끼리인지 맞추면 알려 주지!" 이상야릇하게 생긴 동물이 대답했어요.

우리 아이들에게도 이 그림자가 무슨 그림자인거 같냐고 물어보았어요.
그랬더니 우리 첫째딸은 "돼지그림자~"라고 하고
막내 아들은 "괴물~"이라고 합니다.^^

소년은 어디에서부터가 바다이고, 하늘인지 도무지 알아볼 수도 없는 곳에 다다랐어요.
"얘들아, 혹시 곰을 보았니?" "곰이라면 오른쪽 계단 밑에 살지."
새인 듯싶은 동물이 입을 뻐끔이며 말했어요.
"아니야, 왼쪽 계단 위에서 살아." 물고기인 듯싶은 동물이 날개를 펼치며 말했어요.
"오른쪽이야!" "왼쪽이라고, 왼쪽!"

소년은 새인 듯싶고, 물고기인 듯싶은 하여튼 알쏭달쏭한 동물들이 싸우는 곳을 얼른 빠져나왔어요.
'둘 다 맞을 거야. 오른쪽 계단 밑이 결국 왼쪽 계단 위이기도 할 테니까.
그래서 똑바로 거꾸로 세상이구나!"

하지만....... 어디에도 곰은 보이지 않았어요.
그림을 그리고 있는 아저씨가 있을 뿐이었지요.
"아저씨! 혹시 곰을 못 보셨나요?" "곰? 곰은 이제 없는데...." " 없다니요?"
"방금 지워 버렸거든, 갑자기 장미 향기를 맡고 싶어서 말이야. 여기는 '내 맘다로' 세상이니까."

아저씨의 말을 듣는 순간 소년은 깨달았지요.
그래서 다시금 똑바로 거꾸로, 꺼꾸로 똑바로 계단을 오르내려서 서랍장에게로 돌아왔어요.
"미안하지만 꼭 빌려야 할 게 있어!"
소년은 세 번째 서랍을 열었어요. 그리고는 슥 삭 슥 삭 쏙!!

"엄마!" "한참 찾았잖니, 이제 그만 돌아가자!"
미술관을 나오는 소년 뒤로 수군거리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렸어요.
"오, 이 소년은 참 씩씩하게 생겼네."
"어, 그런데 이 그림에 원래 소년이 있었던가요?"
소년은 내일도 미술관에 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서람장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제대로 못했거든요.
'앞으로는 문을 찾을 필요가 없겠네. 내가 직접 문을 그리면 되니까!"

"엄마~ 이 남자아이는 액자로 나오는 거야?"
"우와~ 정말 신기하다"합니다.^^
이야기 속 그림 이야기


이야기 속 그림이야기에서는 마우리츠 코르넬리위스 에스허르의 <상대성>과
마우리츠 코르넬리위스 에스허르 <하늘과 바다>,
살바도르달리의 <코끼리를 비추는 백조>, 주세페 아르침볼도의 <채소 기르는 사람>
페레 보렐 델 카소의 <비평으로부터 도망치기>의 그림에 대해 알아볼 수가 있었습니다.
아이와 함께하는 독후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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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술간가기
우리 아이와 함께 미술관에 가서 그림을 만났습니다.
< 채소 기르는 사람 > 처럼 그림을 거꾸로 돌려보면 다른 그림이 되는 그림도 만나보았습니다.
그림을 돌리면 다른 그림이 보이는 이것을 게슈탈트라고 한다고 합니다.
게슈탈트는 심리학에서 쓰는 말로 이미지나 형태는 변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 하나에서 또 다른 이미지가 보이는 것을 말한다고 합니다.
구름을 바라보다가 강아지와 양을 발견하는 것! 그것이 바로 게슈탈트라고 한다고 합니다.


우리 아이에게 저 그림이 무슨 그림 같냐고 물으니 당연히 "토끼~"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그럼 한번 돌려보라고 하니 "그림이 돌아가?" 하면서 돌려봅니다.
그러더니 "우와~~~ 엄마 사람이 되었어~~ 정말 신기하다~"합니다.


그러더니 옆그림에 가서도 신나게 돌려봅니다.^^
"엄마~ 아이스크림이 눈사람으로 바뀌었어~ 푸하하 정말 재밌다~"


"엄마 이건 원숭이~ 돌리면~~ 어... 모지???"
우리딸 한참을 쳐다보면서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하더니~
잘보르겠는지 "엄마 이거 모야?" 라고 묻습니다.
그래서 설명해 주면서 뒤에서 보라고 했더니
"아~ 이제 알겠다~ 수염있는 아저씨구나~"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그림을 보면서
"엄마~ 우리 이거 책에서 봤지?
그 도서관간 오빠가 꺼꾸로 계단에서 봤던거 과일아저씨지"
"응 맞아 근데 이 그림 이름은 <채소 기르는 사람>이란다" 하고 알려주었습니다.
책에서 보았던 내용엔 과일 아저씨라고 되어있어서 그게 더 많이 생각이 났었다 봅니다.^^
2. 그림그리기
우리딸과 책에 나왔었고 미술관에서 보았던
주세페 아르침볼도의 <채소 기르는 사람>을 만들어 보기로 하였습니다.
과일이과 채소가 나와있는 잡지책을 오려서 만들어 보기로 하였습니다.
수박과 사과, 감, 고추, 호박, 파인애플, 감자를 이용해 만들기로 하였습니다.
그릇을 그리고 사과와 감을 이용해서 눈을 만들고 고추로 코를 만들고
수박과 호박으로 볼을 만들고, 파인애플잎으로는 수염을 만들고
감자와 파인애플로는 귀를 표현해 보았습니다.
우리 아이와 정말 너무 즐겁게 만들어 보았습니다.^^

우리 아이와 채소 기르는 사람처럼 돌려보기도 하면서 얼굴모양 같은지 보기도 하였습니다.
오른쪽 모양이 사람같은가요?
우리 딸이 퇴근해서 들어온 아빠에게 이 그림을 뛰어가서 보여주더라구요.
"아빠 이거 사람처럼 보여?" 하면서 물었습니다.
한참을 보던 아빠는 "우와~~ 이거 우리 예은이가 만들었어? 멋지다~!! 사람같아~"
하며 맞장구 쳐주었더니 우리딸 너무 좋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