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조가 놓인 방 소설, 향
이승우 지음 / 작가정신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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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껍데기뿐인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한 남자두고 간 물건을 찾아가라는 여자의 말에 궁색한 당위성을 찾은 듯 그녀의 집으로 향한다남자의 발걸음이 향하는 곳에 있는 그 여자는 아내가 아닌 다른 이성이다출장을 위해 떠났던 멕시코에서 우연한 계기로 만난 그녀에게 첫 눈에 호감을 느꼈고여행지에서 나눈 뜨거운 키스를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신화적인 장소에서 만나 그녀와 나눈 신화적인 키스문신처럼 박힌 기억은 시시때때로 찾아와 우유부단한 당신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괴롭혔다.

한국에 돌아온 후 그녀와의 재회를 기대하진 않았다청천벽력같은 지방 발령 소식이 떨어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운명의 이끌림’이었을까하필이면 좌천되어 떠내려간 유배지가 그녀가 사는 곳이었다엉망으로 구겨진 여행 팜플렛 귀퉁이에서 그녀의 전화번호를 찾은 그는 서둘러 손가락을 움직였다이렇게 H시에서 재회한 둘은 동거를 시작했고불과 한 달 만에 다시 이별했다.

밤마다 그녀의 방에서 흘러나오는 물소리를 견딜 수 없던 남자가 결국 이 관계에 마침표를 찍은 것이었다방 가운데엔 욕조가 놓여있었는데 집에 돌아오면 그녀는 항상 욕조에 몸을 뉘었다그 모습을 바라보는 남자의 눈에는 그녀가 마치 침대에 몸을 맡긴 듯 편해 보이기만 했다.

외국에서 둘은 나란히 앉아 바다를 바라본 적이 있다때마침 바닷물 위에 달이 비췄고 그 모습은 마치 바다 위에 놓여진 다리를 연상시켰다남자는 달빛이 만든 길 위에 올라서면 어딘가로 갈 수 있을 것 같지 않냐고 물었고여자는 물속으로 들어가고 싶다고 말한다그리곤 ‘수장’을 가장 아름다운 형태의 죽음이라며 예찬한다.

그래서였을까욕조에 몸을 담그는 그녀의 반복적인 행위욕조 밖으로 넘쳐 흐르는 물소리가 그에겐 단순하지만은 않은 메시지로 전해진다자신의 부족함으로 인해 가족을 잃었다는 자책감과 고통 그리고 지독한 상실감은 끊임없이 그녀를 갉아먹었고그녀는 자신의 몸을 욕조에 담금질하며물이 욕조 밖으로 넘쳐 흐르듯 고통을 그녀 밖으로 덜어내는 과정을 반복했다.

매일 밤 남자를 괴롭힌 물소리는 여자의 아픔과 상처였다그러나 이 남자는 그녀의 어두운 부분까지 안아주지는 못한 것이다동거하는 동안 벗은 그녀의 몸을 보아도 일말의 성적인 동요가 일지 않았다아마도 이 남자가 사랑한 것은 지금 눈 앞의 그녀가 아닌 낯선 곳에서 신비로운 분위기에 취해 키스를 나눴던 그 때 그 곳의 그 여자였을 테다그리고 본인 역시 본능의 이끌림에 응답했던 그 공간의 그 사내가 더 이상 아니었다.

그는 늘 한 발짝 물러선 채 그저 관망하는 관찰자의 삶을 살아왔다심지어 아내와 연락하는 다른 남자 K의 존재를 알았을 때도 그는 분노 대신 침묵을 택했다. K는 주인공의 아내가 지켜보는 가운데 목숨을 끊었고 그 방법으로 ‘익사’를 선택한다본인도 뭐라 설명할 수 없는 본인의 감정에 휩싸인 그의 머릿속에는 또 한번 ‘물’이 떠오른다.

다시 찾은 그녀의 집에 그녀는 없고 텅 비어버린 방에 놓여있는 욕조이 남자는 그녀가 그러했듯 실오라기 하나 남기지 않고 옷을 벗은 채 천천히 욕조에 몸을 뉘였다조용히 물 속에 잠기며 책이 마무리된다욕조 밖으로 넘치는 물소리는 남자의 귀를 자극하고 일렁이는 물결은 남자의 몸을 덮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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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욕조에는 물 대신 이 남자의 상실감과 아픔이 채워지는 듯 하다.

이 남자의 사랑을 두고 ‘키치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과연 누구일까?

은유적인 표현이 많았던 책이라 얇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유독 꼭 꼭 씹어가며 읽어야 했고아마 책 후반에 실린 '작품 해설'이 없었다면 가닥조차 잡지 못하고 엉뚱한 해석을 했을 것 같다. (그것대로 재미있었을 수도 있겠지만)

문장과 문장 사이에 공기는 장마철 마냥 습기를 가득 머금어 김승옥의 소설 <무진기행>을 떠오르게 했고감정 상태를 분자 단위로 잘게 분해해 낱알 하나하나 읽어내려는 듯한 문체는 알랭드 보통의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를 연상케 했다초반에 몰입이 어려웠던 구간을 그대로 둔 채 지나치기도 했었는데작품 해설을 읽고 앞으로 돌아와 되짚어 가며 다시 읽는 재미가 일품이다.

소설을 받아들이는 방식과 해석하는 자세에 있어 깊이를 더해 준 책이었고고뇌하며 읽은 만큼 여운이 짙게 남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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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을 욕망 그대로 인정할 수 없는 현대인의 비극을 압축하고 있다. 삶 자체가 연기임을 매 순간 깨달아야 하는 현대인들. 우리는 혼자 있을 때 조차 연기를 한다. 혼자 있을 때조차 우리는 욕망 ‘그대로’ 행동하기 어렵다. 문명과 함께 진화한 인간의 연기력은 너무나 정교하게 일상화되어 있어 자신조차 스스로의 연기에 기만당하곤 한다. 자신의 연기를 자신의 욕망으로 착각하는 일이야 말로 연기가 욕망을 마침내 앞지르는 일이야말로, 자기 연기의 본원적 메커니즘일지 모른다. "구실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다는 말이 진실인 것처럼, 움직일 수 있게 되었을 때에야 겨우 구실이 찾아진다는 말 역시 진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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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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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맬컴 커쇼라는 사내는 동료인 브랜던, 에밀리와 함께 올드데블스라는 서점을 운영하고 있다. 별 다를 것 없이 서점의 책들을 정리하고 있던 아주 평범한 어느 날 FBI 특수 요원 그웬 멀비가 주인공을 찾아오면서부터 이 복잡하게 얽힌 이야기가 시작된다.

최근 주변에서는 미제 사건이 몇 차례 발생하였는데, 이들 모두 우연한 사고나 우발적인 범행이 아니라 서로 연관성을 가진 연쇄살인 사건으로 의심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하필 그 사건들이 과거 서점 블로그에 올렸던 완벽한 여덟 건의 살인이라는 글 속의 언급된 소설들과 너무 닮아있었다. 당시 이 글을 포스팅했던 사람이 바로 주인공 맬컴이었고, 이게 바로 FBI 요원이 주인공을 찾아오게 된 이유였던 것이다.

<열차 안의 낯선 자들>

<ABC살인>

<이중 배상>

<죽음의 덫>

<비밀의 계절>

<붉은 저택의 미스터리>

<살의>

<익사자>

알리바이가 있었기에 용의선상에서 벗어날 수는 있었지만 주인공은 이 연쇄살인범이 분명 자신과 연관되어 있는 사람이며, 현재 자신을 곤경에 빠뜨리려고 하고 있고, 무엇보다 살인을 멈추지 않을 것이란 걸 알 수 있었다. 따라서 범인을 밝혀내기 위해 FIB 요원과 함께 공조수사를 벌이기도 한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추적하는 과정에서 조금씩 정체가 드러나는 듯 하지만 범인은 이들의 예상보다 훨씬 더 앞서고 있었다. 상대는 마치 게임을 즐기는 듯 했고, 그의 의도대로 이끌려 고군분투하는 주인공은 마치 범인의 손바닥에서 놀아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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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내 조우하게 된 범인과 주인공.

주인공이 마주하게 된 진실.

그리고 독자가 마주하게 되는 그 보다 더 완벽한 진실

빅 트위스트를 마주하는 순간 온 몸에 전율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은 마지막 반전이 화룡정점이기에 독서의 즐거움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줄거리는 최소한으로 하는 게 맞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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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에 흠뻑 취해 주구장창 추리 소설에만 파묻혀 지내던 시절이 있었는데, 정말 오랜만에 감탄을 자아내는 스릴러 추리 소설을 만나니 그 시절 내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다. 꽤나 두꺼운 분량임에도 강력한 흡입력으로 단 한 순간도 느슨한 긴장감을 허용하지 않았던 책인데, 다 읽고 나니 마치 시즌 몇 개짜리 미드를 몰입해서 정주행한 듯 막 이 세계로 다시 돌아온 기분이 들었다.

무엇보다 책에서 언급되었던 완벽한 살인이 소개된 여덟 권의 소설들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하니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정주행 해보고 싶다. 읽는 것 만으로는 용의선상에 오를 일이 없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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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외로운 사람들이기에
나겨울 지음 / 채륜서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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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 테라피스트 나겨울 작가가 보내는 마음,

삶을 이어갈 용기와 따뜻한 위로

사실 초반에는 책에 몰입하기가 쉽지 않았다뭐랄까이야기를 듣는데 잘못 맞춰진 주파수에서 흘러나와 내가 명확히 알아들을 수 없는 것 같았다고 할까 30쪽을 읽기도 전에 이 저자 혹시 우울증을 앓고 있는 걸까그 경험을 공유하려는 건가하고 지레짐작하기도 했다..

왜냐하면 책을 읽는데 마치 바닥이 보이지 않는 음침한 물 속에 가슴팍까지 물이 차오른 채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그리고 걸어 나가면서 몸을 스치는 물이끼나 존재 모를 생명체들을 하나씩 더듬어가는 느낌이었다.

점점 가라앉는 기분이 들었고, 나까지 너무 깊게 침전하는 느낌이 들어 경계심 마저 들었다그러다가 삼분의 일쯤 읽고 나니 어릴 적에 가정사가 있었고, 그 이후로 무언가 큰 짐을 짊어진 채로 살아온 여정을 그렸구나 싶었다.

여기까지 읽고 나서 다시 목차로 돌아갔다.

나를 외로움에 가둔 건 내가 아닐까

종종 외롭다가 자주 그리워지곤 해

그럼에도 우리는 오늘은 살아야 하므로

.. 그랬구나..’

그녀의 목소리가 선명해 지기 시작했다그렇다이제서야 주파수가 맞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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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크게 세가지 꼭지로 구성이 되어있는데, 위에서 말한 것처럼 책 초반에는 점점 깊은 곳으로 침전하는 듯 하다가 머리 끝까지 잠겨들 즈음 책의 중반이 지나며 다시 뭍으로 천천히 걸어 나오는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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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문득 느껴졌던 감정들을 허투루 넘기지 않은 것인지 넘기지 못했던 것인지 저자는 자신의 경험과 순간의 기분들을 담백하게 글로 옮겨두었다. 아마도 글을 쓰면서, 글을 쓸 때가 유일하게 누군가를 이해하고 스스로 위로 받고 치유될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게 그녀가 쓰기를 멈추지 못하게 만드는 힘이 아닐까도 생각한다.

바다를 닮고, 계절을 닮은 그녀의 이야기를 듣다가 도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이런 감정선과 표현들을 쓸 수 있는 걸까?’ 하는 궁금증에 저자에 대해 검색해보기도 했다. 책의 어떤 부분들은 도저히 한 번만 읽고 지나칠 수가 없어 서 너 번씩 입술을 움직이며 읽고 또 읽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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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렴풋이 상상해보았던텍스트 테라피스트라는 말의 의미가 책을 읽고 나니 조금은 더 선명해진 기분이었다.


참 어렵고도 힘든 일이에요. 우리의 생을 사랑하는 것도, 사랑하지 않는 것도요. 출구가 어딘지 몰라서 매일 수많은 방문을 열었다가 닫으며 실망해야 해요. 그래도 실망한 마음 감추며 조금의 희망을 품고 다른 곳의 문을 두드려야 하고요. 참고 있던 것을 터뜨리고 나서도 마음 어딘가에 있는 잔해들을 수습하는 시간이 필요해요.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그 과정을 포기하지 않고 해나가야 하는 게 삶이겠죠.

사람들을 위한 문장을 매일 준비해. 요리를 할 때 만큼 이 일에 여전히 설레고 책임감을 느껴. 하지만 화분에 물을 몇 번 주면 꽃이 피는지는 몰라. 그들에게 얼마나 많은 문장을 말해줘야 괜찮아지는지도 늘 아는 건 아니야. 그리고 너에게 몇 번의 말을 걸어야 웃는지, 그건 더더욱 모르고.



요즘은 유독 더 가족들의 걱정과 나의 꿈을 저울에 올려보는 일이 잦다. 매일이 젊다, 청춘이다 말하지만 우리 가족들은 내가 하고 싶은 것만 생각하면서 살기에 적은 나이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시처럼 느껴지는 걱정에 마냥 속상하다고 울지도 못하고 괜찮다고 웃지도 못한다.

가장 두려운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 가난과 헤어짐이라고 답했다. 둘에게는 공통점이 있는데 그건 바로 사람을 변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나를 가장 크게 변화하게 만들기 때문에 두려운 것으로 꼽았다. 가난은 하기 싫은 일을 하게 만들고, 하고 싶은 일을 못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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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주도학습법
임현서 지음 / 스튜디오오드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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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구독자 12만이 넘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저자를 처음 접한 건 입사 면접 컨셉으로 진행했던 과거 한 방송을 통해서 였다대원외고 출신에 서울대학교 로스쿨 진학스타트업 CEO와 변호사를 겸하고 있으며 흔히 말하는 ‘천재로 불리고 있는 사람이 책을 냈다고 하니 자연스레 호기심이 발동했다.

공부쪽에서는 소위 '넘사벽 스펙'을 자랑하는 저자의 학습법이라니마치 무협지에 나오는 절대 무공의 비법서 마냥 특별한 노하우나 스킬이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그런데 독자들이 이런걸 기대할거라고 예상했는지이 책을 통해 적은 INPUT 대비 많은 OUTPUT을 얻길 희망하는 독자들에게 저자는 서두에 아예 못을 박아 둔다.

이 책은 암기를 빨리하거나 높은 시험 점수를 얻을 수 있는 궁극의 필살기를 알려주는 책이 아니라고그런 필살기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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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이 발전해오면서 몇몇 직업들이 사라졌고그보다 훨씬 더 다채로운 직업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특히 IT, S/W 그리고 콘텐츠나 영상 미디어 관련 직업들이 많은 각광을 받고 있는 요즘이다이렇듯 시대를 거쳐 눈부신 변화들이 일어났지만 우리는 여전히 공부가 필요한 사회에 살고 있으며앞으로도 그 사실은 변함없을 것이다이것은 새로운 기술과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것이기 때문이다정보가 넘쳐날수록 더 빠른 시간 내에 양질의 정보를 선별적으로 골라내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능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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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진학을 무조건적으로 지지하지는 않지만 누구나 인정하는 대학교의 학위를 취득한다는 것은 확실히 일정 수준 이상의 보상을 보장받는 듯하다개그맨 이윤석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대학에 꼭 갈 필요는 없다다만 대학교를 졸업한다는 것은 고속도로에 오르는 것과도 같아서 내가 원하는 길이 생기면 그때 조금 더 수월하게 그 길로 빠질 수 있는 기반이 되어준다라는 내용이었는데 듣는 순간 각인되었다.

적어도 이 책을 읽기로 마음먹은 사람이라면 공부에 아예 관심이 없는 사람은 아닐 테고따로 학습법이 필요 없는 천재도 아닐 것이다 ‘평균에 해당하는 사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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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에 해당하는 사람이라는 전제하에 두 가지 핵심만 이해하면 사실 이 책에서 저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모두 흡수한 셈이다.

첫째정신력으로 유혹을 이기려 하지 말고구조적 개선을 하라.

공부는 하기 싫은 게 당연하다강력한 동기부여에도 유효기간이 존재하며우리 주변에는 재밌는 것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우리의 소중한 시간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스마트폰만 있으면 거의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세상이다.

이러한 유혹에 맞서 싸우려 하지 마라유혹에 빠져 계획대로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고 해서 자신의 느슨해진 정신상태를 책망하거나 스스로 실망하지 마라그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본래 인간은 유혹에 넘어가도록 설계되었음을 받아들이고 이해하자.

대신 애초에 유혹의 요소를 없애는 방법에 집중하라는 것이다재미있는 TV프로그램을 틀어 놓고선 이를 외면하고자 정신을 다잡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라몇 번은 가능할 수 있겠지만 이 방법보다는 TV가 없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구조적 개선을 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이야기다실제로 저자는 스마트폰의 유혹을 이기기 힘들면 2G폰 사용을 권장한다.

이처럼 공부를 위해선 정신상태를 세팅하기보다는 환경적인 요소들을 세팅하라고 강조한다.

둘째제목에서 말하는 위기주도학습법이다.

쉽게 이야기 하자면 ‘벼랑 끝 전술’, 바로 ‘배수의 진을 치라는 이야기다물론 이 과정에서 압박감과 스트레스가 동반되겠지만 납기가 있을 때 우리는 잠재력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무엇이든간에 실패했을 때 본인이 손해 볼만한 환경을 세팅해 놓는 것이 집중력을 극대화시키는 데 가장 효율적이다저자는 이 방법으로 수능을 앞두고 자산금융투자 관련 자격증을 취득했고변호사 시험을 앞두고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했다이 모든 것이 불과 1~2주 사이에 달성한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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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보면 ‘역시 뛰어난 유전자를 타고 났겠지라는 마음을 한 켠에서 지울 수 없다심지어 인내하고 노력하는 성격 마저도 유전자의 영향이 80%이상이라는 연구결과가 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노력해야 하는 이유는 ‘주어진 삶에 순응하느라 내 한계치에도 닿아보지 못하고 살아가는 불상사는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타고난 유전자를 감안하더라도 후천적인 노력 여하에 따라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의 범위는 굉장히 넓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연아나 손흥민은 못 될지라도 각자 나름의 성취감을 느낄 정도의 잠재력은 우리 모두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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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게임 : Escape Room
크리스토퍼 엣지 지음, 최지원 옮김 / 크레용하우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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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에이미(AMI, Y’가 아닌 I’를 사용함) 아빠의 선물로 ‘이스케이프(ESCAPE)’라는 방탈출게임에 참여하게 된다.

외관부터 심상치 않은 포스를 풍기는 건물입구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한참 만에 발견한 출입문조심스레 회전문을 밀고 이스케이프 안으로 들어선다책 속에 빠져든 나도 조심스레 에이미의 뒤를 따라 안으로 들어간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하나 둘 참가자들이 모여든다.

에이미(AMI)

아쥬아(Adjoa)

이브라힘(Ibrahim)

(Min)

오스카(Oscar)

개성이 뚜렷한 네 명의 동료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불타는 의욕으로 상기된 얼굴들을 보니 다들 에이미만큼 ‘모험광’임이 분명하다하나 같이 이러한 게임에 한 가닥 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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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책을 찾아라세상을 구하라”

어둠 속에서 자취를 드러낸 게임 호스트의 모호한 메시지를 출발 신호로 이들의 모험은 시작된다.

호기롭게 내딛은 발걸음이 처음으로 멈춘 곳은 낡아빠진 컴퓨터와 고물 전자기기들이 쌓여있는 다락방이었다체스 게임을 두는 플레이어 기계에 대항하여 선방하지만 ‘아뿔싸’ 게임의 해법은 이게 아니었다방을 뒤덮은 화염으로 목숨이 위태롭던 절체절명의 순간가까스로 찾아낸 실마리로 첫번째 관문을 통과하게 된다.

다음으로 도착한 곳은 책장이 끝없이 진열된 드넓은 도서관이었다안내에 따라 게임을 진행해보려 하지만 수많은 책들 속 글자들이 갑자기 먼지로 변해 사방에 먼지 돌풍을 일으킨다아비규환 속에서 기지를 발휘해 두 번째 관문에서도 겨우 탈출했지만 이 과정에서 동료 하나를 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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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에이미도 독자도 머리에 ‘물음표’가 떠오르며 혼란에 빠진다.

‘아니 아빠가 여길 보냈다고?

‘애들 방탈출 게임에 스케일이 이렇다고?

‘옆에 동료들은 믿을 수 있는 애들인가? NPC인가실체가 뭐지?

이 곳까지 다다른 독자들은 눈에 힘을 빡 주고 이들의 행동 하나 하나를 예의 주시하게 된다.

그 뒤로 ‘마야 문명의 기록이 새겨져 있는 어느 신전의 무덤방’, ‘어느 곳 하나 성한 곳 없이 부서져 폐허가 되어버린 쇼핑몰’ 관문을 클리어하게 되는데이 과정에서 차례로 동료를 잃게 된다.

쉴 틈 없이 일어나는 돌발 상황들로 정신이 하나도 없는 가운데 주인공과 동료들의 움직임을 눈으로 쫓다 보니 내 심장도 덩달아 빠르게 요동쳤다.

이스케이프호 우주선 탑승까지 마치고 드디어 도착한 낯선 곳정신을 차려보니 에이미의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눈부신 해안가였다호흡을 가다듬고 둘러보니 해변에는 쓰레기 더미가 탑을 이루며높이 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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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칠 대로 지친 주인공 ‘에이미’앞에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호스트.

그녀는 마주한 현실에 정신이 이내 아득해진다.

놓칠세라 그녀를 바짝 뒤쫓던 나의 시선도 책 속에서 스윽 빠져나와 허공에서 갈 길을 잃는다반전을 만난 순간 앞서 읽었던 책 내용들이 머릿속에서 빠르게 리와인드 되며 외마디 탄식이 입술을 타고 흘러나왔다.

‘후우….

최근 읽었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책 이후 간만에 조우한 반전 포인트. 반전은 다른 독자들을 위해 남겨둬야 하기 때문에 이번 서평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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