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투르지만 둥글둥글한 팀장입니다
안재선(재쇤) 지음 / 파지트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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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아홉, 초보 팀장의 고군분투기.

어쩌다 보니 팀장이 되었지만, 그래도 이왕 하는 김에 ‘좋은 팀장’이 되고 싶었다!


조금 이른 나이에 누군가를 이끌어야 하는 임무를 맡게 된 저자가 경험을 통해 한 가지씩 깨닫고 성장해가는 모습이 너무 대견하고 독자로 하여금 응원하도록 만든다. 그리고 분명 그러한 고민과 경험들이 훗날 멋진 팀장이 될 수 있는 자양분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런데 저자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본인이 생각하는 좋은 팀장이란 무엇인가요?


좋은 팀장의 정의는 고정되어 있지 않다. 앞장 서서 강한 추진력을 가지고 이끌어 나가는 팀장이 있는 반면 맨 뒤에서 낙오하는 사람이 없도록 뒷받침해 주는 모습을 보이는 팀장도 있다.

어떤 팀장이 더 훌륭한 리더의 재목을 갖춘 사람일까?


내 생각엔 상대방에 따라 조직에 따라 처한 환경과 상황에 따라 모두 다르다. 좋은 팀장의 기준은 유기적이고, 변화무쌍하게 살아 움직인다.


중요한 점은 ‘나는 어떤 모습의 팀장이 되고 싶은가? 내가 생각하는 멋진 팀장의 덕목은 무엇인가?’에 대한 기준이 바로 서야 갖은 외부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저자에게 질문을 던지고 싶었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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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원들이 나 빼고 점심을 먹으러 간다.’는 내용이 흥미로웠다. 어느새 과장급이 되니 따로 식사하시는 부장님의 모습이 유독 눈에 더 들어온다. 불편해할 후배들을 위해 언젠가부터 혼자 점심을 드시는 방법을 택하신 것인데, 몇 년 뒤 나의 모습이라는 생각에 마음 한 켠이 벌써부터 조금 휑한 느낌이 든다.


대리 때까지만 하더라도 ‘나는 저런 부장님이 되지 말아야지.’ ‘나이가 들어도 어린 사원들과 소통하며 잘 지내야지’ 했더랬다. 하지만 이제는 이러한 현상이 결코 부장님의 부족함에서 비롯되는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어쩌면 자연스러운 세대 교체 또는 서로의 위치에서 가질 수 밖에 없는 한계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정답에 더 가까울 것 같다.


분위기를 풀어주고자 던진 농담에 접대용 웃음이 돌아오는 상황을 몇 번 겪다 보면 침묵을 택하게 되고, 자리를 피해주게 된다.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그저 썰렁한 부장님이 되든 무뚝뚝한 부장님이 되든 양자택일이 될 뿐이니 딱히 더 나은 선택이랄게 없으니 말이다.


직급에서 오는 차이도 차이 이거니와 나이에서도 그 결코 좁힐 수 없는 간극은 존재한다. 따라서요새 시니어들은 꼰대와 방임사이에서 방황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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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게 더 베풀고 따듯하고 친절한 사람이 되자고 마음먹었다. 그들이 먼저 내게 다가오지 않고, 손 내밀어 주지 않는 것에 대해 서운해만 하기보다, 나를 되돌아보고 먼저 다가가는 사람이 되어보자.


관리자 직급이 되면서 짧은 시간 내가 배운 것은 이제 경우 몇가지 뿐이다.

‘칭찬 아끼지 않기’, ‘경청하기’, ‘나와 같을 수 없음을 받아들이기’.


배움은 언제나 귀찮지만 즐겁다. 그 동안 보이지 않던 시야로 주변의 사물과 환경을 넓게 바라보게 되었고, 사고방식도 조금은 풍요로워졌다.


나의 경우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해 아둥바둥 거리기 보다 그냥 나 스스로 조금 더 성숙해지는 과정으로 받아들이니 마음이 한결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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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 주임이 내게 지적했던 것들은 지금 보면 사실 업무에 관련된 피드백이기보다는 꼰대스러운 피드백에 가깝긴 하다. 하지만 그날 버스에서 들었던 피드백은 대학생활과 사회생활이 다른지 모르고 멋모르게 행동했던 어린 나의 태도를 반성하게 했고, 나의 말과 행동을 바뀌게 해준 큰 전환점이었다. H의 피드백 덕분일까, 이후 다른 회사에서 인턴십을 할 때는 또래에 비해 어른스럽다는 칭찬을 선임으로부터 종종 받았다.



“당신을 열심히 움직이게 만드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완벽해지려는 생각으로 자신을 괴롭히지는 말자.

우리는 가끔 이런 생각들로 천천히 스스로를 갉아먹으며 완벽과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곤 한다.


인생은 ‘속도’가 아닌 ‘방향’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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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이고 싶지만 외로운 건 싫어서 - 외롭지 않은 혼자였거나 함께여도 외로웠던 순간들의 기록
장마음 지음, 원예진 사진 / 스튜디오오드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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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가적 감정을 솔직하게 어쩌면 노골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이 책의제목을 보며 대부분이 고개를 끄떡이게 될 것이다.


혼자서 존재할 수 없는 인간이기에 우리는 어딘가에 소속되어 살아간다. 가족, 연인, 동료, 친구 등등 사람을 통해 상처를 받고 사람을 통해 치유를 받으며 성장해간다. 의도했든 의도치 않았든 나 또한 살아가며 누군가에게 생채기를 내기도 하고 힘이 되어주기도 한다.

그리고 가장 가까운 사람일수록 우리에게 가장 큰 상처를 낼 수 있다는 점이 참으로 역설적이다.


아무도 곁에 두지 않고 혼자가 되고 나면 마냥 상처받지 않고 평온할 것 같았지만 또 딱히 그렇지도 않았습니다. 고요함과 적막은 가라앉는 마음을 더욱 더 가라앉게 했고 외로움에 휩싸일 즈음 나를 건져내준건 결국 사람이었습니다.


학창시절에는 친구가 가장 큰 재산이라고 생각했고, 우정이 변하는 일은 평생 없을 거라고 믿었다. 함께 할 땐 늘 시간이 가는 줄 모르게 행복했고, 그 시간이 영원하길 바란 적도 있었다.. 시간이 조금 흐르고 인생에는 결국 혼자서만 풀어내야 하는 문제들이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어느덧 같이 어울린다고 해서 다 같은 상황에 있는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나이가 되었다.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사람과 네트워크를 형성하는게 왜 힘든지, 어렸을 때부터 이어져온 관계와는 왜 같아지기 힘든지 우리는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는 홀로 존재할 수 없는 존재이기에 혼자함께사이에서 본인에게 맞는 적당한 그 어디쯤을 찾아 헤맨다.


버스 안에서 책을 넘기며 저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잠시 책을 덮었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둘러보니 친구와 나란히 앉아 신나게 수다를 떠는 학생들도 보였고, 미소를 머금고 전화 통화를 하는 사람도 보였다. 어떤 이는 고개를 파묻고 휴대폰 액정만 만지작거리고 있었고, 또 누군가는 자기 발치 앞에 에코백을 내려두고 빠르게 사라지는 창문 넘어의 풍경에 빠져있었다. 그 공간에도 혼자함께가 따로 또 같이 공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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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성숙한 인간관계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지나 조금씩 알아가는 시기에 다다른 것 같다. 그때의 내 모습도 나름 괜찮았고, 지금의 내 모습은 그때 보다 더 멋이 밴 듯하다. 그때의 우리도 좋았고, 지금의 우리도 여전히 나는 좋다.



그러니까 우리, 조금 멀리서 같이 있자



물리적인 거리가 멀어진다고 심리적인 거리까지 멀어지기엔 가까이 한 시간이 너무 기니까.


그러니까.

지금도 괜찮다.

앞으로도 괜찮을거고.


혼자여도 괜찮고, 함께여도 괜찮아.





타인의 시선이 과하게 신경 쓰이고 쓸데없는 걱정까지 자꾸 하게 된다는 내게 언젠가 이런 말을 해준 이가 있었다. 자기 코가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은 타인의 코를 유심히 살펴본다. 자신의 무지함이 부끄러운 사람들은 누군가를 비난할 때에 "멍청한 사람 같으니라고."같은 표현을 자주 쓴다. 누군가의 어떤 점이 밉다면 그건 내가 그 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지나친 표현은 그 내부에 반대되는 욕구가 숨어 있기에 나오는 것이다."

길은 도착하는 것에만 의미가 있지 않다. 거리에서 만나는 사소한 것에서도 의미를 발견할지도 모른다. 설령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하더라도 나는 무언가를 얻는다. 그래서 가끔은 정도가 있는데도 돌아가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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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의 품격 - 40부터는 무엇이 나를 살아남게 하는가
김철영 지음 / 에디토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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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부터는 무엇이 나를 살아남게 하는가"


수명을 80세로 가정했을 때 마흔이면 이제 반환점을 도는 시기이다.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흔들리는 일이 없다는 나이 ‘불혹’이라고 하는데, 내일 모레 4호선 환승을 앞둔 나의 생각은 사실 조금 달랐다. 몸의 확실히 예전 같지 않은데 정신연령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가장 착실하게 꾸준히 쌓여가는 건 나이뿐인 듯 하다.


나이가 들어가며 ‘모든 것은 때가 있는 법이라는 말’이 점점 더 공감된다. 고민에 있어서도 이 말이 해당되는 것 같다. 취업에 대해 고민하는 시기를 지나, 결혼에 대한 고민을 겪고, 경제적인 안정과 이직에 대해 고민하는 시기가 찾아오고 그 다음 은퇴에 대해 고민해야할 때가 찾아온다. 가만히 보면 이 사이클은 바로 코 앞에 다가온 미래에 대한 걱정들의 순환이다.


그렇다면 한 발짝 앞서 고민거리들에 대비한다면 어떨까? 해당 시점에 도달했을 때 그 고민을 조금을 덜어낼 수 있지 않을까?


마흔, 반환점을 돌아나가는 시점이 된 지금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할 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이 책에서는 ‘품격’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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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계발 서적에서 항상 다뤄지는 포인트를 이 책에서도 마찬가지로 강조하고 있다. 바로 자기 인식, 내면과의 대화이다. 20,30대를 지내는 동안 우리는 많은 경험을 했다. 시련과 고난을 겪고 그것을 극복해내기도 하면서 우리도 모르는 새 많은 성장을 이뤄냈다. 나이만 먹은 것 같지만 그 안을 파헤쳐보면 결코 우리가 지금 서있는 이 자리는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다. 그동안의 경험을 딛고 서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겪었던 성장통을 통해 생각보다 더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다. 우리는 그간의 시간을 감사히 여기고 앞으로 나아가는 데 훌륭한 재료로 활용할 수 있다.


자신이 어떤 이를 잘하는지, 어떤 일을 잘할 수 있는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명확하게 인식해야한다. 40대가 되어서 회사가 어려워지거나 인생의 중대한 갈림길에 서고 난 후에야 비로소 그동안 자신을 돌보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면 얼마나 막막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 셈인가? 우리는 스스로를 보듬어주고, 위로해주고, 사랑해줄 의무가 있다. 이것이 타인을 배려하고 사랑할 수 있는 근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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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받는 선배가 될 것인가 아니면 소위 말하는 ‘틀딱, 꼰대’로 불리워질 것인가?


인생 제2막을 향해 새로운 세상을 맞을 준비가 필요한 시점에서 우리는 ‘기준’에 대한 확립이 필요하다.


당신이 원하는 삶은 무엇인가? 무엇이 당신을 행복하게 만드는가? 평생 함께할 사람은 누구인가?



끝.

품격이란 ‘사람 된 바탕과 타고난 성품, 사물 따위에서 느껴지는 품위’를 뜻한다. 그래서 보통 ‘품격 있는’이라는 말로 수식하는 대상은 조금 고급스럽고 진중하며 고가이거나 쉽게 접할 수 없는 존재가 된다. 그러나 지금의 품격은 ‘오래가는 경쟁력’과 더 가까운 의미를 지닌다. 마흔에 걸맞는 품격을 지녔을 때 비로소 불안한 미래로부터 흔들리지 않고 더 단단해질 수 있다.


20대 이직 경쟁력이 ‘잠재력’이라면 30대에는 ‘이 일을 해본 적이 있는가?’이고, 40대에는 ‘이 일을 해낼 수 있는가?’가 핵심 기준이 된다. 본인의 강점이 명확히 파악된 상태여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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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름은 어디에
재클린 부블리츠 지음, 송섬별 옮김 / 밝은세상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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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뉴욕에서 새로운 미래를 꿈꾸었던 두 여자의 가슴 뭉클하고 서정적인 이야기!

사람들은 왜 살해된 여성이 아닌 살인자를 주목하는가?


18세의 앨리스는 위스콘신에서, 36세의 루비는 호주 멜버른에서 각각 지내던 곳을 떠나 뉴욕으로 오게 되었다. 이 두 여자가 뉴욕으로 오게 된 이유는 남자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앨리스 리는 미성년임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학교 선생이었던 잭슨이라는 남자와 동거를 했다. 루비는 결혼을 약속한 약혼자가 있는 애시라는 남자와 불륜관계를 맺고 있었다. 그러던 중 어떤 계기로 인해 자신의 삶을 위해선 이 비겁한 남자들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도망치듯 도시를 빠져나왔다. 이 파렴치한 인간에게 휘둘렸던 자신을 향해 원망과 비난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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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하듯 손가락질 하는 자신의 손 끝은 늘 스스로를 가리키고 있었다. 죄책감으로부터 달아나고 싶었지만 그 침울하고 어두운 그림자는 뉴욕까지 따라와 괴롭힘을 멈출 생각이 없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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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앨리스는 노아의 도움으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육체적 정신적으로도 조금씩 회복을 하게 되었고 사진학과에 진학하겠다는 소중한 꿈을 꾸게 되었다. 고마운 존재들 덕분에 마음 속에 작은 희망의 불씨를 싹 틔우기 시작했지만 하늘도 무심하게 행복한 삶을 살게 될 거라는 희망을 갖게 된 순간 그녀는 살해를 당하고 만다.


반면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홀로 방황하던 루비는 마음이 복잡할 때마다 동네를 내달리곤 했는데,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그 날 그녀의 발걸음은 그녀를 허드슨 강으로 이끌었고, 그 곳에서 살해당한 앨리스의 변사체를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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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 불명의 사체를 둘러싸고 사람들은 상상 속 이야기를 퍼다 나르며 수많은 가십거리들만 양산해낼 뿐이었다. 그리고 그것도 얼마간만 이어졌을 뿐이었으며, 사람들 머리 속에서 이름 모를 소녀의 죽음은 아주 빠르게 잊혀져 갔다.


루비는 한번도 만나본 적 없었던 한 소녀의 죽음을 목격했고, 왠지 모를 동질감을 느꼈던 것인지 이 사건을 단순히 넘겨버릴 수 없었다. 그러던 찰나 또 다른 우연과 마주하며 뜻밖에 범인은 제 발로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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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살인 사건을 주제로 다루고 있지만 결코 박진감 넘치는 추격신이나 숨막히는 추리의 과정을 담으려고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보다는 한 소녀의 죽음을 좀 더 넓은 시야에서 다양한 각도로 바라보고자 노력했다.


한 소녀의 죽음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영향을 끼치게 되는지, 그 어린 소녀가 죽음을 맞이하게 된 원인은 무엇인지? 그것을 바라보는 친구, 동료, 가족은 어떤 감정을 겪게 되는지? 반면 그와 관련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더 나아가 이 죽음을 통해 기존의 편견과 선입견, 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인식이나 현재 시민들의 의식 수준, 현대 사회의 통념들에 대해 한 발짝 떨어진 자리에서 다시 한번 되새겨 볼 수 있었다.


어떤 하나의 사건을 바라보고 받아들이는 형태가 곧 그 사회의 얼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과연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대한민국의 얼굴은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가?


일면식도 없는 소녀의 죽음은 우리에게 어떤 느낌으로 와 닿는가? 아직 피어보지도 못한 채 꺾여버린 한 송이 가녀린 꽃 같은 18세 소녀의 소중한 꿈이 짓밟힌 것을 본 느낌은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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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사건이 발생하기까지 그 소녀의 행보에 대해 너무나 소상히 기술하고 있는데, 단지 몇 십 페이지에 해당하는 분량만큼 그녀에 대해 겨우 알게 되었을 뿐 임에도 그 소녀의 죽음이 완벽한 타인의 죽음과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 점을 떠올려보면 저자의 의도가 짐짓 예상이 되는 듯도 하다.



끝.

삶과 죽음을 가르는 경계는 어슴푸레하고 애매하다. 삶이 어디에서 끝나고 죽음이 어디에서 지가되는지 어느 누가 단언할 수 있겠는가?

- 에드가 앨런 포 -

어두운 갓길에서 시동을 켜고 정차 중인 차가 마음에 걸려 길을 건너 피해갔던 일, 뒤에서 걸어오던 남자가 너무 가까이 따라붙는 바람에 휴대폰을 꺼내들고 가족과 통화하는 척했던 일, 지하철에서 무섭게 생긴 남자가 옆자리에 앉는 바람에 내리는 척하며 다른 칸으로 옮겨갔던 일, 초면에 술을 사주겠다는 남자에게 ‘고맙지만 괜찮아요.‘‘하고 답했던 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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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하고 즐거운 일을 시작했다 - 퇴직 이후 새로운 직업을 선택한 아홉 명의 이야기
이보영 지음 / 동녘라이프(친구미디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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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없는 휴식은, 쉬어도 쉬는 게 아니었다

인간이라면 그 어느 누구도 죽음을 피할 수 없듯이 은퇴라는 것 역시 경제 활동을 하는 이라면 예외없이 언젠가는 꼭 마주하게 될 현실이다. 비단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전업 주부에게도 은퇴라는 단어는 해당된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은퇴라는 단어를 보면 어떤 이미지들을 머리 속에 떠올릴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은퇴라고 하면 인생 2’, ‘사회생활 졸업’, ‘전직’, ‘외로움’, ‘노후’, ‘퇴물등을 떠올릴 것 같다.

은퇴의 사전적 정의는 직임에서 물러나거나 사회 활동에서 손을 떼고 한가히 지냄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요즘 시대에 은퇴로부터 한가함이라는 키워드를 떠올릴 수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현재 사전적 정의에 약간의 수정이 필요한 것인지 아니면 우리 머릿속에 자리 잡힌 은퇴의 정의가 조금 모호한 것인지 다시금 생각해본다.

긴 회사생활을 졸업한 뒤 퇴직금을 가지고 작은 가게를 운영하기 시작한 한 중년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분은 여전히 사회에 소속되어 일부분의 기여를 하고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제공함으로써 소득을 창출하는데, 여기서 이 분은 은퇴 후에 가게를 운영하는 것인가? 아직 은퇴하지 않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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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등장하는 아홉 명의 퇴직자들은 다양한 직종에서 일을 해왔고, 그 일을 떠나 다시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두 번째 인생을 다채롭게 살아가는 중이다. 이들을 만나며 일에 대해 공들여 궁리할 기회를 갖게 됐다. 생존은 중요하고, 그 안에서의 첫 번째 목적은 분명하다. 직업을 생각할 때돈이 되는 일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기준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건 삶 전체를 관통하는 사회적 자아라는의 본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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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은퇴의 사전적 정의가 아니다. 얼마나 미리부터 인생 제 2막에 대해 고민해보았는지, 얼만큼 준비된 상태로 퇴직의 시점을 맞이하는지, 본인이 꿈꾸는 인생 후반전은 어떤 모습인지에 따라 은퇴라는 단어는 우리 모두에게 다 다른 느낌으로 와 닿을 것이다. 즉 중요한 것은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각자만의 은퇴에 대한 정의일 것이다.

우리의 인생에 단 하루도 어제와 똑같은 오늘이 존재할 수 없듯이 이 세상에 똑같은 인생을 사는 사람 역시 절대 존재할 수 없다. ‘죽음과 마찬가지로 은퇴역시 저마다 받아들이는 느낌이 천차만별일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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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마주하게 될 그 시간을 어떤 자세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는 지금부터 그 시점까지의 기간 동안 얼마나 더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고, 내면과의 대화를 많이 나누는지에 따라 극명하게 달라질 것이다.

갑자기 재미있는 일을 찾긴 힘듭니다. 이건 즐겁고 건전하게 즐길 놀이 문화를 생각할 수 없게 만든 사회에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죠. 자신이 할 수 있는 재미있는 일을 찾아보려면, 힘들지만 현실적인 문제에서 약간 거리를 둘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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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틸 때까지 버틸 것이냐, 피할 수 없는 은퇴 일찍부터 준비할 것이냐라는 질문에 집중하는 일 못지않게 본인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것 또한 굉장히 중요하다. 본인 스스로에 대해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 셀프메타인지’(급 지어낸 표현임)에 대한 끝없이 고민이 점점 길어지는 인생 후반전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 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풍족함보다는 풍요로움의 가치를 실감하고 있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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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재미있는 일을 찾긴 힘듭니다. 이건 즐겁고 건전하게 즐길 놀이 문화를 생각할 수 없게 만든 사회에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죠. 자신이 할 수 있는 재미있는 일을 찾아보려면, 힘들지만 현실적인 문제에서 약간 거리를 둘 필요가 있습니다."

외롭고 적적한 은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즐거운 두 번째 일을 찾기 위해서

-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하기
- 중요하게 여겼던 신념을 지키기
- 좋아하는 취미에 시간을 투자하기
- 돈이 안 되는 일이라도 ‘그냥’ 시작하기
- 꿈만 꾸던 ‘로망’에 도전하기
- 은퇴 전부터 미리 은퇴 이후의 삶을 체험하기
- 자신에게 맞는 삶의 방식을 선택하기
- 인생을 돌아봤을 때 빛났던 순간을 떠올리기
- 일단 한 걸음 떼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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