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이고 싶지만 외로운 건 싫어서 - 외롭지 않은 혼자였거나 함께여도 외로웠던 순간들의 기록
장마음 지음, 원예진 사진 / 스튜디오오드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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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가적 감정을 솔직하게 어쩌면 노골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이 책의제목을 보며 대부분이 고개를 끄떡이게 될 것이다.


혼자서 존재할 수 없는 인간이기에 우리는 어딘가에 소속되어 살아간다. 가족, 연인, 동료, 친구 등등 사람을 통해 상처를 받고 사람을 통해 치유를 받으며 성장해간다. 의도했든 의도치 않았든 나 또한 살아가며 누군가에게 생채기를 내기도 하고 힘이 되어주기도 한다.

그리고 가장 가까운 사람일수록 우리에게 가장 큰 상처를 낼 수 있다는 점이 참으로 역설적이다.


아무도 곁에 두지 않고 혼자가 되고 나면 마냥 상처받지 않고 평온할 것 같았지만 또 딱히 그렇지도 않았습니다. 고요함과 적막은 가라앉는 마음을 더욱 더 가라앉게 했고 외로움에 휩싸일 즈음 나를 건져내준건 결국 사람이었습니다.


학창시절에는 친구가 가장 큰 재산이라고 생각했고, 우정이 변하는 일은 평생 없을 거라고 믿었다. 함께 할 땐 늘 시간이 가는 줄 모르게 행복했고, 그 시간이 영원하길 바란 적도 있었다.. 시간이 조금 흐르고 인생에는 결국 혼자서만 풀어내야 하는 문제들이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어느덧 같이 어울린다고 해서 다 같은 상황에 있는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나이가 되었다.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사람과 네트워크를 형성하는게 왜 힘든지, 어렸을 때부터 이어져온 관계와는 왜 같아지기 힘든지 우리는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는 홀로 존재할 수 없는 존재이기에 혼자함께사이에서 본인에게 맞는 적당한 그 어디쯤을 찾아 헤맨다.


버스 안에서 책을 넘기며 저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잠시 책을 덮었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둘러보니 친구와 나란히 앉아 신나게 수다를 떠는 학생들도 보였고, 미소를 머금고 전화 통화를 하는 사람도 보였다. 어떤 이는 고개를 파묻고 휴대폰 액정만 만지작거리고 있었고, 또 누군가는 자기 발치 앞에 에코백을 내려두고 빠르게 사라지는 창문 넘어의 풍경에 빠져있었다. 그 공간에도 혼자함께가 따로 또 같이 공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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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성숙한 인간관계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지나 조금씩 알아가는 시기에 다다른 것 같다. 그때의 내 모습도 나름 괜찮았고, 지금의 내 모습은 그때 보다 더 멋이 밴 듯하다. 그때의 우리도 좋았고, 지금의 우리도 여전히 나는 좋다.



그러니까 우리, 조금 멀리서 같이 있자



물리적인 거리가 멀어진다고 심리적인 거리까지 멀어지기엔 가까이 한 시간이 너무 기니까.


그러니까.

지금도 괜찮다.

앞으로도 괜찮을거고.


혼자여도 괜찮고, 함께여도 괜찮아.





타인의 시선이 과하게 신경 쓰이고 쓸데없는 걱정까지 자꾸 하게 된다는 내게 언젠가 이런 말을 해준 이가 있었다. 자기 코가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은 타인의 코를 유심히 살펴본다. 자신의 무지함이 부끄러운 사람들은 누군가를 비난할 때에 "멍청한 사람 같으니라고."같은 표현을 자주 쓴다. 누군가의 어떤 점이 밉다면 그건 내가 그 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지나친 표현은 그 내부에 반대되는 욕구가 숨어 있기에 나오는 것이다."

길은 도착하는 것에만 의미가 있지 않다. 거리에서 만나는 사소한 것에서도 의미를 발견할지도 모른다. 설령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하더라도 나는 무언가를 얻는다. 그래서 가끔은 정도가 있는데도 돌아가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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