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시장
이경희 지음 / 강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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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삽교라는 개의 시선에서 바라본 모란시장의 천태만상을 그려낸 소설이다. 모란시장이라는 공간은 어떤 이에게는 삶의 터전이자 일자리였고, 필요한 것을 구할 수 있는 소비처이기도 했으며, 또 누군가에게는 고향이자 집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 누군가가 사람이 아닌 동물이라면 이 공간은 어떤 의미를 갖게 될 것인 가?

이 곳의 낮은 역동적이고 거칠었으며 늘 시끌시끌했지만, 어둠이 땅에 내리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고독한 공기와 적막함이 그 자리를 대신 했다.

모란시장의 빛과 그림자는 극명하게 나뉘어 있었다.




책을 덮고 가슴이 먹먹해진 채로 얼마간 생각에 잠길 수 밖에 없었다. 어떻게 보면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 내용이기에 읽는 내내 나도 모르게 외면하고자 시도했던 것 같고, 가볍게 읽자고 자꾸 되뇌게 되었던 것 같다. ‘작가의 말에서 저자가 남긴 말은 아마 독자의 이런 죄책감과 무거움을 덜어주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짐작해본다.


두려움을 이기는 것은 용기가 아니라 양심이야

눈 코 입 달린 사람들 모두 불행하진 않아. 너무 많이 먹고 너무 크게 바라보는 욕심만 부리지 않는다면 이 별도 나쁘지 않은데 말이야..

아빠가 나가자 그녀는 장미꽃에 얼굴을 묻었다. 짙은 장미 향기가 그녀의 얼굴을 감쌌다. 그녀는 소리 내어 울었다. 아무 사이도 아닌, 결코 어떤 사이가 될 수 없는 그에게서 받은 장미 향이 진해서 서러웠다.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을걸, 아니 그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해줄걸, 하는 후회가 장미 꽃잎에 뚝뚝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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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회사에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 먹구구식 회사에서 성공 회사로 바꿀 최고의 현실 지침서!
조현우 지음 / 나비의활주로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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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다년간 축적해온 컨설팅 경험으로 중소기업의 민낯을 누구보다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여러 회사들이 공통적으로 보였던 근본적인 문제들과 한계점들을 연구하고 그에 대한 해법을 도출해내다 보니 회사가 돌아가는 구조와 그 회사를 이끄는 수장인 사장님들에 대해 세세히 관찰해왔다이를 바탕으로 회사 운영 중 직면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들에 맞게 명쾌한 솔루션들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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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사장과 직원은 추구하는 방향 자체부터가 다르기 때문에 조화를 이루기 힘들 수 밖에 없다.

직원들은 적게 일하고 많은 보상을 받길 원하고 회사는 적은 보상을 지급하고 많은 일을 해내길 바라기 때문이다예전에는 새해가 되면 ‘건강하세요 ‘부자 되세요처럼 상투적인 인사를 건네곤 했지만 요즘 들어 ‘적게 일하고 많이 버세요라는 덕담을 나눈다사장의 입장에선 달갑지 않은 인사말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반대편에 설 수 밖에 없는 입장이지만최대한 화합을 이루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그 질문에 대한 해답이 이 책에 담겨있다사장님들 그리고 조직의 관리자들이 겪는 고충과 고민들에 대해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이 책을 우리 회사 리더분들에게 추천 드리고 싶다. 그리고 내가 리더가 되면 이 책을 다시 한번 찾아 읽어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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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죄송합니다 - 왜 태어났는지 죽을 만큼 알고 싶었다
전안나 지음 / 가디언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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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폭행하는 상대임에도 그 외에는 의지할 무언가가 없어서그 밖에 어찌할 도리가 없어서내가 미처 알지 못하는 나의 잘못이 있다고 이해할 테니 그러니 제발 나의 결핍을 채워달라고 애정을 갈구해야 하는 그 심정은 어떨까이 모든 X같은 상황이 다 나 때문이어야 한다비록 썩은 밧줄일지라도 나의 생명이 매달려있기에그 끈을 놓치지 않기 위해 스스로 죄인이 되어야 한다그 잔혹한 고통의 소용돌이 속에서 문드러지는 괴로움의 폭풍을 홀로 마음속에서 잠재우기 위해 얼마나 여러 번 스스로를 죽이고 또 죽였을까?

부모라는 존재로부터 사랑과 이해 대신 경멸과 분노를 받아내는 아이의 밤은 얼마나 춥고 잔인했을까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삶을 받아들이기 위해 도대체 어떤 생각들로 스스로를 속여야 했을까?

이런 경험은 평생의 트라우마로 남아 한 사람의 인생을 불구로 만들어 버린다보통의 한 사람을 심리적으로 거세 시켜버리는 행위다남에게 늘 자신을 속여야 하며사람으로 받은 상처로 인해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게 너무나 힘들다사랑과 관심이란 것도 받아본 자만이 그것을 나눠줄 수 있는 것이다학대를 받은 이들은 누군가에게 관심과 호감을 받으면거기서부터 새로운 혼란이 시작된다있는 그대로의 상대방의 표현을 고맙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이 사람이 나에게 왜 이유 없이 잘해주지?', '내 본 모습을 알게 된다면나의 과거를 알게 된다면 이 사람은 날 떠날지도 몰라.'와 같은 생각으로 본인을 괴롭히게 된다.


나를 움직이는 것이 ‘열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보니 그건 ‘결핍’이었다.

나의 산소 호흡기는 책이었다. 책은 나에게 무중력 상태였다. 그곳에서 나는 안전했다. 책을 읽으며 나는 나를 치유해 나갔다. 책 중독자처럼 매일 책을 읽고, 그것으로도 충족이 되지 않아 온갖 것들을 배우러 다녔다.

나는 김주영이자 전안나였던 나의 역사를 수용한다. 다른 사람에게 끌려다니지 않고 내 결정에 따라 살 것이다. 내 지난 삶을 자본 삼아, 책을 지도 삼아 그렇게 사람들과 함께 살아갈 것이다.

내 이름은 김주영이다.
그리고 전안나이다.
그것이 내가 오늘도 죽지 않고 살아 있는 이유이다.
태어나서,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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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삽니다
장양숙 지음 / 파지트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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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걸 기억할 수 있는 나이가 채 되기도 전에 양숙씨는 교통사고로 그만 한 쪽 다리를 잃게 된다그녀가 어렸을 때장애라는 벽은 고작 그녀의 키만 했다그녀가 자라면서 세상에 대해 알아갈수록 그 벽은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자라 점점 높아지고 단단해졌다마침내 그녀가 성인이 되었을 때그 벽은 하늘을 모두 덮어 그녀에게 볕이 들지 않을 만큼 높게 자라있었다.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사실이 있다바로 장애를 겪는 것은 결코 본인 혼자만이 아니라는 점이다한 사람이 장애를 겪으면 형제자매가 함께 아픔을 나누고 부모는 평생 죄책감과 괴로움에 시달리며 살아간다본인의 고통만큼이야 하겠냐만은 가족들 역시 절대 그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 같다.

나이가 들수록 상대방의 사정도 모르는 상태에서 섣불리 누군가를 평가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


우리는 고작 한 사람의 인생만 경험해 볼 뿐이고세상에는 상상도 못할 만큼 다양한 인생들이 존재하니 말이다.


어린아이지만 동정을 받는다는 게 얼마나 불쾌하고 서러웠는지 모른다. 제발 모른 척해 주기를, 그냥 지나쳐 주기를 간절히 바랐다. 나를 아프게 한 모든 사람들은 나의 이웃이었고 친구였다. 하지만 나를 진정 아프게 한 것은 그들의 동정 섞인 배려였다. 그들은 모를 것이다. 장애인이 되어 보지 않고서는 죽어도 모를 것이다.

돌이켜 보면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인격적인 대우는 포기해야 했다. 장애인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차갑고 냉담했다. 정당한 대접을 해달라고 요구하면, 돌아오는 것은 동정이나 성가셔 하는 기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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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다시 살게 한다 - 유나 아빠의 애도 일기
김동선 지음 / 두란노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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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을 잃은 부모는 평생 자식을 가슴에 묻고 살아간다는 말이 있다. 무슨 수를 써도 이전과 같을 수는 없을 테다. 사랑하는 연인과의 이별에도 온 세상이 무너지는 듯 하고 삶의 방향을 잃은 듯한 감정을 경험하기도 한다. 하물며 본인의 자식을 잃은 그 깊은 슬픔은 감히 어느 누가 가늠이나 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먼저 떠난 자의 사랑이 그리고 남은 자들의 사랑이 이 세상을 다시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다. 부정과 분노를 넘어 후회와 자책을 지나 인정과 용서 그리고 수용과 이해의 단계를 거쳐 상실감이라는 독을 내 육체 안에서 희석시킨다. 언제든 다시 발작이 일어날 수 있겠지만 평생 그 독을 몸 안에 품은 채로 그저 하루 하루 또 힘겹게 살아내면서 조금씩 더 묽어지길 바랄 뿐이다.

비슷한 슬픔을 겪은, 겪고 있는, 겪게 될 수많은 사람들에게 이 책은 따뜻한 위로와 포옹이 되어줄 수 있을 것 같다.


상실을 경험하고 나면 마음속은 전쟁터가 된다. 고요하다가도 갑자기 포성이 울리는 전투가 벌어진다. 느닷없이 사소한 일에도 분노를 나타낸다. 다 내 탓이라는 후회와 자책도 한다. 갑작스러운 이별이 도저히 이해가 안 되어 답답해서 미칠 것 같기도 하다.

상실한 자의 배고픔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배고픔은 그럼에도 생명을 이어 가라는 하늘 아버지의 명령에 가깝다. 배고픔은 다시 출항을 알리는 위대한 항해의 뱃고동 소리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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