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녀 축제에 가자 샘터어린이문고 42
정옥 지음, 정은희 그림 / 샘터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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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판타지나 마녀, 마법 등이 나오는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 세계의 몰입이 어려운 것도 있고, 그런 마법이 그렇게 흥미롭게 느껴지지 않아서 그냥 이야기와의 거리감이 느껴져서이기도 하다. 남들 다보는 영화마저도 보지 않을 정도로.
상상력 부족인가? 아니면 정말 재미있는 책을 못봐서인가? 사는 데 별 문제가 될 것은 없지만 너무 삭막한 것 같아 스스로 원인 분석을 해보지만 특별히 답은 나오지 않는다. 다만 상상력이 부족하고, 감성이 조금 메말라 공감하는 능력이 부족한 것도 이유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해봤다.
 
[우리 마녀 축제에 가자]를 처음 보았을 때 큰 기대감을 갖지 못한 것은 바로 이런 나의 판타지에 대한 건조함 때문이었다. 이 책은 시리즈로 구성되어 있는데 두 편은 이미 출간이 되었고, [우리 마녀 축제에 가자]는 세 번째 책이다.
마법과 마녀는 보통 서양에 뿌리를 두고 있고, 우리의 경우는 도깨비의 요술 정도가 그에 해당될 것이다. 그런데 그 마법과 마녀를 우리의 배경으로 가져와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는 것이 특색있다. 어떻게 보면 살짝 겉돌 수도 있고,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어색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작가는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냈을까 하는 궁금증을 가지고 책장을 넘겼다.
 
 
그런데 첫페이지부터 뭔가 너무 자연스러웠다. 분명 마녀와 마법에 대한 이야기인데...
대한민국의 보통 가정의 여느 아침과 다를 바 없다. 겨울 방학하면 놀러 가자고 조르는 아이, 놀러가는 친구들에 대한 부러움의 토로. 그런 아이들 달래는 엄마, 화를 내고 학교로 가버리는 아이. 자연스러운 이야기의 전개는 마법과 마녀에 대해 들었던 거부감을 일순간 없애 버리고, '맞아, 추운 겨울에는 따뜻한 이불 속에서 귤 까먹는 게 최고지'라는 공감을 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으로 걸어 들어가게 해준다.
 
 
그렇게 주인공과의 교감을 시작하게 되면서부터는 이어 등장하는 말하는 고양이, 마녀 축제도 어느 새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어딘가 가고 싶어 하는 아이가 우연히 알게 된 '마녀 축제'는 생각만 해도 신 나고 흥미진진하다. 더구나 수수께끼를 푼다면 그토록 원하던 마법 빗자루도 얻을 수 있다.
과연 송송은 마법 빗자루를 얻을 수 있을까? 그것을 얻게 되면 가장 먼저 어디를 가 볼까?
책장은 아직 넘어가지도 않았는데 나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편다.
 
 
'마녀 축제'에서 수수께끼를 풀자고 제안한 것은 그림 속에서 살고 있는 고양이 '오디'였다. 수수께끼를 풀면 무엇이든 원하는 것을 마녀에게서 얻을 수 있는데 오디는 그림책 속에서 찢겨져 버린 꼬리를 얻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함께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모인 아이들도 각자 원하는 것을 얻고자 힘을 합치게 된다.
 
 
수수께끼를 풀기 전 마녀 축제에서 송송과 오디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그리고 드디어 시간이 되어 수수께끼 문제가 공개되었다. 총 3단계의 문제를 풀어야 한다.
예상했겠지만 송송과 오디, 그리고 친구들은 도대체 풀 수 없을 것만 같던 그 어려운 문제들을 결국 풀어낸다. 믿음을 가지고 함께 도운 결과였다.
 
 
그 다음 나는 상상을 했다. 마녀에게 각자 원하는 것을 얻고 돌아가는 모습을. 특히 송송은 마법이 빗자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려나? 그런 기대를 갖고 읽어나가는데 웬걸 결과는 전혀 달랐다.
 
"빗자루? 그래,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마녀는 빗자루를 타고 다녀야지."
마고할미는 흐뭇하게 웃으면서 초록색 씨앗 하나를 내 손바닥에 떨어뜨렸다. 그러면서 덧붙였다.
"하지만 송송, 우리 마녀들의 빗자루는 자동차나 비행기처럼 그저 탈것이 아니란다. 빗자루는 마녀의 친구지. 친구를 얻는 데는 마법 말고도 한 가지가 더 필요한데......" --- p.108
 
마녀에게 빗자루는 서로 호흡을 맞추는 친구라는 관점이, 그리고 그것은 결코 쉽게 얻을 수 없다는 것이 의미있고, 무게있게 다가온다.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야 하다는 것이.
과연 송송은 멋진 마법의 빗자루를 탈 수 있을까? 책을 다 읽은 후에도 송송의 마법 빗자루가 던져 준 메시지의 여운으로 마지막 장을 한참 들여다 본다.  
 
 
별로 좋아하지 않던 마법의 이야기를 이렇게 빠져서 본 것은 오랜 만이다. 내가 그동안 순수해졌나?
아마도 송송이의 따뜻하고 순수한 마음 덕분일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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