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콩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국사 맞수 열전 - 고조선부터 현대까지 용호쟁투 스페셜 인물 한국사
장용준 지음, 최경진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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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이런저런 역사책을 꽤 다양하게 읽고 있는 중이다.
특히 청소년 아동 대상 도서는 재미있기도 하고 쉽고 자세하게 설명되어있어 내 수준으로는 읽기에 딱 적당해 즐겨보는 편이다. 역사를 오래 전부터 배워왔건만 읽다 보면 새롭고, 읽어도 읽어도 부족함이 느껴진다. 그래서 아직 사관이나 주제별 독서는 엄두를 내지 못하고, 상식적인 선에서 다양한 형식의 책을 접하며 반복학습하고 있는 중이다. 역사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이 높아지는 요즘은 정말 다양한 형식의 책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같은 내용을 읽어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좋은 책을 만난다는 것은 독자로서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 일인가.
 
[장콩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국사 맞수 열전] 역시 잔뜩 기대를 가지고, 역시나를 연발하면서 읽었다. 역사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마음을 먹을 즈음 처음 청소년 역사책으로 접한 것이 바로 장콩 선생님의 책이었다. '박물관 속에 숨어 있는 우리 문화 이야기' 시리즈의 책이었는데, 유산을 가지고 그렇게 맛깔스러우면서도 재미나게 역사를 풀어 내어 단번에 장콩 선생님의 팬이 되어 버렸다.
지금도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 중에 하나로 꼽고 있는데 그 책을 읽기 전까지는 역사란 통사로 접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내 자신이 그렇게 배워왔기 때문이리라. 또한 역사는 사건 위주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문화유산을 중심에 두고, 건너 뛸 것은 과감하게 건너 뛰면서 그럼에도 역사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끌고 나가는 것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었다. 
 
그렇게 역사의 재미를 새롭게 느끼게 해 준 저자의 책이 새로 출간되었다고 하니 어떤 책인지 알기도 전에 궁금하고, 읽고 싶어졌다. 제목은 [장콩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국사 맞수열전].
맞수라.... 아무리 뛰어나고 독보적인 존재라도 그 자리를 위협할 정도의 라이벌이나 경쟁자는 있는 법. 그러한 관점에 포인트를 맞춰 인물을, 그리고 역사를 바라보고자 하는 저자의 아이디어에 역시라는 감탄을 마지 않았다.
 
 
책을 처음 펼칠 때 가장 놀라웠던 것은 시대순이라는 통념을 깨고, 현대부터 역순으로 맞수의 대결을 펼치는 것이었다. 저자가 이렇게 역순으로 책을 구성한 이유는 고대 인물보다 현대 인물이 극적인 대결 구도가 더 잘 나타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의 흐름이 잘 파악되지 않은 초보자는 뒤에서부터 읽기를 권하고 있다. 몇몇 인물에 꽂힌 사람은 마음 가는대로, 역사의 지식이 해박한 고수는 앞에서부터 읽으면 박진감을 더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역사의 고수는 아니지만 앞에서 부터 읽었더니 앞에서는 대립구조가 뚜렷하여 이 순간 이렇게 했더라면 하는 팽팽한 긴장감과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데,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수록 워낙 오래 전의 일이다 보니 이미 역사의 한 모퉁이에 판각되어 인물보다는 역사가 눈에 더 크게 들어오게 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앞에서부터 읽다 보니 역사의 고수가 아닌지라 읽으면서 역사의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약간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다. 자칫 거꾸로 흐름을 타지 않기 위해서.
 
이 책의 두 번째 특징은 각 대결의 장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정치력, 지력, 인품에 대한 파워지수가 표시되어 있다. 인물의 이야기로만은 미처 다 파악할 수 없는 부분들을 지수로 비교하여 정리함으로써 두 인물이 가지고 있는 영향력과 능력을 비교해볼 수 있도록 해놓은 것이다. 이 부분만 보아도 그 인물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저자는 역시 사용 설명법을 제시해주고 있다.
 
 
"각 장의 도입부에 그래프로 표시된 '파워 지수'는 이 책의 저자 장콩 선생 개인의 판단일 뿐입니다. 장콩은 세종대왕의 파워를 최상으로 두고 다른 역사 인물들의 파워를 평가했습니다. 여러분도 각자 책을 읽으며 자신의 판단으로 인물들의 파워 지수를 측정해 보십시오. 역사를 바라보는 나만의 눈을 기를 수 있을 겁니다." --- <이 책의 사용 설명서 中>
 
 
이 책에 소개된 라이벌은 총 37쌍이다.
 
 
'인현왕후 vs 장희빈'과 이미 역사 속의 라이벌로 유명한 경우가 있는가 하면, '정조 vs 심환지' '세종 vs 최만리'와 같이 잘 알려지지 않았고, 서로가 필요한 존재였지만 입장과 생각이 달라 대결 구도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 관계도 있다.
'김홍도 vs 신윤복'처럼 예술적인 라이벌도 존재하며, '이황 vs 조식', '원효 vs 의상'처럼 직접적인 대립은 아니지만 학문과 종교의 참여 방법에서 각자의 길을 가면서 대결 구도를 이루었던 경우도 있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김영삼 vs 김대중' 그리고 '박정희 vs 장준하', '윤보선 vs 장면'의 대립과 그로 인한 결과를 볼 때였다. 역사에서 '만약~'이라는 가정은 아무 의미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다시 '만약...만약...'이라는 가정을 자꾸해보게 되는 것은 그로 인해 너무 먼 길을 돌아가거나 전혀 다른 길로 가버린 결과에 대한 안타까움때문일 것이다.
 
 
역사를 다룰 때 가장 조심스러운 것은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느냐 일 것이다. 저자는 기존에 배신자로 인식되어진 원균을 객관적으로 평가해보려는 노력을 하면서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은 중심을 잡으려고 한다.
 
"이로 보아 두 사람이 살았던 당대에는 칠천량에서 비록 대패했지만, 원균의 공을 이순신 장군의 전공만큼 높이 평가했음을 알 수 있어요.
그런데 왜 현재 우리는 이순신은 명장으로, 원균은 배신자로만 생각할까요? 그 이유를 자세히 추적하기는 힘들어요. 단지, 임진왜란 당시의 국난 극복이 이순신 장군 혼자 힘으로 이뤄졌다는 단순한 생각은 조금 수정할 필요가 있어요. 원균 또한 자신이 처한 위치에서 최선을 다했던 용맹한 장수였음이 분명하니까요. 이런 의미에서 원균은 이순신 장군의 진정한 라이벌인 게 분명해요." ---p.164~165
 
 
책은 인자한 것으로 알려진 정조가 다혈질적이고 변덕이 심했음을 보여주는 새로운 자료을 반영하고 있으며, 박정희나 장준하, 김영삼과 김대중과 같이 아동 역사서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인물들에 대한 대결과 평가도 냉정하고 다루고 있다. 숨기고 피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역사를 보고 전하려는 그의 노력이 그대로 느껴진다.
 
여러 권의 역사서를 낸 저자의 안정되면서도 맛깔스런 글 솜씨와 웃음을 자아내는 유머러스한 삽화는 이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또한 시대를 거슬러 올라갈수록 달라지는 지명과 지도, 동선을 한 눈에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깔끔하게 전달해주는 저자의 세심한 배려는 머릿 속으로 정황을 쉽게 그려나갈 수 있도록 해준다. 편한 책을 읽을 때는 그 유용함을 못느끼지만, 그렇지 않은 책을 읽을 때면 이러한 섬세한 친절이 얼마나 큰 차이로 다가오는 지 느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저자는 보이는 것보다 더 많이 힘들었겠지만 독자는 그 노력 덕분으로 좀더 쉽고 재미있게 역사의 현장으로 달려갈 수 있었다.
 
 
역사가 아니라 올바른 역사가 중요함을 그 어느 때보다도 절감하는 요즘이다. 각각 다른 신념으로,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살다 간 37쌍의 인물의 행보를 보노라면 과연 어떤 것이 올바른 삶이었는 지, 바른 선택이었는 지를 다시금 되물어보게 된다. 그리고 시선을 현재로 돌린다. 지금 우리는 과연 잘 살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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