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붕어빵, 홈런을 날리다 - 카페 아자부 역발상 창업 성공 스토리
장건희 지음 / 샘터사 / 2013년 9월
평점 :
품절


창업과 성공에 관한 책인 것 같기도 하고, 성공담을 담은 에세이같기도 하고 뭐라 규정짓기 애매한 경계를 왔다갔다 하는 책이다.
 
사실 처음 [명품 붕어빵, 홈런을 날리다]를 봤을 때는 도대체 무슨 내용의 책인지 가늠할 수 없어 궁금증이 증폭된 책이기도 했다. '카페 아자부 역발상 창업 성공 스토리'라는 부제를 보고 나서야, '명품으로 거듭난 붕어빵의 비밀, 카페 아자부의 신개념 성공 창업 전략 34'이라는 문구를 읽으면서 비로서 이 책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 책은 '창업 성공 스토리'이며 '창업에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지침서'가 될 것이었다. 저자가 대학교에서 마케팅에 대한 강의를 했으니 그가 전해주는 비법이 결코 개인적인 경험에 한한 것은 아닐 것이기에 나는 '창업' 성공을 돕는 책이라고 규정하고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읽으면 읽을수록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분명 저자의 창업 성공 스토리를 기반으로 창업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하고 있는 것이 스토리의 주가지임은 분명하지만 그 전달 방식에 있어서 저자는 다소 독특한 방법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프로야구 선수 출신에, 한 때는 야구 해설까지 했을 정도로 야구에 관해서는 어쩌면 창업보다 더 전문가이다보니 창업을 시작할 때부터 성공이라는 열매를 얻기까지의 과정을 인생의 축소판 '야구'에 비유하여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은 더 없이 반가울 거고, 문외한이나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저자의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는 설명에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야구 해설을 한 경험 덕분인지 야구로 얘기하지만 그 위에 인생이 오버랩되어 보이는 것은 재담꾼으로서의 그의 탁월한 능력 덕분일 것이다.
 
제목부터 '홈런'이 들어간 것으로 볼 때 이 책에서의 야구의 비중을 짐작할 수 있다. 물론 홈런이라는 말이 야구 용어를 떠나 이제는 크게 한 방 터지는 상활을 나타내는 고유명사처럼 사용되고도 있지만, 더그아웃부터 1루, 2루, 3루를 돌아 홈인까지로 묘사한 각 장의 제목은 야구를 배경으로 깔고 있음을 재확인시켜 주고 있다. 
 
 
성공 신화를 보면 대부분이 과정에서 크고 작은 시련을 거친다. 물론 어떤 일이든 시련이 없을까마는 큰 성공을 거둔 사람일수록 시련의 골도 깊은 것은 어쩌면 우연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과감하기도 하고, 깊은 시련을 극복하면서 더 큰 성장의 동력을 얻었을 수도 있을 테니까.
 
저자는 한 때 총망받은 프로야구 선수였다. 국가대표를 지낸 것은 물론,OB 김인식 감독이 프로로 끌어들일 만큼 뛰어난 선수였으나 부상으로 인해 인생의 전부였던 야구를 떠나게 된다. 하늘이 무너져내릴 것 같은 절망적인 상황에서 그는 공부에 매달려 대학원을 졸업하고 교수가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좋아하는 프로야구 해설 위원의 기회를 얻게 되면서 나름 실력을 인정받는다. 승승장구하던 그때 다시 또 '근육긴장이상증'이라는 희귀병 판단을 받으며 죽는 날만을 기다리는 신세가 된다. 그런 암흑의 상황에서 그는 포기하지 않고 끝내 다시 일어선다.
 
그렇게 9회말 2아웃같은 위기의 상황을 '정신력'으로 극복하고 다시 교단으로 돌아와 제 2의 인생을 살게 된다. 그 삶이 불만족스러울리 없었겠지만 어느 날 창업 컨설팅을 가르치던 학생이 교수님이 직접 해보시는 것은 어떻냐는 말에 들은 후 그는 깊은 고민에 빠진다. 진정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 장고 끝에 드디어 그는 '창업'을 결심하게 된다.
 
 
그렇게 시작된 창업의 과정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창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템 선정일 것이다. 처음 이 책의 제목 '명품 붕어빵'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속으로 '붕어빵이면 붕어빵이지 명품은 뭐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때 거리를 누볐던 황금 붕어빵의 업그레이드 버전인가? 또다른 길거리 아이템인가 하는 생각을 가지고 봤었는데, 실은 전혀 다른 완전히 새로운 발상이었다. 
 
 
까페에서 사계절 먹을 수 있는 고급 붕어빵이 그것이었다. 과연 이것이 성공을 할 수 있을까? 물론 성공을 했기에 책으로 출판이 될 정도겠지만 어떤 부분이 소비자에게 어필이 되었고, 꾸준히 사랑받는 아이템이 되었나 그 과정이 궁금했다.
시장 조사부터 기술을 완성하기까지 거의 맨땅에 헤딩을 하며 저자는 국산 100%의 팥소를 사용하는데 성공해냈으며, 제품 없이 백화점 입점을 따내며 성공의 발판을 마련하였고, 가스불을 사용할 수 없는 백화점에서 사용해야 하는 전용 전기 기계를 수차례의 실패 끝에 마침내 성공해냈다.
 
 
머릿속에 있던 아이템이 세상 밖으로 나와 제품화 되는 과정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과정인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중심을 잡고 유지하는 일 역시 일으켜 세우는 일만큼 어렵고 힘들다는 생각도 든다. '명품 붕어빵'은 100% 국산 팥소에 물이 들어가지 않고 우유만으로 반죽을 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도 모양이 유지되고, 굳지 않고 부드럽다고 한다. 그러나 원가가 워낙 높다 보니 수익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원가를 조금 낮춰 보려했던 그의 시도에서 그의 그의 현실적인 어려움과 함께 그럼에도 스스로를 그 유혹에서 지켜내려는 노력이 그대로 전달이 된다. 어느 누군들 그런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있으랴.
 
"도미빵 반죽에는 원래 물이 아닌 우유만 들어간다. 나중 그중 10퍼센트만 물로 대체해서 만든 반죽으로 한번 도미빵을 구워보았다. 완성된 빵을 먹어보니 기존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 맛으로는 절대 구별할 수 없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결과가 이러니 유혹으로 빠져드는 마음을 걷잡을 수가 없었다. 한번 늪에 디딘 발이 빠른 속도로 빨려 들어가듯 머리가 휙휙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럼 우유를 10퍼센트만 더 줄여볼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우유와 물의 비율을 8:2로 하자, 맛에서 약간의 차이가 느껴졌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시간이 얼마 지나자 물을 섞은 반죽으로 만든 도미빵의 두께가 눈에 띄게 줄었다. 물을 10퍼센트만 섞은 빵도 마찬가지였다. 우유만 넣어 만든 도미빵은 식어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물을 넣은 빵들은 전부 푹 껴져버린 것이다.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지금 뭘하고 있는 거지?' 보는 사람이 없는데도 나는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른 채 그냥 서 있었다."
--- p.264
 
 
그렇게 다시 자신의 위치로 돌아와서 그는 얘기한다.
 
"성공이란 사회적으로 인정 받았을 때 성립된다. 그러니 그 관심에 보답할 수 있는 정도가 성공의 양이라 할 수 있다. 번 돈은 액수일 뿐이다." ---p.283
 
앞으로 그의 목표는 100년 기업을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아마도 그 꿈 역시 그 특유의 집념과 끈기로 이뤄낼 수 있을 것임에 틀림없다. 국산 팥 100%이기에 잘 쉰다는 원성을 기쁨으로 받아 들이고, 기꺼이 손해를 감수하며 뚝심으로 지켜내는 그 '가치'는 분명 100년 이상 발휘하기에 충분할 것이기 때문이다.
 
 
처음 책을 읽을 때는 그의 성공 스토리가 보였으나 점점 책을 읽다 보면 그의 인생스토리로 시선이 옮겨지게 된다. 처음 느꼈던 경계의 모호함은 아마도 인생과 사업을 야구와 잘 버무려 만든 책의 독특한 구성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역시 발상의 전환으로 멋지게 홈런을 날린 저자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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