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선생님도 궁금한 101가지 문학질문사전 - 국어 선생님을 공부하게 만든 학생들의 상상초월 질문 퍼레이드 101가지 질문사전
강영준 지음, 아방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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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선생님도 궁금한 101가지 문학질문사전]의 가장 큰 장점은 쉽다는 것이다. 독자의 대상이 중·고등학교 학생이기 때문에 쉬운 내용도, 어려운 내용도 하나하나 처음부터 단계적으로 쉽게 풀어서 설명해주고 있는 것이다. 400페이지가 넘는 묵직한 분량이기에 책에서는 어디를 펴서든 필요한 것을 찾아서 읽으라고 하지만, 개인적인 욕심은 워낙 쉽고, 수필처럼 편안하게 읽을 수 있게 쓰여졌기 때문에 한 번 정도는 정독해보는 것을 권하고 싶다. 소재는 같지만 질문이 조금씩 확장되기도 하고, 심화되기도 하면서 개념에 대한 이해를 좀더 확실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국어 시간에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장르별 성격, 용어와 특징 등과 관련된 101가지 질문을 제시하고 이에 답을 하면서 개념부터 특징까지 차근차근 설명해간다. 장르는 크게 고전 시가, 고전 산문·소설, 현대 시, 현대 소설로 나누었으며 각각 20여 개씩의 질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질문에는 질문을 하게 된 배경이 설명되어 있는데 이 책을 읽는 독자층의 눈높이에서 그들의 정서로 표현되어 있어 친근감을 느낄 수 있다. 저자가 교사로 재직하면서 아이들이 실제로 질문한 내용을 토대로 질문을 뽑은 이유도 있겠고, 오랜 시간 아이들과 교감하면서 생긴 정서가 그대로 반영된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각 질문 별로 답변은 그렇게 길지 않지만 유려하고 깔끔한 필체로 기초 개념부터 심화된 내용까지 자연스럽게 녹여내고 있다.
 
글을 읽다 보면 얼핏 학창 시절의 참고서를 떠올리게 하는 것은 가장 기초적인 지식부터 정리하면서 진행하기 때문이다. 일반 적인 책 같으면 주석으로 달거나 생략하고 넘어갈 내용들도 꼼꼼히 본문 안에 넣어두었기 때문에 학생은 물론이고, 너무 오래 전에 배워 기초 공사부터 다시 해야 하는 일반인들도 편안하게 그대로 읽어가면서 정리해볼 수 있다.
 
제목과 소제목은 유기적인 관계로 이루어져 있는데 제목은 질문, 소제목은 대답의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책을 모두 읽은 후에 제목과 소제목으로 마인드맵을 그려본다면 내용이 한 눈에 정리되어 참고하는 데 용이한 것은 물론 기억하기도 훨씬 쉬울 것이다.
 
 
 
 
본문의 전개 형식은 이론과 예문이 거의 반반의 비중이 될 만큼 많은 예문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실제의 예를 보는 것처럼 좋은 학습 방법은 없을 것이다. 효과적인 전달 방식이 무엇인지, 지루하지 않게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아는 교사의 본능적인 감각이 잘 표현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중·고등학교의 교과서를 좀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책의 목적에 맞게 각 장에는 중학교 교과서와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어떤 영역에 속하는 지의 구분이 실려 있다. 또한 책의 맨 마지막에도 '질문-교과연계표'를 색인처럼 만들어 실었으며, 더 나아가 '교과-질문연계표'도 따로 실어서 교과 영역별 어떤 질문들이 실려 있는 지도 찾아보기 쉽도록 해주고 있다. 저자의 배려와 꼼꼼함이 그대로 느껴진다.
 
 
 
각 질문의 끝에는 '뜬금있는 질문'이라는 박스형 꼭지를 두어 본문을 좀더 보충해줄 수 있는 내용이나 관련해서 좀더 참고해 볼 수 있는 내용들을 싣고 있다. 저자는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짓궂게, 뜬금없이, 예리하게 던지는' 질문들을 모아서 책을 냈다고 했는데, 그 식은땀 나는 질문들의 대부분이 박스글의 질문이 아닐까 싶다.
 

 
'고전시가'와 '고전 산문, 소설'의 질문들은 주로 교과서의 범주 안에서 지식을 묻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현대 시'와 '현대 소설'도 특징이나 구성의 부분에서는 교과서 내용의 연장이지만 좀더 복잡해지고 난해해지는 장르의 특성상 다양한 형태로 질문이 뻗어간다.
 
그중에는 생채기가 아직 살아있는 현실 반영적인 질문들도 등장한다. 어쩌면 아이들은 아직도 대립 관계가 정리되지 않았거나 진실이 규명되지 않은 복잡한 상황에 처한 이러한 질문들이 진짜 궁금했을 지 모른다. 실제로 학교 수업 시간에 질문을 했다면 시험에 안나온다는 이유로, 이러저러한 이유로 그냥 대충 넘어갔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 궁금증을 해결하지 못한 채 진도를 나아가거나 해결의 시간을 잠시 뒤로 미뤄두었을 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그러한 질문들도 불편해하거나 감추거나 하지 않고, 아이들 눈높이에서 담담하게 전달해주고 있다. 그래서 학교 교과에 보조를 맞추면서도 학교에서는 배우기 힘든 교과 내용을 배울 수 있는 독특한 형태의 책이 되고 있다.
 
 
이러한 다루기 어려운 외적인 내용 뿐만 아니라, 설명하기 모호하고, 표현하기 난감한 내용들도 저자는 특유의 명쾌하고 깔끔한 방법으로 정리한다. 그중에는 학교를 졸업한 지 꽤 오래되어 기억이 나지 않긴 하지만 했지만 최근에 독서 지도를 공부하면서도 접하지 못했던 내용들도 꽤 있다.  
대표적인 예가 판소리 소설의 이면적인 주제와 인물의 해석으로 고전 소설을 바라보는 또다른 시각을 제공하고 있는 부분이다.
'심청전'의 주제가 겉으로는 '효'를 강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신분 상승'에 대한 민중의 욕구가 숨어 있다는 것이나, 열녀 '춘향' 역시 기생이라는 신분적 구속에서 벗어나는 인간 해방이라는 민중의 바램을 대변하고 있다는 것을 짚어주는 대목은 교과를 떠나 문학을 읽는 재미를 새롭게 느낄 수 있게 해줄 것 같다. '토끼전'과 '흥부전' 역시 저자의 예리한 인물 분석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책 전반에서 느낄 수 있는 부분이지만 명확하고 깔끔한 주제와 인물 등의 분석은 이해하기 까다로운 내용임에도 술술 익힌다. 어려운 말을 사용하지 않고 편안하게 쓰여진 덕분이다.
 
 
오랜 만에 향가, 고려 가요, 시조 등의 용어를 들으니 학창 시절 수업 시간으로 가 앉아 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 때는 왜 그렇게 지루하고 재미가 없었는지... 지금 와서 찬찬히 들여다 보니 비유와 상징의 대가들의 유쾌한 향연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중적인 은유로 표현하는 천재적인 기교에 감탄을 하기도 하면서 옛날에는 그 맛을 몰랐던 것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좀더 재미있게 이렇게 접근해볼 수 있었던 이러한 책이 있었다면 좀 달라졌을까? 이 책은 그렇게 아이들이 교과서 뿐만 아니라 '문학'이라는 장르로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입문서같은 역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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