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와이너리 여행 - 식탁 위에서 즐기는 지구 한 바퀴
이민우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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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 TV에서 성공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었는데

그 중 한 편이 미국에서 인정받고 있는 소믈리에였다.

서양인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소믈리에에 도전하여

인정받기까지 어떤 노력을 했는 지 등이 소개되었었다.

그 때 처음 소믈리에가 어려운 직업인지 알았다.

수많은 와인을 테스팅하고 분석하고,

음식과 곁들여 먹는 주류의 특성상 어떤 음식에

어떤 와인을 추천할 것인지,

새로운 메뉴가 개발되면 어떤 와인이 가장 적합한 지 등

와인과 연결된 다양한 것을 알아야 하는

복잡하고 어려운 작업임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원래 막입인 나는 음식이나 술이나 맛을 잘 구분 못하고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다르게 느끼는 터라

예민하고 섬세한 맛을 느끼고 평가하는 직업에는 애당초

관심이 없었으나 그런 일을 하고 있는 사람, 직업에 대해서는

흥미가 느껴졌었다.

그 이후 와인이 보편화 되면서 지금은 와인을 즐기는

사람이 꽤 많이 늘어났다.

마트에 가서 다양한 와인을 손쉽게 구할 수 있고,

취향에 따라 즐길 수 있도록 가이드도 잘 제시되어 있다.

와인을 접할 기회가 많아지면서

그때 그 소믈리에가 떠올랐다.

와인의 세계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적어도 간단한 상식 정도는 가지고 접한다면

와인을 고르고 즐길 때 훨씬 다른 느낌일 것 같았다.

 

 

이 책 [와인, 와이너리 여행]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와인에 대한 본격적인 탐구라기 보다는

초심자들에게 와인의 세계에 대한 간단한 안내,

제목 그대로 와인과 와이너리 투어를 통해

와인에 대한 기초 상식과 다양한 와인을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와인에 대한 생초보도 부담없이 접근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책을 읽어보니 역시 나를 위한 책이었다.

와인에 대한 기초 상식이 전혀 없더라도

책을 읽는데 부담이 전혀 없다.

초보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와인과 와이너리에 대해 소개해주고,

최고급 와인과 종류, 그런 와인이 최고급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물론,

초보자들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와인의 종류와

즐기는 법까지 쉽고 친절하게 소개해주고 있다.

사실 이 부분이 가장 필요한 것이기도 했다.

와인을 즐기고 싶은데 마트에 진열된 수많은 와인 중에서

가격도, 산지도, 종류도 다양한 그 와인들 중에서

도대체 어떤 와인을 사야하는 지 난감할 때

전문가의 팁만 살짝 있어도 훨씬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 실용적인 목적으로 관심이 갖기 시작했지만

책을 읽다 보니 꼭 내게 필요한 와인 외에도

평생 맛을 볼 기회가 있을 것 같지 않은 와인이라도

와인의 역사, 와인의 특징, 그 와인이 생산되는 지역과

와이너리에 대한 소개를 읽다보니

원래 목적을 잊어버리고

와인의 매력에 푹 빠져서 읽었다.

제목 그대로 와이너리에 직접 방문해

투어 가이드의 설명을 듣는 것처럼

각각의 와인와 와이너리에 얽힌 에피소드를 통해

와인에 대한 지식과 특징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책은 총 2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course 1 와인투어'에서는 그야말로

다양한 와인을 통한 와인에 대한 기초적인 상식은 물론

와인의 다양한 지식을 소개하는 장이다.

이 장에서는 최고급 와인을 구별하는 방법으로

음식의 미슐랭가이드처럼

와인에서도 '보르도 그랑 크뤼'가 있다고 소개한다.

여기에 소개된 와인을 선택하면 실패는 없겠지만

과연 접할 수 있을 지는 모르겠다...ㅎㅎ

 

와인은 음식과 곁들이기 때문에

음식과 가장 알맞은 와인을 찾는 것도 중요한데

재미있는 것으로 '김치'와 어울리는 와인을 소개해준다.

와인을 김치와 같이 먹겠다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지만

프랑스 5대 샤토 중 하나인 샤토 라피트 로칠드의

양조 책임자 에릭 콜러는 김치를 좋아해서

이와 어울리는 와인을 찾기 위해서 세미나를 열 정도였다고 한다.

 

"어쨌든 세미나에 따르면 김치와 잘 어울리는 와인이 딱 하나 있었다.

바로 샤토 디켐이다.

-중략-

샤토 디켐의 풍부하고 달콤한 맛이 김치의 매운 맛을

깨끗하게 해주고 심지어 입안에 좋은 여운마저

남겨주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p.21

 

서양에서 출발해서 서양의 음식만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다양한 음식과 어울릴 수 있는

와인을 찾아서 즐길 수 있다면

괜시리 고급져보이고 높아 보이는

와인에 대한 심리적인 장벽이 낮아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익숙하지 않을 뿐이지

어렵게 느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많은 와인 애호가들이 처음 와인을 시작할 때,

포도의 이름을 외우고 이해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우리가 악기의 이름을 몰라도

록밴드나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즐길 수 있는 것처럼,

와인의 모든 것들이 '조화'와 '균형'을 위한 것이라는

원칙만 이해한다면 한두 가지 포도 품종만 알아도

와인의 오케스트라를 즐기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p.25~26

 

2장인 'course 2 와이너리 투어'에서는

와인을 생산하고 있는 양조장인 '와이너리' 투어에 나선다.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각 와이너리의 특징을

살려서 소개해주는데 그 과정에서

와인의 역사와 특징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각 와이너리를 소개하는 수식어만 보아도

그 특징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프리미엄 와인의 원조 샤토 라피트 로칠드,

줄 서도 못 사는 로마네 콩티,

가장 우아한 샴페인 테탕제,

유기농법으로 만든 순결한 와인 쿨레 드 세랑,

우아한 곰팡이 소테른...'

 

곰팡이?

 

 

"소테른 와인은 스위트 와인이다.

평범하게 달콤한 와인이 아니라, 한번 마셔보면

그 황홀함을 잊을 수가 없어서

러시아의 왕족들이 즐겨 마셨다는 고급 스위트 와인이다.

소테른 와인의 단맛의 비결은 보트리티스botrytis라고 하는 곰팡이에 있다.

소테른 마을 인근의 가론강과 시롱강이 온도 차이에 의해,

이 지역 포도밭에 안개가 자주 형성이 되는데

이 안개는 보트리티스라고 불리는 곰팡이를 동반한다.

보트리티스 곰팡이는 추수에 가까워진

소테른의 포도알 껍질을 약하게 만들고

낮의 따스한 햇살이 포도 알의 수분을 증발시킨다.

이렇게 건포도처럼 일그러진 포도를 수확하여

와인을 만드는 것이 바로 소테른 와인이다.

-중략-

특히 최근의 소테른 와인 가격은 옛날에 비해서 많이 떨어져서,

샤토 디켐도 불과(?) 몇십만원 정도에 구입할 수 있고,

나쁘지 않은 소테른 와인도 몇만 원 정도에도 구매할 수 있다.

소테른 와인의 장점은 와인을 잘 아는 애호가나

혹은 와인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편하게 와인을 즐길 수가 있다는 점이다.

집에 초대를 받았을 때, 혹은 모임에 와인을 가져가야 할 때,

소테른 와인 한 병 만큼 편하고 폼 나는 와인도 없다.

---p.183~188

 

메주나 치즈에서나 곰팡이를 이용하는 줄 알았는데

와인도 곰팡이를 활용할 줄이야.

 

이렇게 2장에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들만의 독특한 양조기술로 와인을 생산해

명성을 얻은 전통있는 와이너리를 소개하고 있다.

 

 

마지막에는 신흥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새로운 와이너리를 소개한다.

마트에서 처음으로 접했던 와인이 칠레와인이었다.

처음에는 칠레의 와인도 수출할 만큼 유명한가?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 책을 읽고 처음 알았다.

칠레의 와인도 품질은 좋았지만

브랜드의 선입견때문에 세계 시장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는데

한국에서만은 편견없이 받아들였다라는 것을.

지금은 오히려 유럽의 와인들이 칠레 와인과의 경쟁에서

어려움을 느끼고 있으며

칠레에 자신들의 와이너리를 만들고 있다고 한다.

 

와인에 대한 상식과 역사 소개를 듣고,

세계 각국의 유명한 와이너리를 방문하고 나니

이제 와인이 조금은 친숙해졌다.

이제는 책에서 소개된 와인 중에서

부담없이 접할 수 있는 것부터 조금씩 시도를 해봐야겠다.

 

"우리나라의 음식들은 매우 조미료 때문에

종종 고급 레드 와인과 잘 어울리지 않는 경향이 있으나

로제 와인하고는 잘 어울리는 편이다.

마침 무더운 여름이 다가오고 있는데,

더위와 한국 음식 모두에 보르도산 로제 와인은 너무나 완벽한 동반자이다"

---p.66

 

독특한 소테른 와인도 좋고,

우리의 음식과 어울리는 로제 와인도 좋다.

맛을 음미하는 순간 책에서 알려준

역사와 향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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