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소중한 플레이리스트
김현경 지음 / 문학세계사 / 2020년 1월
평점 :
품절


요즘은 조용하면 더 집중이 안된다.

멈춰버린 듯한 시간이 압박감으로 다가온다.

특히 무언가를 집중해서 빨리 끝내야 할 때는

더더욱 심리적인 압박감을 해소시켜줄 무언가를 찾는다.

컴작업을 할 때는 주로 유튜브 방송을 많이 틀어놓고

때로는 여러 번 봐서 스토리를 이미 알고 있는

좋아하는 드라마를 틀어 놓을 때도 있다.

 

그렇지만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은 바로 '음악'이다.

청소할 때도, 샤워할 때도

길을 걸을 때도 독서를 할 때도

거의 '음악'을 틀어놓는 편이다.

 

음악 장르는 거의 가요이지만

때때로는 그냥 추천 클래식을 이용하기도 한다.

가요는 취향이 안맞으면 거슬리지만

클래식이나 연주곡은 추천곡이 새로운 느낌을 줄 때가 있어서

유튜브나 멜론에서 종종 이용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거의 듣지 않는 장르는 '재즈'였다.

기승전결도 잘 느껴지지 않았고

특히나 선입견인지 모르겠지만

끈적거리는 느낌은 느끼하기도 하고 지루하기로 해서

좀처럼 선택하지 않았었다.

최근 어쩌다 재즈를 듣게 되었는데

이전과는 다른 편안한 쉼터 같은 아늑함이 느껴졌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 것일까.

예전의 그 답답하고 지루한 느낌이

이제는 오히려 편안하게 감싸는 듯한 휴식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음악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기 시작했다.

음악의 역사 이론을 몰라도 즐기는데는 큰 어려움은 없겠지만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들릴 것이고,

무엇보다 배경스토리를 알면

음악이 더 풍부하고 애절하게 다가오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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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소중한 플레이리스트]를 읽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 역시 음악의 배경지식을 늘려서

음악의 언어로 표현하는 이야기를 이해하고 싶었다.

전문가가 즐기는 음악과

대중이 감동하는 음악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그럼에도 수많은 음악 속에서 선택된

음악은 분명 오래, 깊이 들을수록 그 진가가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무엇보다 어떤 한 장르만 다루는 것이 아닌

클래식, 재주, 대중음악을 아우르면서 다루고 있어

음악의 전체적인 배경과 뿌리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또한 음악에세이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저자의 설명이 끝나는 곳에 추천음악목록과 함께

저자가 운영중인 유튜브 채널의 QR코드를 실어서

음악을 감상하면서 글을 읽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아쉬운 것은 곡마다 링크가 연결된 것이 아니라

유튜브 채널로만 이동이 되어 있어서

해당음악을 찾으면서 들으려니

글을 읽는 흐름이 자꾸 끊기는 불편함이 있었다.

곡마다 연결해놓으면 주소가 수정된 경우

나중에 어긋난 정보로 오히려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 같은데 장단점이 있는 듯 하다.

어찌되었든 책을 읽으면서는

내용과 살짝 어긋나더라도 음악을 함께 들으면서 읽기를 추천한다.

글로만 읽을 때와 음악을 같이 들을 때

느껴는 곡에 대한 느낌은 천지차이이기 때문인다.

불편함을 무릅쓰고라도 독자에게 굳이

들려주려고 했던 이유를 알 것 같다.

 

책은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서는 각 주제에 따라 연관성을 갖는 클래식 음악과 재즈, 그리고 대중음악을 대표하는

 작곡가, 아티스트, 장르 그리고 작품들의 의미와 영향력을 소개하였다.

2장에서는 재즈의 시작부터 모던 재즈의 개척자 마일스 데이비스까지 다루었다.

미국의 대중예술인 재즈가 시대적 상황과 변화에 따라 변천하는 스타일을 살펴보며 특징과 흐름,

그리고 중요 아티스트와 그들의 작품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독자들의 재즈에 대한 관심과 이해에 도움이 되고자 노력한 장이다.

덧붙여, 발전의 양상에서 유사성을 보이는 클래식 음악과 비교도 해보았다.

마지막 장에서는 평소 존경하고 좋아했던 아티스트가 후세에 남긴 발자취를 따라가 보았다.

그들의 음악은 나만의 플레이 리스트에 소중히 저장하고픈 소망을 불러일으킨다."

- '시작하면서'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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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삶이 빛나는 음악, 클래식에서 대중음악까지'는

시작부터 시선을 사로 잡는다.

아이돌 팬덤의 현상의 기원을

그리스-로마 신화부터 출발하여 낭만시대 리스트를 거쳐

최초의 아이돌 프랭크 시나트라,

그리고 아이톨 팬덤의 절정을 이루고 있는 케이팝까지

이어지는 역사를 구체적으로 풀어낸다.

그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었던 해석은

이해하기 힘들었던 현상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하는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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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째로 다루는 주제 역시 평소에는 관심 밖의 주제였다.

바로 '랩'이다.

가사의 중요성의 시초부터 랩의 뿌리,

한국의 랩의 계보까지 아울러 다룸으로써

음악의 원천이 크게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후 비틀즈, 퀸을 비롯한 영국의 뮤지션들,

댄스음악, 민족음악, 축제음악 등

커다란 하나의 주제 속에서

전방위적으로 끌어와서 이야기를 구성한다.

음악의 과거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현대까지 이어지니 다루니

더욱 생생하게 음악 변천의 의미가 느껴진다.

다만 기고했던 매체가 학회지이다 보니

분량의 한계가 있어서인지 한 분야를 좀더 깊이

다루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2장 '나를 위로하는 음악, 재즈'에서는

재즈의 역사, 장르를 좀더 촘촘하게 다루고 있어

재즈를 한층 깊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블루스, 스윙, 부기우기, 비밥, 쿨재즈, 모달 재즈, 현대 재즈까지

뮤지션을 중심으로 재즈의 변화를 살펴본다.

쉽지 않은 삶을 살았던 흑인들의 한을

음악으로 풀어낸 장르이다 보니

뮤지션의 삶 또한 다양한 슬픔과 아픔, 희열이 느껴진다.

스토리가 있어 재즈의 깊이는 더욱더 깊어지는 것 같다.

저자가 권하는 곡을 틀어놓고

책을 읽노라면 당시의 재즈공연장으로 초대된 느낌이다.

배경을 알고 들으니 슬픔과 애환을 리듬과 흥으로 풀어낸

그들의 감성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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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노래를 사랑한 가수의 삶과 음악'에서는

더더욱 스토리와 음악의 향연이 펼쳐진다.

마리아 칼라스, 디트리히 피셔디스카우, 필리프 자루스키,

주세피나 스트레포니, 제니 린드

빌리 홀리데이, 엘라 피츠제럴드를 만나 볼 수 있다.

영상으로 음악을 만날 수 있는 가수들의 경우는

음악과 영상을 함께 보면서

접근하니 그들의 노래가 한층 더 가슴 속을 파고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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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음악의 여행을 하다보니 어느덧 종착점에 도달했다.

마치 도슨트의 설명을 들은 것 같이 생생하다.

 

같은 음악을 들어도 한층 결이 다양하고 풍부하게 느껴진다.

이제는 책장을 덮고 본격적인 뮤지션들의 안내를 따라

음악 속으로 제대로 들어가야겠다.

 

장르별 좀더 깊이 다루는 시리즈물이 출간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보면서

오늘은 재즈 속으로 몸을 담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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