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의견
손아람 지음 / 들녘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 소수의견 : 대법원 등의 합의체 재판부에서 판결을 도출하는 다수 법관의 의견에 반하는 법관의 의견

법정 소설이라는 얘기에 더욱 더 읽고 싶은 충동을 느꼈고,
법정 소설이기에 툭하면 나와서 설쳐대는 법률적 용어들 때문에 읽는데 다소 어려움을 느꼈다.
그래도 책 뒷면에 법정 용어에 대한 설명들이 있기에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용산 철거민들을 떠올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어나간 사람들, 그들을 죽인 사람들, 그 사람들을 공중에 흩어져버리게 만든 사람들......

나는 나를 생각했다. 용산 철거민들이 아닌.
그들은 생각도 나지 않았다. 
드라마 '하얀거탑' 을 생각했고, 의사를 상대로,  병원을 상대로 가망없는 싸움을 하는 자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나도 4년전에는 나에게 오진을 내린 의사를 상대로 고소를 생각했었 적이 있었다.
그 여의사 덕분에 난 암4기 진단을 받았지만,
결국 난 포기하고 자책을 했다.
내 건강 내가 안 살핀 것이라고. 내 잘못인 거라고.
그렇게 나도 질것 뻔한 재판이라는 생각에 그냥 허무하게 돌아서 버렸다.
그런 내가 한심해 보이기도 하고 애달퍼 보이기도 해서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만약 내가 그때 그 여의사를 상대로 싸웠다면 이길 수 있었을까?

이런저런 생각들이 암이 퍼진 뇌속에서 흐느적 거리며 춤을 추고 있는 가운데,
용산 철거민들이 생각나기 시작했다.  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여전히 질질 끌려다니고 있는 재판이였던가?
나역시 기억 속에서 그들에 대한 것들을 모두 잊어버렸다. 
나라가 그들을 버렸듯이 ......
그들의 애달픔과 서글픔들은 누가 달래주었을까......
그들의 억울함과 가슴앓이는 누가 보상해주는 것일까...... 보상은 제대로 이루어지는 것일까......
그때 죽은 이들의 곡은 결국 살아있는 철거민들만의 몫인 것일까.......
그들만이 안고 가야하는 풀지못할 숙제들인지, 
우리가 함께 풀어나갈 수 있는 숙제들인지,
그 중립적인 위치에서 애매하게 줄을 타는 그 숙제들이 빨리 좋은 쪽으로 쑥쑥 풀어졌음 좋겠다.

그러면 나도 그 여의사를 용서는 아니지만, 고소하지 않은 것에 대해 아무런 미련도 후회도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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