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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일드 44 ㅣ 뫼비우스 서재
톰 롭 스미스 지음, 박산호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 내가 네 이름을 기억한다면 널 고발할 수도 있어. " ( 136p )
아이들이 선생님께 자신의 이름이 기억되는 것조차 공포스러운 시대.
누군가의 기억에 자신이 이름이 박혀있다면,
그건 곧 죽음을 , 인생의 파멸을 가는 길을 내가 걷기 시작했다는 두려움에 떨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시대가 존재했고, 어쩌면 지금도 어디선가는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공포를 느끼게, 알려준 <차일드 44>
<차일드 44> 는 끔찍한 우크라이나의 대기근 (일명 우크라이나의 대학살) 이라는 공포스러운 시대적 배경을 선택하여 1950년대 모스크바의 스탈린 공포 정치 시대로 배경을 옮겨 그 공포감을 한층 UP시켜 주었다. 거기에 읽는이의 손을 꼭 붙들기 위해, 또한 이 공포감을 최고조로 올려주기 위해 실존했던 연쇄 살인마의 이야기를 가미시키며 공포가 부르는 공포를 들려주고 있다.
아주 사소한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나와 내 가족의 목숨을 위협한다면?
죄가 없지만, 고문으로 인해 죄를 인정해야만 하는 상황에 닥친다면?
스탈린의 치세아래에서는 범죄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범죄가 일어나도 은폐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럴때 내 가족이 살해당한다면, 나는 어떡해할 것인가?
마치 한명이라도 더 밀고하여 내 삶을 좀 더 평안하게 영위하고자 했던,
일제시대의 친일파들이, 민주화 항쟁때의 배신자들이 그려졌다.
물론 난 겪어보지 못했던 시대적 일이나,
나라가, 우리를 지켜줘야 하는 정부가 그렇게 우리를 바닥으로 내 몰아쳤던 그 시대에
우리 조상들은 어떻게 버티고 살아왔던 것일까?
그들의 참혹했던 모습들이 오버랩 되면서 머리가 좀 더 묵직하게 내려 앉아왔다.
제목 <차일드 44>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지 못했고,
왜 제목이 <차일드 44> 일까 궁금했었는데, 중반부를 넘어 가면서부터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주인공 레오와 라이사의 이야기가 좀 더 설득력있게 다가오기 시작했고,
긴장감을 후~후~ 불어넣어주어 이 두꺼운 책을 손에서 좀처럼 놓을 수가 없었다.
만약 레오가 자신의 기억을 지워버리며 살아가지 않았다면
사건은 좀 더 일찍 해결되었을까? 아니면 그의 인생은 또 다른 삶을 향해 가고 있었을까?
기억하고 싶지 않은 부분들을 머릿속 지우개로 쓱쓱 지우며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별 반 다르지 않은 레오를 보면서 라이사의 말이 떠올랐다.
" 당신에게 일어났던 모든 일을 기억 속에서 지워버렸기 때문에 밤에 그렇게 편히 잘 수 있었던 거야? ( 395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