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도하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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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먹함이 가슴을 짓누르고 있다.
마치 내가 해망 바닷길에 파도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것처럼 나를 떠내려보내는 기분.

그저 담다디를 부르던 가수 이상은의 노래 <공무도하>의 애절한 구슬픔이 생각나서
만나게 된 김훈의 <공무도하>는 이상은의 노래를 더 생각나게 해주었다.
노래를 듣는내내 느껴져던 서글픔, 힘겨움이 책을 읽는 동안에도 곳곳에서 느껴져서 읽는내내 힘겨웠다.

"부사와 형용사는 품사로서의 경계가 모호하고 서로 뒤섞이면서 흘러가는 언어입니다.
 형용사는 자동사에 접근하려는 성질을가진 언어일 것입니다. 정처없는 언어이기 때문에 사전으로 정리하려는 것입니다. "
 (122쪽)


비닐하우스에서 키우던 개에 물려 죽은 아들을 TV에서 봐야하는  엄마 오금자의 비틀거리는 모습이, 숨이 막히는 화재 속에서, 앞이 안보이는 그 자욱한 연기 속에서도 살길을 찾아 보석을 훔치는 방옥출. 베트남 신부 후에, 고향을 도망치듯 떠나버린 장철수, 딸을 잃고 고향을 등진 방천석 . 낙타에게서 돌아가는 시간을 보는 노목희와 이 모든것을  바라보는 기자 문정수의 정처없는 모습이 떠올랐다.
그들은 그렇게 정처없는 언어처럼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그들의 이야기는 8년동안의 폭격 훈련으로 황폐해져가버린 해망의 뱀섬처럼 메마르고 가난하고 서글펐다.

누군가를 떠나보낼때, 새로운 삶을 그려볼 때, 허망한 마음을 달랠 때 보이던 그 바다가
<공무도하>에서는 그저 그들의 눈물이 모여진 것으로만 느껴져 더 아련하게 느껴진것이 아닐까 싶다.

<칼의 노래> 라는 책을 소장하고 있지만, 아직 읽어본 적이 없다. 
한국문학은 지루하다는 편견에서 그저 쌓아두기만 해버린, 그래서 내방 그윽한 먼지를 먹으며 
살아가는 이녀석의 먼지를 내가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해주었다.

어디로 가야할 지 모르는 작가처럼 그들도 나도 어디로 흘러가야할 지 
눈을 뜨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오는 정말 힘겨운 세상에 우리는 묻혀가고 있는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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