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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 히로부미 안중근을 쏘다
김성민 글, 이태진.조동성 글 / IWELL(아이웰)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이토 히로부미, 안중근을 쏘다> 제목이 이상하다. 아..순서가 바뀐거 아닌가?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총으로 쏴서 죽였다가 역사적 사실이 아니였던가?
적어도 내가 학교 국사 시간에 배운 내용은 그랬다.
그런데, 이 책을 덮고 나서는 제목에 공감이 가기 시작한다.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죽이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이토 히로부미가 안중근의 삶에 총을 쏴버렸다는 생각이 든다.
단편 역사소설인만큼 책은 얇고 작은 문고분이라 읽는데 30분이면 충분하다 싶다.
하지만, 읽고 나서 생각해야 할 부분은 30년으로도 부족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아는 것은 안중근 장군(의사:義士라는 표현은 일본이 안중근 장군을 격하시키기 위해 사용한 표현이란다.)가 이토 히로부미를 죽인 역사적 독립운동가라는 것 뿐이다. 그의 아들이, 그의 가족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아니 그들이 존재했었는지조차도 몰랐다. 관심도 없었고 말이다.
안중근 장군에게는 가족이 있었다.
두아들이 있었고, 노모와 아내도 있었다.
그러나 안중근 장군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으로 인하여 그들의 삶은 깨져버렸다. 산산조각.
그 전부터 풍족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일본의 집중적인 공격을 받아 피폐한 삶을 살진 않았던 것 같은데, 영웅 아버지이자 아들을 둔 죄로 그들의 삶은 더이상 추락할 수 없는 바닥으로까지 쳐닫고 말았던 것이다.
안중근 장군의 아들, 안준생
그는 호부견자 (호랑이 아비에 개 같은 자식)이란 불명예스럽고 모욕적인 말을 들어가며
이토 히로부미의 아들 이토 히로쿠니에게 아버지의 죄에 대해 죄를 올리며 변절자, 친일파라는 꼬리표를 달기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선택에 대해 우리가 뭐라 할 말이 있나?
그럴 자격은 있나?
물론 그의 아버지가 영웅적인 행동을 했지만, 그 후에 우리가 그의 가족들을 위해 한 일은 아무것도 없지 않은가?
오히려 일본에 핍박을 당하고 갈 곳이 없는 그들을 외면하고
사지로 몰아세운 책임을 져야하는 것이 아닌가?
만약 내가 안중생이였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그냥 개죽음을 당했을까? 아니면 욕을 먹더라도 내 가족과 함께 편안한 삶을 살아갔을까?
아무리 그러면 안되지. 머릿속으로 , 남의 일이라고 쉽게 말할 수는 있겠지만,
내가 그 상황이 아니면, 그건 아무도 모를일이다.
갑자기 얼마전 월북했다는 사람의 일이 생각난다.
그의 가족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들의 삶도 이젠 평범과는 거리가 멀어졌을까?
100페이지 밖에 안되는 이 작은 책자에는 안중근 장군을 의사(義士)로 표현해서는 안된다는 것과 (그 이유는 책을 읽어야지요...) 우리의 독립 운동가를 잊지 말고 동양 전체의 영웅이였음을 잊지 말라는 것, 마지막으로 그의 아들 안준생을 욕하기 전에 우리의 책임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보자는 것이다.
삼일절이나 호국정신의 날 같은 특별한 날에만 이들을 떠올리지 말고,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역사적 체계부터 제대로 잡고
그들의 활동도 기리고, 끊임없이 알리며 관리하는 어떤 시스템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독립기념관만 한바퀴 돌고 나오는 수학여행이 아니라,
그들의 삶과 이상에 대해 함께 토론을 벌이는 역사수업이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