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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인형의 집 ㅣ 푸른숲 작은 나무 14
김향이 지음, 한호진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만에 만나보는 동화책인지 모르겠다.
고우영 원작 동화 <일지매>를 최근에 읽기는 했지만, 워낙에 많은 성인들로 만들어진 드라마에 익숙해진 탓에 동화라는 느낌이 크게 와닿지 않았었는데, <꿈꾸는 인형의 집>은 책을 펼치는 순간부터 나를 6~7살의 나로 보내준 정말 오랫만에 만나는 동화책이였다.
어린시절 얼마나 인형을 좋아했던가.
미미의 집을 갖고 싶어 엄마에게 두 눈에 눈물을 머금고 징징 거려보고,
길가에 파는 커다란 곰인형이 탐나 아빠에게 대롱대롱 매달려도 보고,
TV에서 나오는 토끼 인형이 귀여워 오빠를 쿡쿡 찔러가며 졸라도 봤던 기억이 난다.
그것들을 받고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얻은 만큼 행복해 하던 내 모습도 ......
그런데, 나도 에이프릴이 셜리에게 그랬던 것 처럼, 나의 미미를, 곰인형을, 토끼인형을 어느순간부터 잊어버렸다.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그것들을 버렸는지 조차 기억을 못하는것이 딱 무심한 에이프릴이다.
순간, 어쩌면 그때 그 인형들이 지금쯤 어디선가 날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쁜이 인형처럼 말이다. 그런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을 내 추억의 인형상자들은 지금 어디쯤 있을까?
오랫만에 따뜻한 그림과 글을 보니 드는 생각은 의외로 많았다.
어린이 동화책을 보고 이제 곧 서른은 어른이 드는 생각이 뭐에 그리 많을까 싶지만서도,
<꿈꾸는 인형의 집>은 참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특히 흑인 인형 릴리의 이야기는 다른사람을 돌아보고, 나를 살피라는 무언의 말을 계속해서 전해준 귀한 이야기였다.
어린소녀가 겪었을 노예생활의 고초와 엄마와의 급작스런 이별등에서도 꿋꿋이 이겨내는 모습은
지금 비록 힘든 상황에 처해있지만, 다시 빛을 발할것이라고 내게 속삭여주고 있는 듯했다.
마치 지금 내 모습을 보고 있듯이.
마치 내 인형들이 나를 위해 나에게 릴리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말이다.
어린시절 누구나 한 두개씩은 가지고 놀던 그 인형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결국 우리에게 하는 말들이다.
소중히 다뤄달라고, 상대방을 위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라고,
어려운 상황이 닥치더라도 고개 숙이지 말고 일어나 걸으라고 힘을 주는 인형들의 무대에 나도 올라가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고싶다.
<꿈꾸는 인형의 집>에 등장하는 이쁜이, 조, 릴리, 셜리는 다 실존 인형들이였다~
저자가 소장하고, 또 추억을 가지고 있던 인형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이기에 더 사실감이 있고, 와 닿았던것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 인형의 이야기가 끝나나 하는 아쉬움에 잠겨있을때 떡~하고 등장한 도안과 설명서 !!!
한번쯤은 내 손으로 인형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친한 사람들에게 , 또 날 위해 선물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만큼 더 소중하고 깊은 추억을 안겨줄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