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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크리파이스
곤도 후미에 지음, 권영주 옮김 / 시공사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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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누구를 위해 달리고 있었던 것일까?
기대가 컸던 만큼의 긴장감이나 박진감은 다소 떨어졌지만,
잘 짜여진 짜임새와 구성력으로 읽는 재미를 느끼게 해준 <새크리 파이스>
처음 접해보는 로드레이스에 관한 이야기가 주 소재이기에 이해하기에는 조금 버거운 느낌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굳이 전문적인 지식이 없더라도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그리고 <새크리 파이스>의 전체적인 이야기를 이해하는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어시스트로 만족하며, 어시스트로의 로드레이스 선수로 남고 싶어하는 ,
그래서 먼저 골인의 테이프를 끊는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며,
우승에 대한 불안함같은 것이 존재하는 재능있는 선수 시라이시의 시선으로 풀어지는
로드레이스의 세계는 매우 신사적인 스포츠이면서 잔인한 면을 함께 하고 있는 이중적인 스포츠이다.
팀의 에이스이자 자신의 존경의 대상인 이시오 선수가 에이스 자리를 놓치기 싫어서 라이벌 선수를
일부러 해쳤다는 오해를 하기도 하지만, 결국 마지막에는 이시오 선배가 얼마나 자신을 후배로서
또 선수로서 사랑을 주었는지, 그리고 많은 기대를 하고 있었는지 알게 되면서
더 큰 선수가 된다는 일종의 시라이시의 성장소설인 셈이다.
답답하게 보이는 시라이시를 보다보면서 어쩌면 그가 가장 이성적이면서도 냉정한 성격의 소유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막바지에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의 남자가 저지른 비열한 짓에 대해서도 입을 다무는 것을 보며 그는 단순하거나 속으로 삭히는 성격이 아니라 냉정하게 그리고 담담하게 풀어내버리는 것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면서 시라이시에 대한 생각은 확고해졌다. 나라면 그런 비열한 자식을 매장시켜 버렸다. 용서하지도 않고 말이다.
스포츠를 소재로 한 소설은 많이 접해보질 않았지만, 전체적인 내용은 조금 비슷한 것 같다.
팀내 존재하는 에이스와 그런 에이스를 뛰어넘으려는 노력형 선수,
그리고 절대적인 재능으로 에이스의 자리를 위협하는 천재선수가 존재하고
그런 천재선수를 시기하는 에이스의 비열함이 드러나는 내용.
하지만 <시크리 파이스>에서는 에이스의 깊은 생각, 어쩌면 무식하게 보이는 로드레이스에 대한
무한 사랑이 드러나는한편으로는 따뜻하고 또 한편으로는 치열한 스포츠 세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모든 경기가 에이스를 위주로 진행되고 어시스트는 철저하게 그림자로 존재하는 로드레이스는
결국 일등만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의 또 다른 모습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