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매진
시미즈 요시노리 지음, 오유리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어느날 2009년의 내가 1978년으로 돌아간다면 어떨까?
내가 태어나기도 전의 세계에서 내 부모를 찾아간다면, 나는 부모와 어떤 시간을 보내고, 또 어떤 말을 하게될까?
그런 나는 내 부모에게 어떤 의미로 남게 될까? 단순한 추억? 아니면 특이한 경험?
시미즈 요시노리의 [이매진]은 엘리트 코스를 밟고 승승장구 하는 아버지와 사이가 불편한
쇼고가 2003년이라는 현실에서 1980년대, 자기가 태어나지도 않았던 시절로 돌아가 뜻하지 않게
재수없던(?) 아버지와 동거를 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은 이야기다.
자신이 알던 그 재수 없는 엘리트가 아닌, 뭔가 어수룩하고 밋밋한 젊은이가 자신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알고 쇼고는 대담한 삶을 제공(?)해주며, 스릴감 있는 추억을 선사해준다.
그리고 그들은 다소 땡뚱맞게 비틀즈의 전 멤버이자 살해당한 존 레논을 구하기로 결심을 하고
뉴욕으로 날아가게 된다. 그들이 과연 존 레논을 구하는 영웅이 될 수 있을까?
궁금하시다면 읽어보시라~
다소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지만, 존 레논은 [이매진]에서 아버지와 쇼고를 이어주는 어떤 보이지 않는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아버지가 좋아하는 가수이며, 쇼고와 사이가 좋을때 들려주던
존 레논의 이야기, 그의 음악이라는 추억이 있고, 또 아버지가 젊었을때 만났던 미래의 사나이 역시 존 이였기 때문이다.
(다 읽고 나서야, 아버지에게 왜 존 레논의 죽음이 충격적이였는지 이해가 갔다.
아버지가 존 레논을 존경하고 좋아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의 눈 앞에서 그가 사망했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작가의 독특한 사고가 빚어낸 쇼고와 엘리트 아버지 다케시마의 이야기는
지루하지 않고, 촘촘한 짜임새 속에서 유쾌함을 실어주기에, 저 두께가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일본 소설 특유의 허함이나 멍때리는 것도 존재하지 않는 [이매진]을 만나보시라~
어쩌면, 다소 껄끄러웠던 부모님과 다시 어렸을때 처럼 반짝거리는 웃음을 지어보일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미래, 아니 쇼고가 살던 현재로 돌아와 아버지를 만났을때서야 자신을 알아보던 아버지를 보며,
쇼고가 어떤 생각을 했을지 좀 궁금하다. 아버지는 또 어땠을까?
자신이 참 괜찮다~ 라고 생각했던 그 대범하고 멋진 미래 청년이 자신의 못난 아들이였음을 알게되었을때의
그 기분이 말이다. 책에서의 다케시마는 썩 괜찮은 아버지 인듯 하다.
잠시 숨을 멎었을뿐, 곧 이성을 찾고 옛 추억을 더듬으며 아들과 마음을 주고 받으니 말이다.
시작도 끝도 유쾌하고 즐거웠던 [이매진]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