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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인 이야기 - 고대영웅들의 화려한 귀환
서영교 지음 / 살림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http://book.interpark.com/blog/blogfiles/userpostfile/2/2009/04/15/23/golfkim_9285574132.jpg)
머리 나쁜 놈은 칼에 맞아 죽고, 살고 싶음 머리를 잘 굴려야 한다.
내가 역사를 바라볼때 마다 항상 갖는 생각 중의 하나이다.
머리가 좋은 사람은 뒤로 뒤집어 져도 기어 살아남는 법이 현실인데, 타국과의 전쟁이나 권력의 투쟁속에서 무사히
살아남아 한자리 꿰차기 위해서는 눈치와 지략은 필수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하는 법이다.
고로 머리 나쁜 놈은 언제고 칼에 맞아 죽고, 머리 좋은 놈은 좋은 자리 꿰차고 권력을 휘두르는 법이다.
냉정한 판단력과 뛰어난 지략, 민첩한 행동 그리고 귀신같은 눈치를 가진 영웅들이 대거 등장하는 역사서는
내가 연애소설 만큼이나 사랑하는 분야이다. 자신의 부모, 형제도 권력 앞에서는 적이 되어버렸던 비정한 과거 역사의 시대에
들어가보면 나도 모르게 그들의 지략과 냉정함에 닭살이 돋고 몸을 부르르 떨어버린다.
오늘 만난 [신라인 이야기]는 말그대로 천년의 왕국 신라에서 나고 자란 인재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리가 흔히 역사 수업시간에 배웠던 인물들이 대거 등장하기에 새로운 인물에 대한
어떤 흥미로움은 많이 생기지 않았지만, 미처 교과서에서는 보지 못했던 새로운 이야기들이 참 많아
또 다른 신라의 신선함을 안겨주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일본천황을 상대로 간덩이 부은 신라 상인 김태렴의 사기극이였다.
752년 윤 3월 일본 후쿠오카에 도착한 신라 사절단은 700명 규모의 신라 왕자 김태렴이 이끌고 있었다.
김태렴은 일본 천황을 마치 중국의 황제인냥 대접하고 고개를 숙이는 등의 립 서비스를 해서
천황이 내리는 관위와 값비싼 물품등을 넙죽 받아왔다. 하지만, 그 다음해 753년 일본 천황은 자신을 극진히 대했던
김태렴만을 믿고 신라로 사절단을 보냈다가 추방이라는 모욕적인 선물을 받고나서야 김태렴이 귀족 상인 집단의 사절단
으로 일본에 들어와 가짜 왕자 행세를 했던 것을 알게된다는 내용이다.
이때 김태렴은 가지고 간 물품을 다 팔고, 또한 일본에 신라 물품을 유행시키며 부를 거머쥐게 되었는데,
어찌나 이 김태렴이라는 인간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는지 모르겠다.
한 나라의 왕을 상대로 사기극을 펼치는 그의 대담성과, 당시 당과 신라가 갖고 있는 불편함으로 오던 경제적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머리를 쥐어 짜는 것 부터가 역시 난놈은 뭐가 달라도 다르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역시...어느 시대건 머리 좋은 놈은 꼬꾸라져도 잘 사는구나...싶다.
이렇게 통쾌하면서도, 재미있는 역사이야기가 우리의 딱딱한 역사 교과서에도 실렸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역사 시간이 지루함보다는 즐거운 이야기 시간으로 변하지 않을까?
그리고 또 나를 유혹했던 바다의 왕자이자 신이였던 장보고.
사실 장보고는 나에게 그다지 인기있는 인물이 아니였다. 하지만, 해신이라는 드라마를 통해 장보고에 대해 다시보게 되었고
또 고구려보다는 신라에 관심을 갖게 해준 인물이라는 점에서 참 흥미롭게 장보고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다.
드라마에서와는 달리 실제 장보고는 권력을 쥐고 흔든 말 그대로의 권력가였다.
신분이 미천했던 장보고로서는 핏줄이나 그 집안의 배경을 중시여기던 신라에서 청해진 대사라는 위치를 내려준것만으로
만족하고 자중했어야 했다. 만약 그가 갑작스런 살해를 당하지 않으려면 말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딸을 왕과 혼인을 시켜 자신의 권력을 계속 유지하고자 하는 야망을 키웠고,
급기야 자신의 작은 성인 청해진에서 반기를 들어 염장에 의해 살해되어 신라 중심으로 나가고자 했던 그의 꿈은 물거품이
되어 사라졌다. 드라마에서 형성된 이미지들과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간의 캐릭터가 부딪힘으로써 생기는 혼란은
또 다른 즐거움으로 "아. 실제로는 또 이랬구나.." 라는 새로운 지식의 즐거움을 안겨주기에 기쁘다.
이번 [신라인 이야기]에서는 장보고가 그런 역할을 해주었다.
배 한가득 사자를 싣고 우산국으로 가 말 몇마디로 가야국의 항복을 받아낸 이사부 부터
신라 전통의 혼례의 절차를 보여주며 화려하게 혼례식을 올린 신문왕등의 자신들의 목숨과도 같았던 나라 신라가
그 천년의 문을 닫고 고려에 나라를 바쳤다는 사실을 저승에서라도 알게된다면 어땠을까..라는 땡뚱맞은 생각을 해본다.
드라마 태조왕건에서 신라의 왕이 나라를 들어 왕건에게 바치던 장면이 스쳐 지나가며
그 천년의 시간을 이어온 신라에 대해 우리는 500년 역사의 조선보다 홀대한것은 아닌지...
신라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가 전해지고, 또 여러 매체를 통해 다각적인 방면으로 신라의 향을 전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