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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P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북스토리 / 199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안 읽었다고 생각했기에 다시 책장을 펼쳐들었다.
기억의 저편에서 한글자, 한글자 날아와 순서를 맞춰가며, "이미 읽은 책 아냐?" 하며 나를 꾸짖는다.
기억을 더듬더듬....얼핏 읽었던 기억이 나는 것 같다.
그냥 읽어내렸기에 기억이 없는 것인지,
유난히 바나나씨의 책은 잘 기억을 못한다. 책 제목도, 내용도,
하지만 막상 다시 읽으면 '아~ 이책...'하며 기억이 돌아온다.
순간적인 기억상실증에 걸렸다가 기억이 돌아온듯이......
유난히 일본 소설 중에서도 바나나씨의 글을 좋아한다.
꾸밈없이 정적이면서도 간결하게 마음을 표해주기에.
카자미의 관점에서 풀어지는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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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P 라니, 그게 뭐예요?"
"노스 포인트의 약자"
"무슨 의미?"
"그런 제목의 오래된 곡이 있어."
"어떤 곡인데요?"
"음,아주 슬픈 곡이야."
라고 쇼지는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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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 : 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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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곤 쇼지는 자살을 했다. N.P의 저주에 걸려버린 것 처럼....
N.P에 나오는 사람들 중 정상적인 생각이나 삶을 영위해 나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아보인다.
다들 불안정해보이고, 불빛에 흔들리는 듯한 흐릿한 영상으로,
하지만 자신들의 눈으로 보는 자신의 삶은 또 강한 색깔을 뿜어내며 마력을 드러내며 주위를 빨아들인다.
스이에게서 느껴지는 어둠과 순수함, 그리고 타락과 불안정은 비조화속에서도 빛을 내며
아버지를 남자로, 형제를 연인으로 그리고 카자미를 흡수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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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녀를 둘러싼 공기에 녹아들어,
정체를 알 수 없는 슬픔을 빨아들였다.
지금도 내 가슴속에 남아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나쁜 운명, 나쁜 운명을 부르는 혼, 그런 것을 껴안고 있으면서
기지를 다하려고 애쓴 한 인간의,
사랑을 관철하려 한 방법을 보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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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 : 17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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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의 기운을 풍기고, 자살을 생각하며 살아가던 스이가 갑자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은 왜 일까?
살아 남아야만 한다고 느끼게 하는 것, 어째서? 라는 무의미한 질문이 필요없다고 느끼게 하는것.
그것이 바나나씨가 스이와 카자미를 통해 말 해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누구든 삶에 문제를 지니고 살아가고 있으니, 누군가의 잣대에 얽매이지 말고 그냥 생각하는 바대로
살아도 무방하다는 바나나씨의 생각이 그대로 묻어난 듯하다.
N.P의 주인공은 스이였지만, 그런 스이를 N.P속에서 건져준 카자미.
그녀는 N.P의 모든 불행한 인물들의 진정한 우체통이였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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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 당신을 가장 닮았다고 생각되는 것은 우체통입니다.
우체통은 어디에나 있는 동시에 막상 찾으려고 하면
좀체로 없는 법이죠.
허전한 길모퉁이에서 불쑥 그 모습을 드러내기도 하는,
맑게 갠 날에도 비오는 날에도 한밤중에도,
온 세상에 마치 밤하늘에 뜬 달이
모든 물에 비치듯 그렇게 우체통은 존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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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 : 2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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