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김재혁 옮김 / 이레 / 2004년 11월
평점 :
절판
묵직함이 나를 눌러 숨을 쉬기가 힘겹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묵직함이 나를 짓눌러왔다.
작가는 자칫하면 선정적이거나 외설적이라고 보일 수 있는 꼬마와 한나의 사랑을 너무나도
슬프면서도 아름답게 그려내보였다.
우리가 서로를 열면
너는 너를 내게 그리고 나는 나를 네게.
우리가 깊이 빠져들면
너는 내 안으로 그리고 나는 네 안으로
우리가 사라지면
너는 내 안으로 그리고 나는 네 안으로.
그러면
나는 나
그리고 너는 너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사랑을 나눈 두사람.
그 두사람이 갑작스러운 이별을 겪고 다시 재회하였을때의 그 마음은 꼬마의 인생을 뒤흔들만큼 강렬했던것이다.
잊혀졌다고 생각했던 한나의 존재감과 한나의 느낌 그리고 이미지들은
꼬마의 뇌리와 몸 속 구석구석에 이미 익숙함이란 이름이로 잠재되어 있었던 것을 꼬마는 미처 깨닫지 못했을뿐이다.
법정에서 꼬마는 한나를 구할 수 있었을까?
만약 꼬마가 재판장에게 한나에 대해 말을 했더라면 그녀는 종신형 대신 다른 피고인들처럼
가벼운 금고형을 받고 다시 세상에 발을 내딛었을 수 있었을까?
한나는 그것을 원했을까??
혹시 꼬마가 자신을 위해 그런 일을 해주길 바랬던것은 아닐까?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추측, 생각, 한나에 대한 답답함, 꼬마에 대한 실망감, 타협등......
마치 내가 한나인것처럼, 때론 꼬마인것처럼 , 나는 감정의 기복을 계속해서 느낄수밖에 없었다.
종신형의 한나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꼬마는 어떤 마음이었을까...궁금했었다.
매일같이 카세트 테이프에다 책을 읽어주면서 녹음하는 그는 아직도 한나를 사랑하고 있는 걸까?
하는 의아함은 곧내 풀려버렸다.
그가 책을 읽어주는 것은 그녀에게 이야기하는 그리고 그녀와 그가 이야기하는 그 나름의 방식이었던 것이다.
 |
그녀는 나한테 있어 그토록 마음 편하게 가깝고도 멀리 있었기 때문에,
나는 그녀를 찾아가고 싶지 않았다.
나는 실제의 거리를 유지하는 가운데에서만 그녀가 과거에 지녔던 모습을
간직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실제의 근접성을 견디기에는 그녀의 안부 편지와 나의 카세트테이프의 작고 가볍고
안전한 세계가 너무 인위적이고 다치기 쉽지 않은가 하는 두려움을 느꼈다.
우리 사이에 벌어진 그 모든 것을 떠올리지 않고서
우리가 어떻게 서로 얼굴을 맞댈 수 있단 말인가. |
 |
| |
| 페이지 : 205 |
|
18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그가 한나에게 책을 읽어주되 편지도, 면회도 하지 않은 이유였다.
그들사이에 가로막혀있던 세월이라는 벽이 허물어지기에는 너무나 많은 시간이 흘렀던 것이었을까?
결국 한나는 사면되어 출소하기로 한 날,
꼬마가 자신을 데리러 오기로 한 그 날,
꼬마와 함께 다시 세상으로 내딛기로 한 그 날,
한나는 목을 매여 자살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