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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을 기다리며
츠지 히토나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9년 1월
평점 :
[냉정과 열정사이] 의 아가타에 대한 감성이 남아서일까.
아니면 츠지 히토나리가 나를 이리저리 시공을 뛰어넘는 시간으로 안내를 해서였을까.
나는 많이 혼동스러웠고, 다소 지루함을 느꼈다.
520 페이지에 달하는 책이 무겁게 내 양손을 짓눌렀고, 내머리를 묵직하게 만들어버렸다.
1937년의 중국 난징, 1945년의 일본 히로시마 그리고 1970년의 일본 도쿄.
시대도 장소도 그 시간적인 배경조차도 모두 다른 이 세개의 시대가 각각의 전혀 다른 이야기를
시공을 초월해 반복적으로 보여줌으로써 나도 이리저리 혼란함을 채울수 밖에 없었다.
만약 1937년의 난징에서의 일만 계속 나열해주었더라면,
어쩌면 나는 훼이팡의 아픔을 더 잘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훼이팡에 빠져들라치면
곧바로 난 지로의 세계로 안내가 되었고, 다시 지로의 세계에서 지로가 찾던 영원의 세계를 찾을라치면
나는 다시 1945년 히로시마에서 죽음의 공포를 느끼고 있던 미군병 크레이그에 던져져버렸다.
크레이그가 가지고 있던 ’갑작스런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끼며,
그의 삶은 어디까지일까. 정말 그는 無에서 죽음의 깨달음을 터득할 수 있을까 하며
고민하는 동안 급하게 나는 다시 1970년 영화촬영장으로 이끌려가 때쟁이 시로를 만나야만 했다.
너무 복잡해서 몇번이나 책을 덮었는지 모르겠다.
지루하다기 보다는 내용 이해의 어려움을 많이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야기의 막바지에 다다라서 크레이그는 1945년에 1970년의 지로를 만나고 있었다.
사실 이제와서 내용들을 하나하나 떠올려보면 지로는 처음부터 무의식의 세계에서
난징과 히로시마를 거닐면서 죽음과 세계의 영원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고 있었던 듯 싶다.
천천히 다시 읽으면 또 다른 느낌으로 읽혀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아쉬움을 뒤로 하고 책을 덮어본다.
[냉정과 열정사이]가 읽을때마다 매번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듯이
[태양을 기다리며]도 다시 만날때는 아마도 나에게 태양을 기다리게 해주는 힘을 발휘할 지도 모르겠다.
이노우에 감독이 그리도 찾고 기다리던,
인생의 끝자락에 서서 고난의 끝에 선 그가 찾던 그 태양이라는 빛을 말이다.
제한된 삶을 제한 없이 살아가려면,
지금을 소중히 하고,
지금을 열심히 살아가는 거다.
그것들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멋진 추억의 거목이 되어
해마다 너의 인생에 아름다운 녹색 잎을 무성하게 피워낼테니.
언젠가 죽음 직전에, 너는 지금의 내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거다.
인생이란 마지막의 마지막, 가혹의 끝에, 고난의 끝에, 환희와 깨달음이 있단다.
그것은 헤쳐나온 자만이 볼 수 있는 빛,
태양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