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이해하기엔 조금 어려운 그림책이지만 그림이 너무나 예쁘다. 프레드릭! 사람 이름 같지만 주인공이 작고 귀여운 쥐다. 그림이 간결하면서도 앙증맞아서 징그러운 쥐는 떠오르지도 않고, 오히려 사랑스럽다. 콜라주 기법을 사용했다는 이 그림은 단연 조카아이의 두 눈을 사로잡아 버렸다. 허나, 내용은 좀 어려워한다. ‘개미와 베짱이’에 익숙한 아이는 프레드릭이 게으름쟁이라며 왜 친구들이 프레드릭에게 칭찬을 하냐고 묻는다. 마음의 양식을 쌓는 시인, 즉 예술가에 대한 설명을 보충해 주니 그제야 아하 하고 웃는다. 사실 나도 그림에 매료되어 나중에 뭐지? 하고 되묻곤 다시 책장을 펼쳤다.칼데콧 아너상의 영광을 거머쥔 책이니 만큼 선택에 후회가 없는 돋보이는 책이었다.
만화로 더 익숙한 동화책이다. 내가 조카아이만 했을 때 참으로 즐겨 봤는데 말이다. 책장을 넘기는 내내 아련한 향수가 물씬 풍겨 왔다.찻숟가락만큼 작아진 호호 아줌마가 작아졌는데도 불구하고 집안 일을 비롯한 모든 일을 척척해 내는 모습이 참으로 신기하기만 하다. 어릴 시절, 학교에 가기 싫을 때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호호 아줌마처럼 작아져서 이불에서 자고 있는 나를 엄마가 발견하지 못했으면 하는. 정말로 그 비밀을 속속들이 알고 싶었는데 책에서는 설명해 주지 않는다. 다만, 상상의 날개만 무한대로 펼쳐질 뿐.
그사이 키가 자랐어요. 그래서 옷이 작아졌지 뭐예요. 껑충 작아진 옷을 입고 다닐 수는 없잖아요. 그럼 어떻게 하죠? 엄마를 조를까요? 우리의 펠레는 새 옷을 어떻게 장만할까요? 펠레가 파란색의 멋진 옷을 얻는 과정은 참으로 대견하기만 하다. 무엇 하나 공짜로 얻지 않는 모습이 어른스럽다. 기르는 양의 털을 깎아 거기서 실을 뽑고, 옷감을 짜고, 물을 들이고, 재단을 해서 멋진 옷으로 완성되기까지의 과정. 그 과정 속에서 펠레는 하나의 주체가 되어 열심히 일한다. 어떻게? 손수 옷을 만든단 말인가? 물물교환이라는 옛 교환 수단을 이 동화는 알기 쉽게 보여준다. 그리고,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까지. 그렇게 얻은 새 옷은 그 어느 옷보다 펠레에게는 소중할 것이다. 갖고 싶은 것은 모든 어른을 졸라 얻고야 마는 요즘의 어린이들을 생각하니 펠레의 키가 한층 더 커 보인다.
우리 동화 역사의 한 획을 긋는 권정생 선생님의 동화라 해서 그 이름만으로 구입한 책이다. 표제작이 ‘하느님의 눈물’인 것처럼 하느님의 따스한 사랑을 노래한 단편 동화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다. 한 편 한 편의 동화를 읽을 때마다 우리가 겪지 못한 전쟁에 대한 뼈아픔과 어려웠던 시절의 회한들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어느 동화 하나 희망을 잃지 않고, 평화와 화해로 아픔을 끌어안는 꿋꿋함이 배어 있어 읽는 내내 가슴이 뭉클했다가 이내 따스해지곤 했다. 유년 동화집인데, 꼬맹이들이 이해하기엔 좀 무거운 주제이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든다. 남북 분단이나 하느님의 사랑만 동화집에 수록되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오렌지뽕가지뽕’이 뭔 줄 아세요? ‘초록 방울’은요? 그렇다면 ‘바다얌냠이’는 혹시 아시나요? 입이 까다로운 동생에게 밥을 먹이기 위한 오빠의 재기 발랄하면서도 귀에 쏘옥 들어오는 음식 설명이 너무나 깜찍하고, 재미있다. 반찬 투정에, 편식하는 자녀를 둔 엄마나, 동생을 돌보는 형이나 누나들이 잘 새겨 보면 좋을 동화다. 같은 음식이지만 ‘당근’할 때는 고개를 세차게 젓더니, ‘오렌지뽕가지뽕’하면서 외계인 이야기까지 곁들이니 그리 싫다고 고개를 돌리던 아이도 맛있게 먹는 걸 보면 상상력이 풍부한 집이 영양가 있는 음식도 잘 먹일 수 있겠다 싶다. 생활 속 이야기에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잘 버무려 흥미를 자아내고, 더불어 생활 속의 지혜를 더해준다. 편식 심한 우리 조카 녀석에게도 ‘딜치익쏴아’를 한 번 먹여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