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가도 심심해

공주도 학교에 가야 한다 ㅣ 난 책읽기가 좋아
수지 모건스턴 글, 세르주 블로흐 그림, 김진경 옮김 / 비룡소 / 1997년 8월

'∼도 학교에 가야 한다'의 원조격인 이 책의 공주는 아빠가 딸에게 붙이는 '공주'가 아니라 실제 '공주'다. 실제 공주라고? 물론 허구 속의 공주이긴 하지만 공주는 공주다. 역사적인 상황과 결부 지어 읽어보면 한층 더 재미있을 것이다.

왕조의 몰락과 함께 아버지 조르주 114세와 어머니 포르투나 왕비는 성에서 아파트로 이사를 오게 된다. 성에 살 때는 과목별로 개인 교사가 있었던 알뤼에스테르 공주는 다른 아이들처럼 학교에 가고 싶지만 여러 가지 제약이 있다. 치렁치렁한 드레스에서 활동하기 편한 청바지로 옷차림이 바뀌어 가는 공주의 모습은 곧 학교에서 적응하는 과정일 것이다. 공주든 평민이든 간에 아이들은 학교에서 자유롭게 뛰놀고 공부를 해야 한다는데 어딘지 밋밋한 이야기다. 맛깔나는 조미료가 더 첨가되었으면 더 좋았을 것을.   

한 권에 쏘옥！

2004 신춘문예 당선동화집
김옥주 외 12명 지음, 고후식 그림 / 동쪽나라(=한민사) / 2004년 2월

각 신문사의 신문을 일일이 찾아 읽지 않아도 신춘문예에 당선된 동화를 한 눈에 볼 수 있어서 무엇보다 좋다. 표지도 다른 해보다 정갈하고, 눈에 많이 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세상에 나온 각 신문사의 당선 작품은 저마다의 개성을 담고 있다. 특히 내 시선을 사로잡은 '그림자 각시와 매화무늬 표범'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춤추는 부처님' 이나 '누렁이, 자살하다'도 흥미롭게 읽었다. 등단자 모두, 앞으로의 작품이 기대된다.

참으로 도달하기 어려운 숫자 '0'

코끼리 똥 ㅣ 베틀북 철학 동화 1
헬메 하이네 글 그림, 이지연 옮김 / 베틀북 / 2001년 12월

철학 동화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참으로 철학적인 동화다. 어찌 보면 썰렁하고, 달리 보면 너무나 진지한 사색을 요구하는 짤막한 이 이야기는 단 한 번의 책장 넘김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그 무언가가 남아 있다. 변비가 있어 아직 뱃속에 남아 있는 똥덩어리처럼 말이다. '0'이라는 숫자는 살아가면서 참으로 도달하기 어려운 숫자이다. 동시에 '0'이 내포하는 의미와는 달리 수많은 관념을 포함하고 있기도 하다. 하기사 코끼리가 100년에 걸쳐서 깨달은 '0'을 어찌 단박에 알 수 있단 말인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조카아이는 그래도 당연하다는 표정이다.

함께 찾아보아요

이상한 집
송명진 그림, 최승호 글 / 비룡소 / 2004년 1월

마그리트의 초현실적인 그림을 응용한 그림 속에 일상의 물건들이 꼭꼭 숨어 있다. 그림 속에 꼭꼭 숨어 있는 한글이 지칭하는 물건들을 찾는 재미가 제법 흥미롭다. 그러나 한글을 깨우치기에 그림책만큼 좋은 게 없다고 믿는 나이지만 어쩐지 아이보다는 어른들에게 더 흥미로운 책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제 막 사물을 알아가기 시작하는 우리 조카가 친숙한 그림 속에서의 발견을 더욱 좋아해서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재미있는 한글 여행

기차 ㄱ ㄴ ㄷ ㅣ 비룡소 창작그림책 7
박은영 글.그림 / 비룡소 / 1997년 4월

이제 막 한글을 더듬거리며 읽기 시작한 조카아이가 무지 좋아하는 책이다. 기차를 타고 여행을 하듯이 풀어 나가는 한글이 아이에게는 신나는 한글 나라로 떠나는 첫 여행이지 싶다. 간결하고, 산뜻한 그림이 한글을 낯설어 하는 아이에게 더욱 친근함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한글 자음은 몰라도 상관없다. 그림만 보고 행선지를 이어나가도 어느덧 문자가 포함하는 의미를 감각으로 깨우치기 때문이다. 참으로 기특한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