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의 야간열차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38
다와다 요코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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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독특하게도 독일로 이주한 일본인 작가의 독일어 소설, 이주할 때 시베리아횡단열차를 타고 독일로 넘어간 경험이 그녀의 큰 문학적 자산이라고 한다. 이 소설 제목 역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는 야간열차, 게다가 '용의자'와 '야간열차'의 일본어 발음이 비슷하다는 점이나 책장 곳곳의 유럽 풍경 속 동양적인 속담과 묘사들까지 일본과 독일 사이 어딘가를 부유하는 작가의 정신세계를 짐작케 한다.

모국어의 세상을 떠나 후천적으로 노력한 외국어로만 통하는 세상으로 이주한 사람, 특히나 언어를 섬세하게 다뤄야 하는 작가라는 건 어떤 느낌일까. 몽롱한 정신으로 야간열차를 타고 덜컹거리며 낯선 지명들을 거쳐 낯선 사람과 소음에 시달리는 삶, 대화란 것도 그저 표피만 훑는 부정확한 이야기뿐 깊고 길게 이어지지도 못한다. 게다가 삶의 공간으로 표현된 열차란 건 비행기와 비교해 곧잘 파업과 고장과 스케줄 오류로 혼란에 빠지곤 하는 빈티지의 산물. 상큼한 직선이 아니라 이리저리 더듬고 구겨지며 겨우겨우 도착점에 가닿는 듯하다는 게 그녀의 마음이려나. 지치기도, 피곤하기도 하겠다.

재미있게도 작중 화자는 '당신'이다. 당신은 기차표를 샀고, 당신은 커피를 마셨다, 이런 식이다. 자신에 대해 묘사하고 있음이 분명함에도 시종일관 스스로를 한발 뒤에서 거리를 둔채 관찰하는 듯한 태도, 그건 자신의 '나와바리'가 아닌 곳을 장기체류하는 여행자의 자신없음, 혹은 다소 무책임한 홀가분함의 반향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지치고 피곤한 타지생활임에도 그만큼 힘빼고 긴 여행인 양 다니고 있다는 자세인 걸까. 어차피 삶은 여기에서 저기로 이동하는 긴 여행이라니 그 과정을 기차여행으로 응축시킨 작품속에서 굳이 무거운 생활인일 필요는 없겠다. 그게 굳이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다는 비애일 필요 역시 없겠고.

그러고 보면 꼭 이 작가만의 이야기도 아니다. 욜로, 메멘토모리, 한번뿐인 삶의 유한성과 무가치함을 짚는 단어들이 그 어느 때보다 방랑하는 삶을 소환하는 때다. 디지털노마드니 니트족이니 워라벨이니 하는 건 그렇게 무거움과 비애 사이에서 여행하듯 경쾌하게 줄타기를 해보려는 각자의 자구책인 게다. 야간열차와 그 안에 실린 삶들은 그렇게 너와 나의 기차역을 지나 마지막 챕터 제목처럼 '어디에도 없는 마을'을 향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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