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미나마타
이시무레 미치코 지음, 김경인 옮김 / 달팽이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슬픈미나마타 #북스타그램 #미나마타병

전후부흥, 경제발전이라는 대의명분 앞에서 인신공양인 양 바쳐진 변두리 어촌의 약자들. 질소공장에서 무방비하게 토해낸 유기수은이 대규모 질병을 퍼뜨렸고, 15년이 지나서야 정부가 원인을 확정짓고 다시 가해기업에 대한 피해보상 요구가 시작된다는 낯설지 않은 이야기가 배경이다. 당연히 마을의 발전을 위해서는 기업이 필요하다 편드는 여론이나 폭탄돌리기하듯 다른 부처의 소관이라 떠넘기기만 하는 관료들이 등장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피해조사차 나온 국회의원과 고위각료에게 감읍해 아버지어머니라 부르고 천황폐하만세를 외치는 모습까지도, 버전만 좀 불편할 뿐 사실은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너무나도 현실적인 모습이다.

그런 것들이 이 책의 배경이다. 분명 미나마타병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과정을 바싹 따라가고 있지만, 단순한 기록물이나 병에 대한 보고서라고 할 수는 없는 거다. 실제 저자가 미나마타병의 사회적 인정 투쟁에 앞장선 인물이었다거나 대체로 역사적 사실과 부합한다는 게 문제가 아니라. 그 굵직한 사실을 대하는 사람들의 속내, 삶의 이야기에 대한 순전한 픽션이란 점에서다. 과연 이 책의 주제는 뭐라 해야 할까. 취재를 바탕으로 한 사실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그저 눈높이를 맞추어 읊조린 그네들의 속마음과 환상체험과도 같은 문답이었다니. 저렇게 투병 이전의 삶과 그 이후의 삶조차 아름답고 애틋하게 읊조릴 수 있는 작가는 왠지 벚꽃잎이 분분히 낙화하는 비감스런 감성의 화신같다는 느낌이다.

어쩌면, 그녀는 미나마타병 자체라기보다는 그걸 하나의 메타포처럼 인지했는지도 모른다. 삶에서 문득 쓰나미처럼 닥쳐온 저항할 수 없고 납득할 수 없는 비극, 그 비극에 맞닥뜨리는 인간군상들이 제각기 드러내는 표정과 감정을 상상해내고 싶었던 건 아닐까 싶도록 그녀의 묘사는 집요하고 도착적이다. 두 마리 토끼라고 해야 할까, 사회적인 차원에서 기억하고 짚어져야 할 문제와 함께, 개인들이 이런 거대한 비극 앞에서 어떻게 무너지거나 분노하거나 때론 긍정하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던 거라면 이 책은 소설로 읽혀야 하는 게 맞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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