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릿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40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이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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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 유명하지만 그만큼 알듯말듯한 이 문장. 뒤미처 오는 대사들을 보면 자살을 고민하는 자의 고민이 응축되어 있는 문장임을 알 수 있다. 죽는 것이 모든 것을 내려놓는 영원한 잠이라면 기꺼이 그리 하겠다, 그런데 그 깨지못할 잠에 불순한 꿈이라도 끼어들면 어쩌지.

극중 햄릿이 처한 상황을 고려하면 그 고민은 더욱 복잡하고 무거워진다. 이미 선왕을 시해한 숙부, 그리고 두달만에 재혼한 어머니에 대한 심증은 굳어지고 선왕의 혼령에 복수를 맹세한 상태. 그렇지만, 과연 복수로 충분할까. 그가 계속 토로하듯 나라의 기강과 도덕이 땅에 떨어진 상태에서, 하나의 복수와 징벌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 무기력감에 빠져있을지도 모른다. 이리 살아 뭐할끼고. 에라 절이 싫음 중이 떠나야지, 다시금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결말로 갈수록, 모두가 죽어버리는 비극으로 치달을수록, 사건의 전개는 그 누구 하나의 의지나 생각에 따르지 않는다. 주변인물들은 그저 과녁에 어긋나는 화살만 줄창 쏘고들 있을 뿐이다. 각자의 의지가 서로 충돌하고 융합하며 만들어지는 거대한 흐름이 운명 혹은 신의 의지라면, 결국 햄릿은 그 대행자로서의 역할을 다해내면서 비로소 그 오랜 질문을 끊어냈다. 어느순간부터 죽느냐사느냐의 질문을 스스로 되새기지 않으며 그저 흘러가듯 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젠 더이상 그 질문 자체가 필요없게 된 상황, 극을 하나 완성시켜낸 후의 뿌듯한 안식을 맞이하게 된 셈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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