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로 나는 존재하는 고양이 - 지혜로운 집사가 되기 위한 지침서
진중권 지음 / 천년의상상 / 201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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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의 집사 진중권의 신간, 그는 아마도 루비에게 바치는 연애편지를 쓰는 기분으로 이 책을 쓰지 않았을까 싶다. 루비의 보석같은 눈을 황홀하게 바라보고, 그 우아한 몸놀림과 도도한 표정에 망연해지다가, 대체 이 녀석은 어떤 생명체일까 요모조모 살펴보고 싶었겠지. 하는 것없이 가만히 있지만 저리 잠을 많이 자는 걸 보니 깊은 사색을 즐기는 게 틀림없어, 책의 시작과 끝을 루비의 입을 빌어 말하는 부분도 깜찍하다.

역사와 문학과 철학, 고양이를 두고 이리도 할 말도 많고 생각해볼 것도 많다니. 신석기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고양이와 인간의 공생사부터 수도승의 친구였던 중세, 흔히 마녀의 상징으로 알려져 탄압받았다고 여겨지던, 를 지나 일본 상인자본주의의 상징으로 마네키네코를 읽어내기까지 꼭지 하나하나 술술 읽힌다. 앨리스의 체셔고양이와 장화신은 고양이, 포의 검은 고양이와 소세키의 고양이, 캣츠의 고양이와 슈뢰딩거의 고양이 등 숨가쁘게 짚어나가도 끝이 없는 고양이 에피소드들.

그렇지만 가장 여운이 길게 남던 부분은, 철학 파트에서 인간과 고양이는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할지 하는 고민. 여전히 잔인한 동물 학대가 빈발하고 있는데 "인간들이 동물이 느끼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한 동물들은 인간이 생각하지 못한다고 느낄 것이다." 이 정도로 동물의 고통받지 않을 권리가 주창되기까지 생각보다 끈질기고 근본적인 철학적 논쟁이 있더라는. 동물에게 감각이 있는지, 영혼이 있는지 혹은 인간이 아무래도 좋도록 주어진 객체일 뿐인지 등등.

그리고 또 하나, 고양이를 대하는 자세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볼 거리도 던진다. 고양이를 인간화하여 가족이나 자식으로 대하는 게 맞는지, 그저 고양이는 고양이로 보는 게 맞는지. 그렇다면 그건 또 무슨 의미일지. 아무리 친해져도 낯설고 독립적인 부분을 남기는 고양이와 어떤 방식으로 공생, 동거하는 게 맞을지 모르겠지만 여하간, 계속 그렇게 관계맺음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녀석이라면 그건 분명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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