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친애하는적 #허지웅 #먼지웅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허지웅은 묘한 캐릭터다. 대중적이지 않은 이야기와 까칠한 캐릭터를 고수하면서도, 방송을 고루 넘나들며 이젠 다이슨을 쥐고 PPL을 하며 어머니와 가족들을 소환하는 예능 프로그램까지 자연스러워지기에 이르렀다. 그런 그의 행적은 그가 좋아하는 형이라는 신해철과 비슷하다. 마냥 무겁고 진지한 줄 알았는데 이상한 케이블방송에서 시시덕대던 신해철. (트렁크에 교복을 싣고 다닌단 이야기까진 좋았는데.) 그의 에세이집들에서 나는 줄곧 그가 얼마나 컴플렉스와 상처가 많은 사람인지를 읽는다. 그가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정치나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마찬가지다. 그저 여봐란 듯이 진열하고 위로를 구하는 매조히즘적인 방식이 아니라 '내가 딛은 바닥은 여기야'에서 뻗어나가는 단단한 결기와 나아지려는 의지에 악센트가 찍힌 방식이다. 그런 식으로 자기연민과 셀프-우쭈쭈와 꼰대화를 피해 스스로 커나가는 길을 찾는다. 이번 에세이집에 담긴 글 중, 드라마 '송곳'이 왜 드라마 '미생'이 되지 못했는지에 대한 글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기성 질서를 환타지화하고 그에 투항하도록 종용한 게 미생이라면, 송곳은 그저 비참하고 비정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었기 때문에 양자는 달랐고, 결과 역시 다를 수 밖에 없단 게 그의 분석이었고 이는 전적으로 동감이다. 그리고 어쩌면 허지웅은 스스로를 송곳과 미생 중간쯤의 캐릭터상품으로 포지셔닝하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자기 이야기를 하면서도 대중성을 잃지 않으려는 줄타기. 그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