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기획자들 - 불가능한 시장을 만들어낸 사람들
서영교 지음 / 글항아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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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기획자들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전쟁으로 점철된 역사를 섣부른 민족감정이나 이념, 혹은 영토야욕으로 설명하는 대신 경제적인 이해에 따른 지극히 타산적인 결과로 설명한다. 한국인에게 그저 최대의 역사강역을 구가했던 영광으로만 받아들여지는 고구려의 팽창이, 사실은 이를 물질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경제적 수익과 무역구조를 최적화하기 위한 선택이었다는 거다. 반대로 외교적 성취로만 여겨졌던 고려시대 서희의 담판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무역구조와 세력균형을 가져가려던 거란의 빅픽쳐에 놀아난 셈이라는 재미난 해석도 가능해진다. 말하자면 현실주의적 관점으로 다시 고대 전쟁사를 재평가해보는 참신한 시도랄까.

사실 이 책에서 과거의 국제정치를 읽어내리는데 굳이 동원한 '시장'이란 단어는 조금 과하단 생각도 든다. 세력균형이나 실리라는 좀더 일반적이고 다소 광범위한 차원의 단어가 좀더 현실에 적용하기 수월하지 않았을까 싶지만, 이는 아마도 저자의 의도가 강하게 깔린 게다. 현시점 한국이 당면한 이슈나 구조적 문제와 역사적 장면과의 교차편집을 통한 통찰을 제공하고자 하는 게 이 책의 큰 미덕이기도 하다. 미국이 벌이는 테러와의 전쟁, 글로벌한 식량 안보 이슈, 한국의 경제개발 과정과 기업인들에 대한 재평가들이 풍부한 역사적 장면들과 컨텍스트를 녹여낸 대화체로 다뤄진다.

몇몇 챕터에서 과거 장면과 현재의 이슈간에 다소 무리한 연결고리를 찾는다거나 저자의 시장만능주의나 보수적인 정치색이 강하게 드러나는 언사들이 나타나는 게 아쉬운 점이다. 그보다 더 근본적으로는, 시장을 만들거나 재편해서 이득을 얻는 플레이어들, 강자의 니즈와 손익계산에 시종일관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고 정당화하는 관점이 아쉽다. 그결과 전반적으로 그러한 전쟁이나 '시장의 선택'이 사회구성원 누구의 수혜로 귀착되었던가에 대한 비판이 사라지고, 강자의 역사적 선택에 대한 사후적인 추인만 남은 건 아닌지 뒷맛이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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