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럼바인
데이브 컬런 지음, 장호연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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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럼바인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사이코패스 #총기

'전모를 밝힌다', 라는 표현을 쓰려면 이정도는 들이파야 한다는 걸 보여주는 책이다. 99년 미국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전대미문 최악의 총기 난사사건에 대해 깊이깊이 조사한 결과물이다.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어떻게 마무리되었는지는 기본이다. 가해자의 삶은 어떠했고 왜 그런 짓을 했는지, 피해자와 주변인들의 삶은 사건 전과 후 어떻게 바뀌었는지에 대해서도 한명씩 꼼꼼하게 따라간다. 사건의 대응 과정과 그것이 적절했는지 등을 둘러싼 책임 규명에 대해서도 10년간의 취재 및 집필 과정에서 공개된 자료와 사실에 근거해 빈틈없이 짚어간다.

그 결과는 자못 놀랍다. 그저 미국의 이러저런 총기 사건 중 하나일 줄 알았던 사건이 알고 보니 오클라호마 정부청사 폭파테러처럼 학교 건물을 통째로 날려버리려던 대량학살극을 의도했었단 점도 그렇고, 의외로 주정부가 사건 이전부터의 단서들을 무시하고 심지어 사건 후에는 은폐하려고 집요하게 시도했다는 점도 그렇다. 게다가 유행처럼 타고도는 '사이코패스'의 모범적인 실재 사례라는 점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무엇보다 책을 덮을 즈음엔 콜럼바인에 있었던 수많은 등장인물이 제각기 자신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느낌이 드는 거다.

10년이다. 하나의 사건이 벌어지고 그에 대해 '왕따 학생의 보복'이라느니 '가정교육 문제'라느니 따위 뻔하고 선정적인 헤드라인이 휩쓸고 지나가고, 가해자 부모던 피해자 당사자들이던 당장의 돌팔매나 종교적 영웅담의 소재로 소비당할 대로 당하고, 또 버지니아공대의 조승희사건같은 그보다 더욱 자극적인 사건들이 다발로 일어난 시간이었을 거다. 그 시간을 단지 사건 하나를 가급적 온전히 이해할 수 있도록 들인 저자의 공력과 열정 덕분에 콜럼바인의 이들은 자신의 삶을 계속 이어가는 존재로 복권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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