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오스 - 20주년 기념판
제임스 글릭 지음, 박래선 옮김, 김상욱 감수 / 동아시아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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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스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세상만물을 꿰뚫는 하나의 원리가 있다는 생각, 황홀하고도 두려운 생각이다. 커피잔을 저을 때의 소용돌이, 하늘 위 떠가는 구름의 모양과 궤적, 수도꼭지에사 떨어지는 물방울의 템포, 심지어는 심장박동과 주식시장의 그래프까지 관통할 수 있는 하나의 원리가 있다는 이야기고, 그걸 알아낸 사람은 가히 우화등선, 도인이나 신선의 경지 아닐까. 그만큼 신비주의적이고 뜬구름 잡는 이야기란 거겠다.

아마도 그래서일 거다. 주류과학에서 집요하게 내쳐왔던 카오스이론 그리고 그에 기반한 연구결과들. 자연을 이해하기 위해 개개 요소들의 움직임을 깨닫는 것으로 접근했던 분석적인 방법론은, ceteris paribus(다른 조건이 동일하다고 가정했을 때), 연구실 안의 극히 제약적인 환경에서 선형적인 예측에 집중해왔다. 1987년 출간된 이 책 '카오스'는 그러한 접근법이 놓치고 있는 매크로한 거대이론의 가능성을 아름답게 설파한다. 가능한 상수나 잔차항으로 무시된 부분들이 없도록 전체적인 큰 그림이 그려지도록.

소위 '문송'의 한명으로, 지금 현재 카오스 이론이 얼마나 과학계의 담론을 바꿔내고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 원전의 안전도 측정과 인공강우와 지구온난화, 그런 이슈들에 여전히 선형적인 예측에 기대고 있다는 점에서 아직은 갈 길이 멀구나, 싶을 뿐이다. 하루하루 세상만물이 데이터화되어 측정가능해지는 현시점에서 우리는 어디까지를 통제가능한 변수로 놓고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그 야심의 끝에서 그려질 세상의 한 장면을 미리 본 것같이 아득한 여행에서 막 돌아온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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